향수 어린 PC 게임이 영상으로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이 영화는 또 다른 의미에서 남성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화려하고 다채로운 볼거리의 ‘로봇’과 ‘완구’에 대한 원초적 열망을 충족시켰다면 ‘페르시아의 왕자’는 그에 못지않은 게임 원작의 영화화다.

1980년대 말 흑백 화면에 굵은 도트 그래픽으로 등장한 이후 계속 버전업해 온 이 PC 게임은 미션을 완수하기까지 층과 층을 넘나들고, 아찔하게 점프해 매달리는 등 ‘무기’나 ‘화력’보다 고전 활극을 보는 듯한 쾌감을 줬다.


무엇보다 이전 그 어느 게임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유연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급정지하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몸이 쏠릴 정도니 기요틴(단두대)에 떨어져 죽을 때는 섬뜩했다. ‘페르시아의 왕자’가 추구하는 재미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이미 무수히 많은 슈퍼히어로가 등장한 시절이기에 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자는 것. 제작자가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제리 브룩하이머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고아 출신인 다스탄(제이크 질렌할 분)은 시장에서 사과를 훔치던 소년을 구해 주다가 왕의 눈에 띄어 왕자로 입양된다. 세월이 흘러 멋진 청년으로 자란 다스탄은 숙부 니잠(벤 킹슬리 분)과 두 형을 도와 신성한 도시 알라무트를 점령하는데 앞장서고 시간의 모래가 든 단검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전리품으로 왕에게 옷을 선물하는데 그 옷에 묻은 독으로 인해 왕이 죽고 만다.

졸지에 왕을 죽인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그 단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알라무트의 타미나 공주(젬마 아터튼 분)가 그와 함께한다. 공주는 호시탐탐 단검을 빼앗으려 하고 다스탄은 누명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알라무트 침공의 음모 속에 빠져든다.

‘페르시아의 왕자’가 보여주는 활력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나 새로운 ‘007’ 시리즈가 보여준 파쿠르(Parkour:맨몸으로 벽을 타고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기인한다.

화려하게 재현한 페르시아의 건축물들 사이로 다스탄 왕자는 마치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옮겨 다닌다. 마치 게임 캐릭터의 뒤꽁무니를 쫓듯 1인칭 시점의 박진감이 꽤 멋지다.


싱글맨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 분)는 오랜 연인이었던 짐(매튜 굿 분)의 죽음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죽음보다 더한 외로운 일상을 맞이한다.

그의 유일한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 분)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 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조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매력적인 제자 케니(니콜라스 홀트 분)가 접근하고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내 남자의 순이

가족이라고 하기엔 수상하고 남이라고 하기엔 뭔가 끈끈한 구석이 있는 세라(박해미 분)와 라미(신이 분), 그리고 광수(이태성 분).

하지만 1억 원의 카드빚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에게 5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순이’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순이를 찾는 막무가내 프로젝트에 돌입하는데, 이미 ‘순이’에게 순정을 다 바친 춘배파의 추격과 방해로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고요함만이 감돌던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43GP 초소. 1분대장(이성재 분)은 홍명보에서부터 박지성까지 남한의 축구 선수 명단을 줄줄이 읊을 만큼 축구광이다.

야간 수색 때 분대원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멧돼지를 쫓던 중 남측 군인들과 맞닥뜨린다.

그 후 무전병에 의해 알 수 없는 신호와 함께 남한의 월드컵 중계방송 주파수가 잡히자 1분대 전원은 목숨을 걸고 경기일마다 그 주파수에 맞춰 다이얼을 돌린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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