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수요 ‘쑥’…경기 침체도 ‘한몫’

금값 고공 행진 왜?

금값이 그야말로 ‘금값’이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에 대한 체감경기는 귀금속 상가를 방문해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3.75g(1돈)짜리 아기 돌 반지는 이미 2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돌 선물로 반지 대신 현금을 주는 게 일반화됐을 정도다.

금값이 이처럼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이다. 지난주 7500억 유로 규모의 안정기금 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그리스의 재정 적자 문제로 불거진 금융 위기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그림자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 국면이 조성되면서 안전자산 투자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환경도 금값 고공 행진을 불러온 원인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2007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서는 ‘폭락’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어두운 상태다. 주식시장 역시 남유럽발 위기로 급락장이 연출되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금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에 속한다. 금과 비교되는 안전자산은 미국의 달러화 정도다. 하지만 달러화 역시 미국의 경제적 위상과 재정 상태에 따라 유동성의 폭이 큰 게 사실이다.

반면 금은 유통량이 제한적이어서 달러화를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금값의 급등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촉발된 달러화 약세와 두바이 사태가 맞물리는 가운데 안전자산 수요가 상대적으로 금시장에 쏠려 나타난 현상이었다”고 분석했다.

하락 요인도 살펴봐야

시장의 관심은 과연 ‘금값이 언제까지 고공 행진을 계속하겠느냐’에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역시 글로벌 금융 위기 해소 시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유로존의 존폐가 거론될 정도로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고 이런 사정이 급격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그리스가 11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자구책 노력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지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반면 단기적인 상승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값 하락 전망의 주된 근거는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확대다.

최근 세계 최대 금 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비롯해 광산 시설 노후화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올 들어 금 생산량이 반등했다.

또한 재생금 생산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광산 생산 금보다 훨씬 탄력적인 재생금 생산의 증대는 금값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공부문의 금 매각도 금값 하락을 불러올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403톤이 넘는 보유 금을 매각한다고 발표했을 때 3분기까지 금값 상승세가 제한되기도 했다.

미국(8133.5톤)과 독일(3407.6톤)에 이어 세 번째 금 보유 기관인 IMF는 올 2월에도 191.3톤의 금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IMF가 유로안정기금에 2500억 유로를 쏟아 붓기로 해 금 매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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