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띵호아’… 위안화 절상 수혜주

‘중국 특수’로 주목 받는 국내 상장 중국 기업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중국 종목은 이미 12개에 달한다. 게다가 연내 최소 10곳 이상이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중국 특수’에 올라탈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성숙기 한국 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데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과 맞물려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국내 상장 중국 기업을 살펴본다.

13억 소비자가 있는 중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없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나홀로 질주’를 계속하며 또 한 번 저력을 과시했다. 중국 정부가 기존의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버리고 ‘균형 성장’을 선택하면서 내수시장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는 중국 펀드에 가입하거나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것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국내 주식시장 문을 두드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기업 주식을 사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안방에 앉아 편리하게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위안화 절상 수혜주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에는 치명적이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때문에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위안화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된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난다. 박양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환율이 절상되면 똑같은 매출이라도 원화로 계산한 금액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은 꾸준히 늘어날게 분명하다. 당장 올해만 해도 10여 개 이상 기업이 상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팀장은 “향후 중국 기업들이 많아지면 이들이 ‘중국 출신 기업’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상장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평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또 다른 매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다.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별 볼일 없는 기업처럼 보여도 향후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성장해 온 국내 대기업들의 사례를 떠올리면 충분하다.

이렇게 보면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투자 매력은 하나둘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2개 중국 기업의 주가 흐름을 보면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12개 중국 기업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중국식품포장(189.3%)·중국원양자원(130.6%)·코웰이홀딩스(30.5%)·차이나그레이트(25.9%)·GSMT(7.8%) 등 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연합과기(마이너스 62%)·동아체육용품(마이너스 48.6%)·3노드디지탈(마이너스 33.4%)·화풍집단(마이너스 20.2%)·중국엔진집단(마이너스 2.7%)·차이나킹(마이너스 2.7%)·차이나하오란(마이너스 0.4%) 등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기업 붐에 휩쓸려 공모주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원금 회복을 못한 채 속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초 터진 연합과기의 상장폐지 소동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 받는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실체를 잘 확인해 줬다. 사건은 지난 4월 2일 한국거래소가 연합과기에 대해 감사 의견 비적정설 관련 조회 공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연합과기의 매매 거래를 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구두와 운동화 등에 사용되는 합성 피혁을 생산하는 연합과기는 지난 2008년 12월 중국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곳이다. 이 기업은 지난해 반기 보고서에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2009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미 12개사…10곳 이상 대기

연합과기가 퇴출 위기에 몰리자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주가는 동반 급락했다. 그 후 연합과기는 외부감사인 감사 의견 ‘적정’을 받은 감사 보고서를 4월 14일 제출하면서 가까스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유탄’을 맞은 중국 기업들 가운데는 아직도 4월 초 주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곳이 상당수다. 박양주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좋은 우량 기업인데도 연합과기 사건에 가려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도 한국 증시의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상장 1호인 3노드디지탈 리유쯔슝 대표는 지난 4월 기자 간담회에서 “3노드디지탈 매출액의 절반밖에 안 되는 에디파이어의 시가총액이 3노드디지탈의 10배”라며 “내 돈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싶을 만큼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멀티미디어 스피커 제조업체인 3노드디지탈의 주가수익률(PER)은 11배 정도에 머무르는 데 비해 중국에 상장된 에디파이어는 50배에 이른다. 심해 원양어업 회사인 중국원양자원의 PER가 10.8배가량인데 비해 중국에 상장된 동방해양은 46.8배로 무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신뢰와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국내 상장 중국 기업 12개 가운데 중국식품포장을 제외한 11개가 한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공되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본사와 사업 기반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투자 정보를 얻고 검증하는 일도 쉽지 않다.

박 애널리스트는 “기업 관련 뉴스를 신속하게 한글로 번역해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중국어를 모르면 공시 정보와 사업보고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정보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스몰캡’ 팀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는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중국 기업에 좀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중국 기업 유치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국내 기업에 비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불만이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한국 증시를 찾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 관련 정보의 폭과 깊이도 심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중국 기업에 대해 조급한 단기 투자보다 장기 투자를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한국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 비해 상장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 매력이다.

중국은 국영기업과 대기업 위주로 기업공개(IPO) 순서를 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최소 3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 상장하는 데는 평균 1년 정도면 충분하다.

한국거래소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중국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이점이다. 조정석 한국거래소 해외상장유치팀장은 “현재 한국 상장을 위해 주간사를 선정한 중국 기업이 35개”라며 “올해 10개, 내년 20개 정도 추가 상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곳은 중국원양자원이다. 5월 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5107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로는 160위권이다. 중국 기업들은 상법상 사업 회사의 해외 직상장이 금지돼 있어 케이만군도나 홍콩에 지주회사를 설립해 이를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중국원양자원 역시 홍콩에 설립된 지주회사로 실제 사업 회사는 푸젠성에 있는 원양어업유한공사다. 이 회사는 13년간 원양어업 분야에서 주낙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럭바리·도미·상어 등 고급 어종을 잡아 공급하고 있다.

송광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원양자원의 조업선 수가 연말까지 44척으로 늘어난다”며 “이에 따른 고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참치 중심인 국내 원양어업 업체들과 차이가 난다.

참치는 고가의 배가 투입돼 고정비가 높고 어가(漁價)사이클의 진폭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중국원양자원이 주로 잡는 어종들은 어가가 안정적이고 고정비도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송 애널리스트 작년 5월 상장된 이 기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연말쯤 중국 현지로 기업 탐방을 다녀온 후 달라졌다. 그는 “음식료 업종에서 이 정도로 높은 성장률이 나오는 곳은 없다”고 평가했다.

단기 투자 금물…중국의 미래에 투자

신발·의류 등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차이나그레이트도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하는 기업이다. 핵심 자회사인 홍싱위덩카는 2002년 설립돼 세계 최대 소매 유통점인 월마트에 스포츠 신발을 공급하며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2002년 한국의 화승과 ‘월드컵(Worldcup)’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브랜드 스포츠 용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04년에는 자체 브랜드 ‘월드케이프(Worldcape)’를 개발해 중국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메이커 신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그레이트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다국적 브랜드와 ‘리닝’ 등 중국 내 유명 브랜드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시장 전략으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010억 원으로 전년 631억 원에서 2배 가까이 뛰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1선 도시에서는 나이키 같은 고급 브랜드가 인기지만 최근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각광받는 내륙지역 2~3선 도시에서는 차이나그레이트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상장된 차이나하오란도 눈길을 끄는 종목이다. 이 업체는 폐지를 재활용한 재생 펄프와 코팅 백판지를 생산한다. 회수한 폐지를 분리, 판매하는 것은 물론 재생펄프를 만들고 이를 원료로 코팅 백판지를 생산하는 완벽한 원료용지 그린 순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최대 원료용지 회수 기업이자 장쑤성 최대의 코팅 백판지 생산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폐지 사업은 허가제”라며 “폐지 회사의 추가 인수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애널리스트는 제지 분야가 기술력이 가미된 분야라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중국 기업 가운데 성장성이 좋은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성 둔화가 필연적이다.

카메라 모듈과 광학 부품 제조업체인 코웰이홀딩스는 최근 아이폰 수혜주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아이폰 외주 업체인 대만 폭스콘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게 되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을 만들 때 하드웨어 부품은 외주를 준다”며 “코웰이홀딩스는 폭스콘에서 나가는 카메라 모듈을 전담하고 있어 아이폰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폰 출하량이 시장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 카메라 모듈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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