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확산되는 럭셔리 주택 전용 경매
미국 상류층 사이에 럭셔리 주택을 일반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한 거래가 아니라 사설 경매를 통해 사고파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소수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 주택 전용 경매를 통해 품질(?)이 검증된 안전한 호화 주택만 거래하는 ‘상위 0.1%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미 CNN머니는 최근 “주택을 판매하려는 럭셔리 주택 보유자들이 경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럭셔리 주택 경매는 다른 미국 내 경매와 달리 금융 위기 사태로 인한 차압이나 강제 경매로 매물이 나온 게 아닌 ‘양질’의 우량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CNN머니는 “애틀랜타 시티 외곽 15분 거리에 있는 전용 문이 딸린 992㎡(구 300여 평) 정도의 주택을 비롯해 사설 경매에서 수백만 달러짜리 호화 주택 경매가 열띤 경쟁을 벌이며 진행되곤 한다”고 전했다. 일반인들로선 매사추세츠에 496㎡(구 150평)짜리 고급 주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틀랜타에 992㎡짜리 세컨드 하우스를 가질 이유가 없지만 상류층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직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로 애틀랜타에 있는 펜트하우스 콘도미니엄을 사설 경매를 통해 판매한 존 앨름은 “프라이빗 경매를 통해 물건을 팔고 사는 경험을 하게 되면 무엇인가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집안이 망해 경매로 집이 넘어갔다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부유층은 경매를 통해 집 거래를 하지 않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경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상류층만의 경매가 인기가 끄는 방식으로 세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류층 전용 호화 주택 경매 전문가 크리스 롱리는 “경매는 2000여 년간 존재해 왔고, 최근 들어 이베이의 등장으로 경매에 대한 사람들의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상류층 내부에서도 부동산을 비롯한 다양한 물품에 대한 경매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전문가 바버라 코르코런도 “최신 트렌드는 경매에서 럭셔리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경매 전문 회사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
실제 그랜드이스테이트옥션이나 샬롯 같은 고급 주택 전문 경매 회사의 경매 실적은 지난 2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이스테이트옥션 같은 경우 미국 내 대표적 휴양지인 아스펜이나 콜로라도·팜비치·플로리다 등에 있는 150만 달러(17억 원)에서 1000만 달러(110억 원)짜리 고급 주택 수백 채를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
2005년 15채의 호화 주택 경매를 성사시켰지만 2009년에는 25채로 실적이 크게 뛰었다. 그랜드이스테이트옥션을 운영하는 스테이시 커크는 “사람들이 르누아르나 모네의 명화들이나 5만 달러짜리 와인은 경매를 통해 거래하면서 주택은 왜 경매로 거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전반적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한때 폭락했던 미국 뉴욕의 초호화 주택 경기도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최근 ‘뉴욕 럭셔리 주택에 대한 수요가 다시 돌아왔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뉴욕 번화가에 있는 900만 달러(100억 원)짜리 주택을 비롯해 고가 주택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FAZ는 뉴욕 내에서도 저소득층 거주지인 퀸스나 브루클린 지역은 수백 채의 아파트들이 경매 처분 대상이거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반면 부유층이 거주하는 맨해튼의 수백만 달러짜리 럭셔리 아파트들은 경제 위기 이후 최대의 피크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뉴욕 호화 주택 가격이 2년 전 최고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200만 달러(22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가격이 상당 부분 회복된 데다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의 부동산 정보 회사인 스트리트이지닷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00만 달러 이상 럭셔리 주택 거래는 117건이 이뤄져 전년 동기 대비 67%나 증가했다. 평균 거래 가격도 전년보다 13%가량 높아진 상태다.
뉴욕 부동산 거래 관계자들은 “월가의 보너스 잔치가 없어지지 않은 만큼 금융계 고액 연봉자들의 구매 수요도 여전히 있지만 각종 사업 종사자 등 고급 주택 구매층이 다양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