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사는 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제작 결함 시정) 사태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가 이제야 잠잠해지고 있다. 가속페달이 바닥 매트에 걸리는 문제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미국 리콜과 무관하다고 하다가 최근에야 리콜을 실시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눌려 있는 상태에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현상과 관련한 문제도 비슷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관련 차량의 부품은 일본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는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결국 소비자는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까지 직접 확인해야 하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세계 자동차 산업계를 강타한 도요타 사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는 품질관리 체계상의 문제, 즉 현지 생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에 대한 품질관리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리하게 부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협력 업체에 과도한 비용 삭감을 추진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결함이 발생했다는 소비자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 신속한 자체 조사는 물론 후속 조치까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이모 씨는 올해 1월 중순에 준중형차를 구입해 운행하다가 3월 초에 주행 중 갑자기 연료호스가 터져 길바닥에 휘발유가 흘러내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연료 공급 호스의 경도가 규격을 만족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그리고 이 연료 공급 호스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부품으로 확인됐다.

한 여성 운전자가 구입한 중형 수입 자동차는 구입 직후부터 브레이크 작동 시 소음이 심하게 발생해 애프터서비스센터에서 몇 차례 수리를 받았다. 수입 자동차 회사에 항의했더니 ‘결함은 인정하지만 브레이크 관련 부품은 돈을 내고 수리하라’고 배짱을 부렸다.

자동차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고장이 나고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데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수만 대의 동일 차량을 생산했는데 결함이나 하자가 일부 차량에서만 발생하는 이유는 설계 오류, 부품 불량, 조립 불량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생산 단계에서 작업자가 매너리즘에 빠져 긴장의 끈을 잠시라도 놓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동차는 바로 반응하게 돼 있다. 차량 품질에 불만을 제기하는 실제 사용자, 즉 소비자의 불만에 대해 경청하고 결함이 있을 경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기업의 상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해하는 장애 요인은 또 있다. 바로 노조다. 필자가 작년에 국내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직원들이 작업장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은 물론 심지어 흡연까지 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노조는 관리자나 사용자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지대나 무풍지대란 말인가. 심지어 공장 설비를 증설하려고 해도 조합원들의 주차장 확보가 우선돼야 하고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노조 간부 전용 팻말이 붙어 있었다.

얼마 전에는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던 생산 공장 공장장이 노조에 미운털이 박혀 결국 자리를 내놓은 일도 있었다. 노조가 현장 최고경영자까지 갈아 치우는 인사권을 행사한 셈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는 없다. 임금 협상 결과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한다는 명분으로 하루 휴업하는 노조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정신 상태로는 절대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경쟁 회사라고 하더라도 좋은 점은 벤치마킹해 양질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쳤다고 해서 잃어버린 소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약력 : 1954년생. 1981년 (주)쌍용. 1988년 한국소비자보호원. 생활안전팀장, 공산품팀장, 분쟁조정1국장. 제5회 소비자의 날 업무 유공 국무총리 표창. 제6회 자동차의 날 업무 유공 대통령 표창.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부장(현).

김종훈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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