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스릴러’로 다가오다

‘하녀’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함께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밀양(2007)’의 이 감독과 전도연이 이제 서로 다른 작품으로 칸의 레드 카펫을 밟게 된 것. 더구나 전도연은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기억이 있기에 다시 한 번 수상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 결코 자신의 집이 아닌 대저택에 홀로 하녀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하녀’에 대한 가장 유용한 정보는 고 김기영 감독의 걸작 ‘하녀(1960)’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7년 마틴 스콜세지의 지원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해 2008년 칸영화제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은이(전도연 분)는 쌍둥이를 임신 중인 안주인 해라(서우 분)가 있는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집안일을 모두 관장하는 나이 든 하녀 병식(윤여정 분)의 지도 아래 일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자신을 잘 따르는 해라의 딸 ‘나미’와도 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해라의 남편이자 집안의 어른인 훈(이정재 분)과 부적절한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되고 은이는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병식과 훈의 장모(박지영 분)가 그 관계를 눈치 채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간다. 심지어 임신까지 했다는 걸 알게 된 장모가 사고로 위장해 은이에게 상해를 입히려고 한다.

기본적인 관계 외에는 모든 것을 바꿨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과거 김기영의 ‘하녀’는 잊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것이 기존 오리지널 팬들의 질타를 살 요소일지도 모르지만 기계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던 하녀의 얼굴에 ‘정서’를 불어넣은 것은 순전히 감독의 역량이다.

나이 든 하녀 윤여정의 ‘까칠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면서 원작의 공포영화 같은 느낌보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로 불린 국내 여러 TV 드라마들의 과감한 파격성에 가깝다.

그것은 또한 임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특유의 반골 기질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 속 서우가 윤여정을 향해 ‘숭한 목소리’라고 모욕을 줄 때도 그는 카메라 뒤에서 낄낄거리고 있었을 것 같다. 임 감독의 ‘하녀’는 원작보다 스릴러 드라마로서의 영화적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다.


로빈 후드

13세기 영국, 평민 출신이지만 뛰어난 활쏘기 실력을 가진 로빈 후드는 용병으로 프랑스 전투에서 대활약을 펼쳐 리처드 왕의 신임을 받지만 전투 중 왕이 전사한다.

뒤이어 왕위에 오른 존 왕은 폭력적인 통치로 전쟁 후유증을 앓는 영국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로빈 후드는 죽은 아버지가 자유를 위해 왕권에 도전하다가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료들과 함께 부패한 존 왕에 맞선다. ‘글래디에이터’의 명콤비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가 10년 만에 손을 잡은 영웅 서사시.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이다윗 분)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분). 그녀는 꽃 장식 모자에서부터 화사한 의상에 이르기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며 난생처음 시를 쓰게 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창동 감독 작품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선라이즈 선셋

새벽 3시 기상, 러닝머신으로 시작하는 일상, 신성하고 경건한 ‘오체투지’ 기도와 명상,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그를 보기 위해 몰려 온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최초의 영상 기록이다.

진솔한 대화와 그의 일상 속에 담겨진 종교를 초월한 위대한 메시지를 읽고,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달라이 라마 14세’의 진짜 모습을 만난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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