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면 함께 봐야 진정한 아티스트죠”

현태 라뷰티코아 대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토털 뷰티살롱 ‘라뷰티코아’의 현태(38) 대표는 이쪽 업계에서 알아주는 ‘가위손’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국내외 8개의 지점을 거느린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그는 지금도 ‘라뷰티코아’를 찾는 고객들의 머리를 직접 다듬고 손질해 준다.

무엇보다 그 일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에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현 대표를 만나 그의 지난 삶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인천이 고향인 현 대표는 고교 시절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유명 헤어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쪽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한 헤어스튜디오에서 머리를 다듬고 나오는 손님을 보는 순간 그렇게 멋지고 ‘핸섬’해 보일 수 없었다.

“충격적이었어요.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막 드는 거예요. 요즘 말로 하면 필이 확 꽂혔다고나 할까요. 어린 나이였지만 이쪽 일에 내 인생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을 그때 처음 했습니다.”

19세 때 인생의 진로 결정

현 대표는 이때의 날짜도 정확히 기억했다. 1990년 9월 1일. 그의 나이 불과 열아홉 살 때였다. 일단 결심이 서자 그는 앞만 보고 ‘돌진’했다. 집에서 가까운 미용실에 취직해 청소 등 온갖 밑바닥 일부터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일하는 틈틈이 학원에 등록해 미용 관련 이론 공부도 병행해 나갔다. 그렇게 무작정 부딪치고 공부해 나가기를 1년여. 현 대표는 고향인 인천을 떠나 서울 압구정동에 진출하게 된다. 여기서 현 대표는 스승인 헤어뉴스의 샤니고 원장을 만난다.

“샤니고 원장님을 만나면서 진정한 뷰티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고객들의 머리를 손보는 차원에서 벗어나 헤어 아티스트로서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우게 됐지요. 아울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객들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눈도 이때 갖게 됐습니다.”

샤니고 원장과 함께하면서 현 대표는 이전까지 즐기던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 술과 담배를 끊은 빈자리에는 대신 ‘스케일’과 ‘자신감’이 찾아왔다.

현 대표는 ‘뷰티’를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이 조화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뷰티라고 하면 단순히 우리 머리나 신체의 일부를 터치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좁은 생각입니다. 감각과 인격의 조화가 동반되지 않고선 진정한 아름다움이 나올 수 없습니다.

특히 헤어 뷰티는 스타일 메이킹에서 가장 중요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옷과 화장은 괜찮은데 머리 스타일이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영 ‘폼’이 나지 않잖아요. 품위를 느낄 수 없는 것도 물론이지요.”

‘라뷰티코아’를 찾는 고객들 중에선 4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 적지 않다. 유명 탤런트에서부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시장, 군수 등 정치인, 대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이미 시대 트렌드가 바뀐 방증이라고 현 대표는 말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헬스와 뷰티에 대한 관심이 필연적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현 대표의 판단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 사람들은 확실히 자신을 꾸미고 나타내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40대 이상이 되면 사실 자기 관리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관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를 가장 확실히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 동창회입니다.

남자 나이가 40줄에 접어들면 같은 연배라도 관리 여부에 따라 10년 정도는 젊어 보이기도 하고 늙어 보이기도 하거든요. 꾸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고객의 겉모습만 꾸며 준다면 이쪽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스타일리스트’, 혹은 ‘아티스트’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의 내·외면을 함께 ‘케어’해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현 대표는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드라마 ‘허준’ 속에서 허준의 스승이 한 말을 통해 절감했다고 한다.

“드라마 속에서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제자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환자를 치료할 때는 아픈 부위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치료하라’고 말이죠. 그때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저도 고객의 외양만 꾸며주는 ‘기술자’가 아니라 내면까지 함께 케어해 주는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자고 결심했죠.”

남의 말 경청하는 ‘열린 마인드’

현 대표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 맨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헤어 뷰티를 공부할 수 있었던 데다 자신이 새로운 스타일을 내놓을 때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했지만 운도 잘 맞았다는 얘기인데 이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라뷰티코아의 조윤화 부장은 현 대표를 가리켜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라고 귀띔했다. 조 부장은 “뷰티 업계에 있는 분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이나 색깔이 무척 강합니다. ‘고집’이 센 편이죠. 하지만 현 대표님은 그렇지 않아요. 언제나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세요. 부하 직원의 생각이라도 배울 게 있다면 언제든 수용하지요. 그래서인지 젊은 직원들보다 아이디어도 더 풍부해요”라고 말했다.

현 대표는 라뷰티코아에서의 일과가 마무리되면 저녁 시간에는 미용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정·관계 인사, 대기업 CEO, 인기 탤런트, 영화배우 등 다양한 사람들과 교유하면서 그는 ‘사고의 폭’을 넓힌다.

“뷰티 쪽에 있다고 해서 꼭 이쪽 사람들만 만날 이유는 없어요. 오히려 다른 분야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미처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과 나눈 이야기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지나 녹음기 등을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라뷰티코아의 전체 임직원은 현재 300명 정도다. 처음 70여 명으로 출발했던 것에 비하면 4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회사가 커지다 보니 요사이 현 대표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조직 관리’다.

그가 만나는 사람 중 ‘조직 관리의 달인’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조직 공부를 통해 라뷰티코아가 잘나가고 있지만 잘나가는 지금이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 뻗어나가느냐 아니면 지금의 성과에 만족해 안주하느냐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대기업의 CEO들을 만나면 조직의 ‘최고 선장’들끼리 함께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 더욱 좋다고 그는 말한다. 예컨대 ‘CEO들의 외로움’이 대표적이다.

“겉으론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CEO는 외롭고 힘든 자리예요. 자신의 결정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때가 많거든요. 따라서 누구보다 냉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CEO도 사람인지라 고민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괴로워도 티를 내서는 안 됩니다. 최고 사령탑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직원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 때문에 때론 연기를 할 필요도 있는데, 다른 회사의 CEO들을 만나면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많은 힘이 됩니다.”

현 대표는 장차 뷰티 전문 인력을 양성할 뷰티 전문 재단을 세우는 포부를 갖고 있다. 미용이나 뷰티 관련 학과가 있긴 하지만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우리나라 미용 관련 학과에선 이론 쪽으로 다분히 치우쳐 있습니다. 그나마 졸업하고 나면 거의 까먹고 말아요. 이래서는 스타 아티스트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춥니다. 앞으로 세울 뷰티 전문 재단에서도 이처럼 실력 있는 스타 아티스트들을 양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현태 라뷰티코아 대표 : 1972년생. 90년 미용계 입문. 96년 끌로에 부원장. 98년 조성아 뷰티폼 부원장. 2003년 라뷰티코아 오픈. 2007년 라뷰티코아 미국 본점(LA) 오픈. 2008년 싸이월드 패셔니스타상 수상. 라뷰티코아 대표(현).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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