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리스크 관리·펀딩…‘고속 질주’

카드 부문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전무이사)을 거쳐 2003년 1월 현대카드 부사장에 취임했다.

2003년 10월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정식 취임한 정 사장은 약 9000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을 2년 만인 2005년 4500억 원의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현대카드는 2001년 출범 당시 1.8%에 불과한 시장점유율로 카드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3년 당시 점유율도 3%에 그쳤지만 2009년 말 기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6.9%를 기록하며 업계 2위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이어지던 지난해 이룩한 고속 성장의 핵심 비결은 평소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과학적 펀딩 전략에 대한 정 사장의 신념에서 찾을 수 있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 장기 자금 차입 비중 60% 유지, 해외 차입 비중 30% 이상 유지 등의 전략은 업계 타사들이 경색된 자금시장으로 인해 재무 위기로 고전할 때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됐다.

충당금 적립비율 역시 요구액 대비 130~1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3%대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매출 구성도 신용카드 본연의 업무인 신용판매(일시불·할부)가 전체의 85% 수준이다.

현대캐피탈은 2006년 6월 주택 담보대출 상품인 프라임 모기지(Prime Mortgage)를 취급하면서 당시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처음 도입했다. 부동산의 담보 가치(LTV)와 함께 고객의 소득수준까지 감안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GE와 전략적 제휴도 성사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 현대캐피탈·현대카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각각 2004년 8월과 2005년 8월 성사시켰다. GE와의 제휴로 더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고 대외 신인도 향상에도 결정적 계기를 이루며 선진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과 마케팅 기법 등을 상호 공유하고 있다.

정교하고 치밀한 과학적 분석 기법과 차별화되고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 아래 국내 금융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마케팅이 정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졌다. 단일 카드 최초 700만 회원 돌파를 이룩한 현대카드M을 필두로 알파벳 마케팅과 VVIP 마케팅, 디자인 마케팅, 스포츠·문화 마케팅 등은 금융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정 사장의 4대 경영 철학은 네버엔딩 체인지(Never-Ending Changes), 스트래티지 포커스트(Strategy Focused), 스피드(Speed),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다. 지속적인 혁신, 전략적 관점, 속도 등을 강조하는 현대캐피탈·현대카드의 기업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카드의 사회 공헌 방식 역시 남다르다. 지난해 2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최된 ‘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 행사를 후원해 한국 산업 디자이너의 작품 75개의 세계 진출을 돕는 한편 8월에는 서울역 앞 아트쉘터 12개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기부했다. 올 들어 지난 4월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도보 여행 코스인 제주 올레길에 이정표와 기념품 등을 디자인해 기부하기도 했다. 금전적 기부 대신 기업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다.

현대캐피탈·현대카드가 위대한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한 올해 핵심 과제는 ‘CS 혁신’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고객 만족을 가리키는 CS(Customer Satisfaction)의 의미를 고객 해법(Customer Solution)으로 재정의했다.

회사 내 모든 사업실을 대상으로 고객 만족과 관련된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취합해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고객 관점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10대 과제를 선정해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본인이 원할 경우 ARS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 ‘실버케어 전문 상담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약력 : 1960년생. 83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87년 미국MIT경영학석사. 88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 96~2000년 현대모비스 미주법인 및 멕시코 법인장. 2001년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2003년~현재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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