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화성·가평·강동구 ‘눈에 띄네’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본 ‘뜨는 지역’ 왜?

최근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시세 하락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 전국 공동주택 999만 가구의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전국적으로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경기 침체의 여파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가격 회복 속도도 가장 빨랐던 지역이 상위에 올랐다. 상위에 오른 지역들은 재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거나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는 곳으로 투자자들은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지역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4월 30일 발표한 ‘2010년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 가격 공시’에 따르면 아파트 공시가는 올해 평균 4.8% 상승했지만 연립주택은 5.4%, 다세대주택은 6.4% 올랐다.

아파트보다 연립과 다세대주택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지만 공시 대상 주택 수가사 연립(45만 채)과 다세대주택(145만 채)보다 아파트(809만 채)가 훨씬 많아 전체 상승률은 4.9%로 산출됐다.

시군구별로 경기도의 도시들이 공시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다. 경기도 과천의 공시가가 18.9% 상승해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화성(14.3%)·가평(12.5%)·수원영통(11.2%)·성남분당(10.4%)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강동구가 12.0%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강남구(11.5%)·송파(11.3%)·양천구(9.6%)·서초구(7.7%) 등 강남권과 목동 등지에서 상승세가 뚜렷했다.

반면 공시지가가 떨어진 곳은 2기 신도시가 건립 중인 지역과 경기 외곽에서 많이 나왔다. 작년 10월 이후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서울 도심에서 20km 안팎 떨어진 그린벨트에서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에 공급된 데다 지난해 말 집값 상승의 수혜를 외곽에서 누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주(마이너스 4.7%)·파주(마이너스 2.3%)·김포(마이너스 2.0%)·포천(마이너스 1.7%)·의왕(마이너스 1.5%) 등의 순으로 떨어졌다.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큰 지역은 강원도 철원으로 마이너스 4.9% 떨어졌으며 세종시 건립이 추진 중인 충남 연기군도 마이너스 4.0%를 기록했다.

과천

과천은 2009년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21.5%나 떨어지면서 하락 폭이 매우 컸다. 2010년 공시가격이 18.9%로 높게 나타난 것은 그 이전에 하락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회복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라고 현지 공인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전국적인 거래 침체 상황이 과천을 비켜가지는 않았지만 인구 7만 명의 계획도시 과천은 기존의 저층의 주공 아파트를 전면적인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과천 주공 11단지와 3단지는 재개발을 마쳤다. 주공 11단지는 래미안 에코팰리스 단지로 탈바꿈해 2007년 650가구가 입주했으며 주공 3단지도 3143가구의 래미안슈르로 재개발을 마치고 2008년 8월부터 입주했다.

기존 주공 3단지의 3110가구가 일반 분양 없이 거의 그대로 래미안 슈르의 3143가구에 입주하면서 큰 이동이 없는 일대일 재건축이 이뤄졌다. 과천시 원문동 다인공인중개사의 관계자는 “과천 지역은 매매 물건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세 물건만 주로 거래되는데 요즘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전세를 찾는 이나 신혼부부의 문의가 거의 없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과천 지역의 아파트는 실평수보다 지분이 커 언뜻 보기에 가격이 매우 비싸게 보인다. 예를 들어 주공 아파트 52㎡(구 16평)는 6억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실제 지분은 76㎡(구 23평)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천이 계획도시였던 것만큼 동과 동 사이의 간격이 여유롭게 지어졌고 저층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과천주공 11, 3단지 재개발에 이어 지난 4월 말 1·6·7·9단지 역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과천시는 오는 2020년까지 2개 단지씩 재개발을 진행한다는 로드맵 아래 본격적인 재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과천시가 상정한 ‘2020 과천시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용적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승인해 시장의 기대가 다소 무너졌다. 과천시가 입안한 각 주공 아파트 단지 용적률 200~250%를 140~250%로 낮췄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용적률 역차별로 인해 최근 1~2개월간 매수세가 사라졌고 지난해 가파른 가격 회복세가 꺾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별양동 주공6단지는 오히려 3월 말 대비 5000만 원가량 떨어진 수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별양동 주공5단지 148㎡는 4월 말 대비 3500만 원 떨어졌고 122㎡는 2500만 원 하락해 각각 10억3000만~11억 원, 8억8000만~9억5000만 원 선에 매매가가 형성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천이 재건축 시장을 이끌고 있고 지속적으로 과천 지역에 호재가 있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천시가 제2도약을 위해 2013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지식정보타운 건설은 주목할 만하다.

과천시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 127만4000㎡(구 38만5000평)에 조성되는 지식정보타운은 이곳에 지식 기반 산업을 유치하고 상업·주거·문화·교육 등이 복합된 단지로 만들어진다. 현재 이 개발 지역에 대해 협의 보상이 곧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제2경인고속도로가 이 지역을 관통할 예정이고 국립과천과학관 부근에 지하철역이 건립될 계획이다.


경기 화성(동탄)

경기도 화성의 부동산 시세는 동탄 신도시가 이끌고 있다. 수도권 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신도시로 조성된 동탄 신도시는 지난 2008년 제2동탄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과천과 마찬가지로 2009년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12.4%로 하락 폭이 컸던 만큼 2010년 공시가격의 상승 폭도 크게 나타났다.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2007년 아파트 가격이 최고로 상승했을 때에 비해 현재 90% 정도 회복됐다”며 “당시에 비해 많게는 1억 원, 적게는 7000만~8000만 원 정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탄신도시는 가까운 기흥의 삼성전자 공장, 삼성반도체 화성 2, 3단지뿐만 아니라 최근 경북 구미에 있던 LG전자 연구소가 평택디지털단지로 이전함에 따라 이곳 직원들이 동탄신도시를 거주지로 꼽으면서 매물이 거의 바닥났다.

동탄신도시의 아파트들뿐만 아니라 오는 8월에 준공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메타폴리스’ 등도 분양이 거의 다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도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울과 수원 등지에서 투자자가 다소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경기도가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전철(GTX) 건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동탄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GTX가 건립되면 동탄에서 서울까지 14분이 걸리며 일산까지 곧바로 갈 수 있다.

동탄역 주변은 글로벌 기업·컨벤션센터·호텔 등이 들어서는 ‘광역비즈니스 콤플렉스’로 특화 개발돼 동탄신도시 내 핵심 상업지구가 될 예정이다. 동탄역 지하 3층에는 삼성 코엑스몰에 버금가는 초대형 쇼핑몰이 들어선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시작될 제2 동탄신도시의 아파트 신규 분양은 동탄뿐만 아니라 화성시의 집값 판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 믿음공인중개사의 관계자는 “제2 동탄신도시의 분양이 시작되면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지만 한동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며 “제2 동탄신도시는 단기적으로는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평

다른 지역에서 아파트 시세가 공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면 가평은 좀 상황이 다르다. 이 지역에 ‘전원형 명품 주거 단지’가 속속 개발되면서 가평 일대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가 지난해 개통되면서 서울과의 교통 여건이 좋아진 것이 이 지역 개발의 주요 배경이다. 이 지역 부동산 업자들은 부동산 가격 오름세와 관련해 소위 “2~3바퀴 돌았다”고 표현하는데 최근 수년간 투자자, 개발자 순으로 가평의 부동산 가격을 올렸다면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청평호와 북한강이 흐르는 가평 일대에 서울과 수도권의 중산 계층이 이 지역에 전원주택을 소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과의 근접성이 커지며 최근에는 ‘세컨드 하우스’가 각광을 받아 고급 타운하우스가 들어서고 있는 것.

이 지역 부동산 컨설팅사인 가람종합건설의 남창희 씨는 “고속도로 연결 전에는 3.3㎡당 100만 원 미만이었던 가격이 이제는 천정부지로 올라 강을 끼고 있는 별장 부지는 최대 1000만 원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삼성 중공업이 가평에 지은 연립형 타운하우스 ‘청평 라폴리움’ 32가구는 분양가가 평당 2200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평은 지난 2008년 말부터 2009년 중반까지 전국 부동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지난 200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6% 상승했다. 부동산 개발 업체 KEB D&C는 가평군 상면 연하리 일대에 전원주택 단지 ‘발트하임’ 1차분 33가구 분양을 마치고 1차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설악IC 부근에 추가로 40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가평군 달전지구에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을 조성하고 있다.

5만9845㎡ 대지에 들어서는 전원주택 단지로 타운하우스 120가구, 단독주택 20가구 등 총 14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타운형·가구혼합형·테라스하우스형 등 지형을 살려 다양한 형태로 건축된다.

한편 가평 일대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이 운영하는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노인복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와 함께 천주청평수련원, 청심국제병원, 청심신학대학원대학교, 청심 국제중·고교가 들어서 이 일대의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청심평화월드센터는 14만7568㎡(구 4만4650평) 부지에 2만5000석 규모의 실내 스포츠 문화 복합 센터로, 오는 2010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중산층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진행되고 최근 국내에 확산되고 있는 ‘세컨드 하우스’ 붐이 지속되면서 가평 일대의 전원주택 단지는 향후 수요가 늘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올해 말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이 지역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강동·강남

서울의 강동·강남구 등의 공시가격 상승 도 역시 재건축 시장이 좌우하고 있다. 서울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강동구는 2009년 초 3.3㎡당 1717만 원에서 2011만 원으로 오르는 등 17.1% 뛰어오르면서 서울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동구는 강남4구에 속하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비해 일찌감치 투기 지역에서 해제돼 있었다는 점과 재건축 아파트가 많다는 등의 메리트로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었다.

고덕주공 6단지, 고덕주공 2단지, 둔촌주공 등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강동구 일대에서 노른자위 재건축 단지로 손꼽히는 고덕주공 2단지는 요즘 재건축조합의 재건축을 위한 시공사 선정으로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덕주공 2단지는 고덕동 217 일대에 기존 저층 주공 아파트 71개동 2600가구와 부대시설 및 상가, 주변 삼익그린 12차 아파트 171가구 등을 철거하고 건폐율 30% 이하, 용적률 250% 이하를 적용받아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4064가구로 재건축된다.

강남구는 2009년 초 3.3㎡당 3608만 원에서 4292만 원까지 올라 1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56㎡는 2009년 동안 4억1500만 원이 올랐다.

1982년에 준공된 서울 시내 대표적인 노른자위 저밀도지구인 강남구 개포지구(1~4단지)는 지상 5층짜리 3022개동에 36~59㎡ 1만440가구로 이뤄져 있다. 부지 면적이 393만㎡로 강남구에서 규모가 큰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이며 강남구에 마지막 남은 저밀도지구다.

정부의 종합소득세율 및 양도소득세율 인하 방침 발표로 강남의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이 실익을 챙길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허문찬기자 sweat@ 20080902

개포지구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은 개포주공 1단지다. 개포주공 1단지는 지상 5층 124개동 5040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 단지는 2003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개포지구 내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개포주공 1단지의 아파트 시세는 지난 4월 20일 현재 36㎡는 6억8000만 원, 42㎡는 7억8000만 원, 49㎡는 9억5000만 원, 52㎡는 11억2000만 원, 56㎡는 12억6000만 원, 59㎡는 15억8000만 원 선이다.

강남권의 핵심 중층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지난 3월 재건축의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총 4424가구로 이뤄졌으며 1979년 준공됐다.

2003년 12월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성된 후 그동안 주민 갈등과 정부 규제 등으로 재건축이 답보 상태를 보여 왔다. 최근 정밀안전진단 통과와 재건축 결정 등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은마아파트 시세는 5월 현재 전반적인 주택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정비계획 수립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최근 집값 하락세로 고전 중인 강남지역 다른 아파트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그동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예산 신청이 안단진단 통과 뒤 한 달여 만에 신속하게 진행되는 등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향후 주변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대치동 일대 아파트들은 지난 한 달 사이에 일부 지역의 경우 1억 원 이상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대치동 미도2차 115㎡는 불과 1주일 사이에 3500만 원 하락한 10억∼11억3000만 원을 보였고 개포동 개포자이 158㎡도 같은 기간에 2500만 원 하락한 13억∼14억원 대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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