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월드컵 마케팅의 중심에 서다
미국 내 최대 인기 프로스포츠인 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은 경기 내용 못지않게 기발한 아이디어의 경연이 펼쳐지는 ‘광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0초 단발 광고 단가가 200만∼3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그만큼 광고 효과가 매우 높아 매년 60여 개의 광고가 오로지 슈퍼볼만을 겨냥해 제작된다. 슈퍼볼이 끝나자마자 어떤 광고가 더 주목을 받았는지 순위가 바로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 간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그런데 올해 슈퍼볼에서 23년간 한 차례도 빼지 않고 광고해 온 펩시가 사라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펩시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톱스타’ 신디 크로포드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등장시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펩시의 전격적인 슈퍼볼 광고 중단은 비싼 광고료 때문이 아니다. 펩시는 TV 광고 대신 온라인 광고를 택했다. 양방향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펩시는 페이스북에 2000만 달러의 광고비를 쏟아 부었다.
펩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가 고객들에게 훨씬 더 호소력이 높다고 봤다. TV는 30초짜리 짤막한 광고에 지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는 30일간 광고를 지속할 수 있어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것. 펩시의 이런 결정은 향후 광고 시장에 격변을 몰고 올 전망이다.
오는 6월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월드컵 마케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3억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된 소니에릭슨은 ‘소셜 미디어’에 사실상 ‘올인’했다. 축구를 통한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소니에릭슨은 팬들과 디지털 커뮤니티를 만들어 홍보 활동을 펼친다는 구상을 세웠다. ‘소셜 네트워킹 월드컵’이라는 모토 아래 트위터와 유튜브, 페이스북을 팬들과 접촉을 강화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네트워크 사이트 통한 홍보 활발
이를 위해 소니에릭슨은 온라인 축구 애플리케이션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트위터 월드컵’을 통해 참가국 간 트위터 경쟁도 유도한다. 소니에릭슨은 모바일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월드컵 검색엔진인 ‘월드컵피디아(WorldCupedia)를 깔았으며 저장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월드컵 주요 장면을 친구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다른 공식 후원사도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현대자동차 등도 TV와 보드판의 전통적인 광고 방법에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홍보 활동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포털 사이트 다음의 트위터 서비스 ‘요즘(YOZM)’에 월드컵 공식 트위터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7월 말까지 운영하면서 월드컵 관련 소식과 현대차 월드컵 프로그램 등을 실시간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소셜 미디어는 TV 신문 등 매스컴보다 광고비가 저렴하면서 더 효율적인 것이 장점이다. 트위터를 개설하는 데 드는 돈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만약 기업이 후원하는 유명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의 트위터를 활용하면 광고 효과가 극대화된다. 수만 명의 팬들이 유명 선수를 친구로 등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소셜 미디어는 월드컵 비공식 후원사들에도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의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TV나 인쇄 매체 등을 활용한 앰부시 마케팅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감시망을 피하기 힘들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에 소셜 미디어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미디어의 광고 시대가 저물고 확실한 타깃을 대상으로 한 ‘소셜 미디어 광고 시대’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 주)=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