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접근 ‘금물’…기업 가치를 보라

환율을 이용한 주식 투자

지난 3월에는 금리지표를 이용한 주식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전히 국고채 금리는 3%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시중 예금금리는 더 하락하고 있다. 3%대를 밑돌면서 세금을 제외하고 물가상승률 2~3%를 감안하면 돈의 가치인 금리는 0% 이하 수준이다. 주식시장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4월에는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인 환율에 대해 알아보자.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들의 실적과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 원화 환율은 급격한 달러화 대비 절상 속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수출주들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을 염두에 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영향을 끼쳤다고도 한다. 한국의 신용 등급이 올라가고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가세되면서 원화의 강세 기조가 강화됐다. 2009년 초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1원에서 추가적인 금융 위기 가능성에 따른 위험 자산 회피 현상이 불거지면서 3월 2일 1달러에 1575원까지 갔다.

이후 국제금융 시장의 안정화와 위험 자산 회피보다 경제 회복 기조와 함께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 국면과 같이해 한국 원화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원화 강세의 속도가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원화는 달러화 대비 1.5%, 연초 대비 3.7% 하락했다.

고환율 끄떡없는 반도체·LCD 산업

환율의 변동은 여러 가지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지표다. 수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격 요인으로 반영될 수 있으며 수입 원자재에 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수출 기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영향력이 매우 크다.

대표적 수출 기업인 정보기술(IT)·자동차의 경우 환율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IT 산업의 경우 반도체·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TV·휴대전화 등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경우 수요와 공급 요인 등이 가격·가동률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 설비가 대부분이고 수출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원화의 약세 시점에서는 초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재료비는 수입하는 경우도 많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특성은 이익률 개선의 한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환율 효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 요인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1, 2위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반도체·LCD 패널과 같은 재료 산업의 경우 환율은 이익률에 영향을 주지만 산업의 수요·공급 요인에 따른 초과 공급·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이익률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반도체와 LCD 패널 가격은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업체들의 파워가 더 크다는 의미다.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절상돼도 수출 산업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익률 영향이 적을 수 있다.

따라서 관념적으로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주 중 반도체·LCD 관련주에 대한 위험 요인을 과대 계상하기보다 우선적으로 이들 산업의 경쟁력, 수요·공급 요인, 제품 가격의 변화 요인이 주가와 기업 가치 평가에 영향을 더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현재 반도체 및 LCD 패널 가격은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들의 가동률은 90~100% 수준에 이르고 있어 환율 요인의 부정적 요인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반면 IT 업종 중에서 세트 업종, 즉 TV 및 휴대전화는 다른 양상이 진행 중이다. 세트의 경쟁 국가는 저가 제품의 경우 중국·대만 등이지만 고가 제품의 경우 미국·일본 제품과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원화 절상은 제품 가격 경쟁력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TV 시장의 경우 발광다이오드(LED) TV, 3D LED TV 등 신제품 개발 경쟁력이 환율 요인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환율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수입 업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원화 값 상승은 수입 업체들에는 긍정적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도 외화 부채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 소송 등으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쳤던 KIKO 관련주들의 재무적인 안정성도 회복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높은 원화 가치는 탄탄한 경제성장 증거

또한 ‘원화 절상=내수 관련주 호재’와 같은 식의 단순한 접근법은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료·금융·통신서비스 등이 내수 업종에 속할 것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제 각각의 산업 내 경기 사이클의 위치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원화 절상에 따른 내수 종목 찾기보다 각 산업의 경기변수·경쟁관계·개별 기업의 성장성 및 경쟁력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음식료는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지만 내수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 국면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국 내수를 겨냥한 수출 요인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더 살펴보아야 한다.

통신서비스의 경우 가입자 경쟁 자제로 인한 마케팅 비용 절감 요인이 있지만 통신시장의 성장 한계성 및 스마트폰에서의 주도권 경쟁 등이 여전히 경쟁 비용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

한편 환율 변화는 주식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동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규모 한국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 확대는 달러화 유입에 따른 원화 절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원화 강세에 따른 차익 수요도 높이게 된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한국의 경쟁력 및 기업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적극적인 순매수 기조를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동시에 강화했다. 한국 원화 가치 강세는 한국 경제의 성장성 및 경쟁력 지표 중 일부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수출 기업이 많기 때문에 원화 강세가 한국 수출 경쟁력 약화, 이익 구조 하락, 주식시장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출 확장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한국 경제성장률 기여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한국 주식, 채권에 대한 매력 요인이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을 촉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위안화 절상 우려감,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주 기대수익률 하락, 내수 관련주 기대감과 같은 단순 논리적인 투자 접근법은 투자수익률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랜 경험상 이보다 개별 산업, 개별 기업의 성장성, 경쟁력 요인이 더 주요한 요인이다.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 채권에서의 기대수익률 이외에도 환차익의 가능성을 원화 절상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절대적인 원화 가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대국 통화 가치에 따라 다르며 유동성 요인 등 다양한 요인들이 환율 결정에 영향을 끼친기 때문에 외생변수인 환율 전망보다 방향성과 개별 주식, 산업에 대한 분석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민후식 운용본부장
1962년생. 한국외국어대 졸업. 미 덴버대 MBA. 고려증권·동양증권·한국투자증권 IT 부문 애널리스트 18년. 2007년 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현).

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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