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휩쓰는 ‘소셜 네트워크’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은 단순히 경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 광고의 총아로 꼽힌다.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팔기 위해선 30초에 35억 원을 지불해야 할 정도다.우리에겐 현대자동차가 광고를 한 것이 뉴스였지만 미국에선 23년간 단골로 등장했던 펩시콜라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화제였다. 펩시가 선택한 새로운 시장은 ‘페이스북’이다. 고객과의 양방향 대화를 원했던 기업의 입장과, 4억 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만남이었다.
“대학 선배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초대장.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인 ‘링크나우’에서 인맥 관리를 하니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기존에 접했던 싸이월드나 블로그, 카페나 동호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터라 별 관심이 없었다. 며칠 후 우연히 접속해 본 사이트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우선 신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원들의 프로필과 사진이 공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여러 개의 그룹에 가입해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했다. 처음 하는 온라인 활동에 신이 나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관심 있는 클럽에 가입했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해 지식도 쌓았다. 그러자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동기부여’에 대한 강사로 유명세까지 얻게 됐다.
급기야 내 활약상을 전해들은 다이어트 식품 회사 ‘리포젠’의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대표를 맡은 뒤 나는 아예 리포젠을 인수했고 링크나우를 통해 이 분야의 유통 전문가도 만났다. 그분의 도움을 얻어 강남에 198㎡(구 60평) 규모의 다이어트 체인 직영점을 개설했고 일산·인천·대구·광주에 체인점을 개설해 나가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 전문 회사인 ‘리포젠’ 빈현우 대표이사의 사연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인맥을 쌓다가 결국엔 전문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경우. 온라인을 통한 인맥 활용과 네트워크의 힘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가 뜨고 있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 수준이 아니다. 트위터·페이스북·싸이월드·미투데이 등으로 다양화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즈니스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체나 포털이 제공했던 ‘미디어’의 기능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이어받고 있다. 세계 각처의 사건·사고, 기업의 주요 사항 또한 이들을 통해 생중계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인터넷 능가할 네트워크 혁명
소셜 네트워크의 역사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환경을 네트워크라고 한다면, 선사시대에도 소셜 네트워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온라인과 웹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서비스)의 시초는 1971년 개발된 ‘e메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중시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원조는 1997년 선보인 ‘식스디그리즈닷컴(SixDegrees.com)’으로 볼 수 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트위터 등이 선보이며 소셜 네트워크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우리의 경우도 온라인 강국답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역사가 꽤 길다. PC통신 서비스인 천리안의 한글메일 사용자들이 만든 ‘사랑방’을 시초로, 포털의 카페, 개인 블로그 등이 만개했다. 국내 소셜 네트워크의 정점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다. ‘1촌’이라는 강력한 인맥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는 회원 수만 2500만 명에 이르고 상당수의 외국인들까지 가입해 활동 중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개인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넘어 이미 제조·유통·언론·게임·채용·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소스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다음·구글 같은 포털을 위협할 존재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네트워크 기능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싸이 미니홈피’ 열풍이 다소 식은 것처럼, 현재 국내의 소셜 네트워크 시장은 트위터 등 외국 서비스에 밀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 산업을 중심으로 대형 포털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행보도 분주하다.
‘인터넷 혁명’을 능가할 것이라고 평가받는 게 소셜 네트워크의 장밋빛 전망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영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성폭행 전과가 있던 서른세 살짜리 남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10대 소녀를 성폭행, 살해한 후 붙잡힌 경우다.
소셜 네트워크의 특징인 개방성·확장성·익명성 등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다. 게시물에 의한 명예훼손, 허위·과장 정보(광고)의 범람, 소셜 네트워크 중독으로 인한 병리적 현상 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작용들이다.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장진원 기자 jjw@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