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혁신…전 세계서 ‘붐’

왜 소셜 네트워크인가

미국에 ‘징가(Zynga)’라는 게임 회사가 있다. 2007년 7월 설립됐으니까 세 살도 안 된 신생 기업이다. 그런데 올해 매출이 6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6억 달러면 6600억 원이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매출액인 6347억 원(계열사 포함)보다 많다. 세 살배기 징가가 열세 살 엔씨소프트와 맞먹을 정도가 됐다는 얘기다.

2007년에 설립된 징가와 1997년에 설립된 엔씨소프트.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결과는 놀랍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10년 이상 이끌어 온 맏형이다. 최근에는 아이온으로 해외에서 깃발을 날리고 있다.

이런 엔씨와 맞먹는 징가의 정체는 뭔가. 징가는 ‘소셜 게임(social game)’ 회사다. 소셜 게임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온라인 게임’을 결합한 용어로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등의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징가의 대표 게임 팜빌은 이용자가 8000만 명이 넘는다.

징가가 설립된 지 3년도 안 돼 엔씨소프트 규모로 성장한 것은 페이스북이라는 초대형 ‘놀이마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수년 새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해 성공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008년에 설립된 ‘엔지모코’, 2009년에 설립된 ‘포스퀘어’도 이런 범주에 든다.

페이스북·트위터·마이스페이스닷컴….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는 이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뜨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가 됐다. 지금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붐’은 페이스북·트위터와 각국의 서비스가 경쟁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각국 서비스 경쟁 치열

한 여성 네티즌이 싸이월드에서 제공하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지인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소셜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번졌던 ‘싸이 열풍’이 전 세계에서 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지인들과 친밀도를 다지고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특히 페이스북의 기세는 거침이 없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을 ‘제2의 구글’이라고 평하며 구글 시대가 가고 ‘페이스북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2008년 8월 1억 명을 넘었고 2009년 4월 2억 명, 9월 3억 명, 2010년 2월엔 4억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은 2004년 2월 하버드 대학생 마크 주커버그가 설립했다.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본사가 있고 직원은 1000여 명이다. 올해는 직원을 50% 늘릴 예정이다. 해외사무소는 더블린·런던·파리 등지에 있으며 올해는 독일과 인도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한 명의 직원이 연락 업무만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성공 비결은 ‘개방’이다.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든지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100만 명의 개발자가 덤벼들어 50만 개의 앱을 개발했다. 페이스북과 연동하는 웹사이트도 8만 개나 된다.

싸이월드와 비슷한 미니홈피 서비스라면 6년 만에 이용자가 4억 명을 돌파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단순히 사진이나 글을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는 미니홈피가 아니다. 페이스북은 가상공간의 생활 터전이다. 글·사진·동영상 등을 올려 친구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싸이월드와 비슷한데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이용자는 원하는 걸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된다. 게임을 즐기고, 뉴스를 읽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친구가 올린 글이나 사진에 댓글을 달고…. 웬만한 인터넷 서비스는 페이스북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접속자들이 하루 평균 55분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통계도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글로벌 서비스가 됐다. 전체 이용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인도네시아·터키 등은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돌파했고 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필리핀·멕시코 등도 1000만 명이 넘는다. 한국은 약 70만 명으로 60위권 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페이스북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붐을 주도하는 게 있다. 트위터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로 대화하는 일종의 멀티 채팅 서비스다.

트위터는 특히 속보에서 강하다. 뉴욕 허드슨강에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때, 타이거 우즈가 부부싸움으로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알린 매체가 트위터였다. 페루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 이란 대통령 선거 후 테헤란에서 소요가 발생했을 때 실시간으로 상보를 전한 매체 역시 트위터였다. 이제는 신문사와 방송사도 트위터를 통해 속보를 알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이맘때부터 트위터 붐이 확산되기 시작해 지금은 이용자가 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KT가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이동 중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글을 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심지어 화장실이나 침대에서 글을 올리는 마니아층도 생겨났다.

트위터는 학연·지연·혈연은 물론 나이·직급·직종을 떠나 생각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보 유통의 새로운 플랫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사용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가장 큰 원인은 회원이 2500만 명이나 되는 싸이월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4~5년 전에 비하면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 활성화에 나서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네이트와 연동하고 모바일에서도 활성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네이트에 앱스토어를 개설해 소셜 게임을 내려 받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곳에는 현재 애니팡·사천성·햇빛농장·해피가든 등 70여 종의 게임이 올라 있다. 이용자는 165만 명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커넥팅’이란 서비스도 내놓았다. 커넥팅은 싸이월드 일촌, 네이트온 버디 등과 단문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을 닮았다.

싸이월드가 페이스북과 경쟁하고 있다면 NHN(네이버)의 미투데이는 트위터와 경쟁하고 있다. 미투데이 가입자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숫자만 놓고 보면 트위터의 2배에 달한다. 트위터가 30대나 40대를 중심으로 이용한다면 미투데이는 10대와 20대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스타 연예인과 젊은 팬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미투데이는 지인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출발해 점차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1월 폭설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교통 현황을 실시간으로 올려 공유했고,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에는 해군이 미투데이를 통해 최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NHN에 미투데이가 있다면 다음에는 ‘요즘’이 있다. 요즘은 10대와 20대를 겨냥한다는 점에서는 미투데이를 닮았다. 스타 연예인과 팬이 만나는 공간으로 각광받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요즘은 프로필을 보고 친구를 찾아주는 기능이 강점이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추천해 주는 기능과 비슷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싸이월드·미투데이·요즘…. 국내외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1년에 한두 차례 만나는 혈연·지연·학연보다 날마다 대화하는 ‘소셜 친구’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인맥의 개념까지 바꿔 놓는다는 점에서 ‘소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혁명에 동참할지 말지는 누구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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