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세계은행, 제 역할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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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제금융 기구가 관심사다. 핵심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다. IMF가 특히 최근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과정에서 다시 국제금융의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관심사다. 13년 전 미증유의 외환위기를 겪은 뒤 아예 ‘IMF 외환위기’, 심지어 ‘IMF 위기’라고 때로는 거두절미한 채 ‘환란=IMF’로 동일시까지 한 곳이었기에 이 기구의 행보가 한국인에겐 보통으로 보이지 않는다.

<YONHAP PHOTO-0445> A general view of the Development Committee meeting during the last day of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World Bank spring meeting in Washington April 25, 2010. REUTERS/Yuri Gripas (UNITED STATES - Tags: POLITICS BUSINESS)/2010-04-26 08:39:4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최근 그리스 지원에서도 외환 위기 때 한국과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리스를 제외한 15개 유로존 회원국은 앞서 4월 12일 ‘IMF 지원+EU국의 양자 지원’ 방식에 합의하고 그리스가 요청할 경우 2010년 중 최대 300억 유로를 연5% 금리로 지원하기로 합의했었다.

이것과 별도로 IMF는 15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IMF와 EU가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무디스가 국가 신용 등급을 내리고 예금 인출 조짐까지 벌어진 그리스의 경제는 거덜날 수밖에 없을 처지였다. 문제는 그리스가 급전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한 반대 조건을 잘 수행해낼지 여부다. 공공 부문의 군살을 빼고, 나라 빚을 갚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그리스는 극단적 반감을 보이며 줄 파업으로 나왔다.

그러나 ‘IMF가 최선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라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지금 생각해볼 과제가 이것이다. 금융 위기를 어느 정도 예측했으며, 위기 대응과 극복에는 얼마나 기여했는지 하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받았는데 같은 의문이 또 제기된다. 위기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고 감시와 관리에도 부실했다는 비판은 뒤집어 보면 국제사회에서 또 하나의 관료 조직이 생겼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그리스에 대한 뒤처리는 이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다.

지분율 재조정이 관건

외신 보도를 정리해 보면 수개월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원에 IMF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스가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 교통정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IMF가 미국 이익을 대변한다고 경계하는 눈초리가 유럽 국가들 사이에 있어 구제금융과 관련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과거 한국 등 재정 위기에 처했던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시행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IMF가 이번 그리스 사태에서는 어떻게 다루어 나갈지도 관심사다.

그런 IMF와 세계은행에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아직은 미력해 보이지만 지배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은 지분율(쿼터)의 재조정이 핵심이다. 쿼터는 IMF의 업무 집행에서 발언권을 의미한다. 현재 쿼터는 미국이 17.071%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일본(6.118%) 독일(5.978%) 프랑스(4.935%) 영국(4.935%)순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 3위에 올라서 있지만 중국은 3.718%로 6위에 그치고 있다. 한국도 1.345%로 18위에 불과하다. 한국은 벨기에(2.116%)나 네덜란드(2.372%)보다 쿼터가 낮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국제금융 기구의 지배구조 개혁은 그동안 몇 차례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계속 논의돼 왔다.

지난해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IMF 내 선진국 쿼터 중 최소 5% 이상을 신흥 개도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고 당초 이전의 완료 시점은 2011년 1월로 제시했지만 4월 말의 워싱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올해 11월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앞당기기로 했다. 세계은행도 여기에 발을 맞췄다.

지난 3월 말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전체 의결권을 종전의 44.06%에서 47.19%로 3.13%포인트 높인 게 그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은 일본·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의 의결권을 55.94%에서 52.81%로 3.13%포인트 낮췄다.

이번 조치로 186개 회원국 가운데 중국이 가장 큰 수혜국이 됐다. 의결권이 2.77%에서 4.42%로 확대돼 미국(15.85)과 일본(6.84)에 이어 3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브릭스(BRICs) 국가 중에서는 브라질이 2.06%에서 2.24%, 인도가 2.77%에서 2.91%로 의결권이 올라갔다.
한국도 0.99%에서 1.57%로 높아져 22위에서 16위로 6계단 올라섰다. 이사회 규모와 구성, 총재와 고위직 선임 방식 개선도 개혁 과제다. 국제금융 기구가 그리스 사태와 쿼터 조정을 계기로 자기 자리를 제대로 잡고 홀로서기를 할지 주목된다.

허원순 한국경제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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