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주식시장 전망
주식시장의 시계(視界)가 말끔하지 못하다. 반등이 나와도 추세 전환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지는 않은 듯하다. 1분기의 부진을 2분기에 씻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를 구체화할 논리가 부족하다는 부담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올 들어 부각된 부정적인 이슈는 주로 해외에서 오고 있다. 중국은 긴축 부담이, 유럽은 그리스 등의 재정 문제가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도 불안정한 고용의 여파로 소비자 신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악재의 파장을 완충시켜 줄 내부 요인이 마땅하지 않고 수급도 취약하다는 점이다. 2월 중반 한때 시장을 흔들었던 두바이 루머만 하더라도 그렇다. 소문의 진위가 확인되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았던 것은 그만큼 증시에 내부적인 버팀목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투자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든 바탕에는 악재들의 조기 해소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1분기 증시를 흔들었던 그리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지난 3월 16일 국제 신용 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신용 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도 제외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완화시켜 주는 내용이지만 이것으로 그리스 문제가 해결점을 찾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유럽연합(EU) 차원의 정치적인 합의를 통해 그리스가 디폴트(default)로 치닫는 것을 막고 유럽의 위기로 비화되는 상황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 내부에 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EU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억 유로 규모의 부채 상환을 앞두고 있는 4월과 5월 사이, 그리스 문제가 다시 시장의 주된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 불안에 더해 실물 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내 문제 국가들의 중요도가 아시아, 특히 한국에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유럽 지역의 저조한 경기가 더 둔화될 수 있는 것과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이 영향을 받으며 한국에 간접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 독일 제조업체들의 경기 체감지수인 IFO지수가 2월 중 예상외로 하락하면서 유럽 지역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 둔화가 ‘발목’ 잡을 가능성
내부적으로는 국내 경기의 모멘텀 둔화가 부정적인 이슈다. 1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하락한 것인데, 2009년 1월 상승 전환된 것을 감안하면 13개월 만의 하락이다. 추세 전환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긍정적인 기대를 높이기도 어렵다.
앞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들고 자산 효과도 약화될 여지가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경기 모멘텀에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내부 수급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들의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월 중순 이후 늘어나던 국내 주식형 펀드가 3월 초를 거치며 다시 감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을 반영했을 것이다. 국내 펀드가 기조적인 증가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해외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는 것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시장의 부진 요인이 주로 해외에서 오고 있으니 해외 펀드가 안정을 찾지 못하면 국내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규모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증시 주변 여건이 이렇다 보니 거래도 부진한 상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 중 일평균 6조1000억 원을 보이던 코스피시장의 거래 대금이 2월에는 4조 원으로 감소했다. 3월에는 대한생명 상장이 거래 증가 요인으로 부각됐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변화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거래 감소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매할 사람이 줄었다는 의미다. 좋게 보자면 중립적인 투자자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장이 반등하는 국면에서 거래가 늘지 않고 있다는 부담이 있다. 저항선에 놓인 대기 매물을 의식해 매수 강도가 약화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부분은 오히려 주식시장 자체에 있는 듯하다.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미국 나스닥시장이다.
나스닥지수는 10년 전인 2000년 3월 10일 장중 5132.52까지 오른 후 무너지면서 정보기술(IT) 버블의 상징이 됐다.
여전히 현재 지수는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스닥시장에 변화 조짐이 커지고 있다.
3월 들어 나스닥지수는 연중 고점을 넘어 상승 중인데 S&P500과 다우지수보다 상승 탄력이 강하다. 장기 트렌드에서도 지난 2000년 이후의 기술적인 저항선을 넘어서는 등 하락 기조를 탈피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번 나스닥시장의 강세가 명확한 의미를 부여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나타나는 단기 변동이 아닌 10년 만의 변화라고 시장이 해석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정책 효과에 힘입어 반등하고는 있지만 주택과 고용 시장 등의 회복은 아직 더딘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커지기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긴축 가능성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2월 물가지표와 생산 및 소비지표들은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긴축 행보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중국의 강력한 성장에 힘입은 바가 큰 미국의 수출 제조업에는 부정적인 뉴스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지수가 급등한 것은 가격 측면의 변수다. 나스닥시장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해 앞으로는 매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새 수요’ 이끄는 IT 지켜봐야
그러나 기대 요인도 작지 않다. 현재 나스닥시장의 강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IT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 애플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나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인 애플은 지난 60일 동안 지수보다 두 배 가까운 초과 수익을 거두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 강세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다고 보면, 애플이 IT 산업 전반에 주는 긍정적인 기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관심이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의 정식 출시일인 4월 3일에 쏠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고 미국 증시에서 IT가 최근 3개월 대비 이익 전망이 가장 높은 섹터로 나온 것도 애플 효과를 상당 부분 반영한 때문일 것이다.
미국 IT 기업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낄 단계가 아닌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MSCI를 기준으로 미국 IT 섹터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은 14배로, 과거 3년 평균인 16배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한국 역시 IT 섹터의 12개월 예상 PER는 8.5배로 과거 3년 평균인 10.1배, MSCI 한국지수 9.3배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경제지표를 통해 시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IT 섹터에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2분기는 IT를 중심으로 1분기보다 개선된 증시 흐름이 예상된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 simin@etra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