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재건축 가닥…공사비 부담 ‘관건’

강남 중층 아파트에 ‘은마 바람’ 부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조건부 재건축 허용 이후 시장의 관심은 강남의 다른 중층 재건축 아파트로 쏠려 있다. 강남 재건축발(發) 집값 불안이 현실화할 것인가.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은 차분하다. 오히려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정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것일까. 지난 3월 둘째 주 부동산뱅크가 조사한 전국 아파트 값 보고서를 보면 강남권은 지난해 12월 이후 14주 만에 마이너스 0.12%를 기록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마이너스 0.26%를 기록해 두 배 이상 하락률이 컸다.

관심은 다른 중층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다. 개발에 따른 호재와 악재는 정확히 50 대 50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수년째 꽁꽁 막혔던 재건축 시장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다.

이번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조건부로나마 허용됐다는 점은 정부나 서울시 주택 정책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강남 주택 문제는 규제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됐다.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수년째 제대로 된 아파트 공급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강남의 집값 버블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정책 당국의 판단이다.

재건축 관련 규제 대폭 완화

그동안 아파트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들은 소리 소문 없이 폐지되거나 완화됐다. 기반시설부담금과 후분양제 등은 사라졌고, 안전 진단도 평가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시공사 선정 시기가 종전 사업 시행 인가 이후에서 조합 설립 인가일 이후로 당겨진 것, 조합원 명의 변경 제한도 투기과열지구는 양도 조건을 완화하고 그 외 지역은 폐지한 것이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선 임대주택, 소형 주택 의무 비율, 재건축 연한 연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일단 최근 중층 재건축 아파트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2 대 4 대 4(소형, 중형, 대형 평형 공급 비율)로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사업성이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은마아파트가 최대 용적률을 30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서초동 진흥, 무지개, 우성, 신동아 아파트 등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이들 단지는 대형 평형대 비율이 많아 현행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적용하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율 적용에 따라 일부 대형 평형 주민들이 중형 평형의 집을 배정받는 최악의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격도 강남권 다른 아파트에 비해 아직 저평가된 측면이 많다.

그렇다면 서초동 아파트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허용 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경비즈니스가 재건축 전문 건축설계사사무소 DS포럼에 의뢰해 서초동 신동아, 잠실 5단지 등의 재건축 수익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사업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 신동아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230%다. 이를 최대 300%로 올려 잡고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적용하면 현재 997가구의 조합원 분을 제외한 분양 아파트는 170가구에 불과하다. 물론 전용면적 60㎡ 이하 임대 아파트 255가구를 뺀 수치다. 그나마 신동아는 85㎡ 이상 중대형 평형 가구 수가 현재 256가구다.

재건축으로 전체 가구 수가 1422가구로 늘어나면서 배정되는 중대형 평형대 예상 가구 수가 400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예상 수익률은 1~3% 수준이다.

전용면적 60~85㎡ 3930가구로 구성된 잠실주공 5단지에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적용하면 전용면적 85㎡ 이하 조합원분은 1030가구, 85㎡ 초과 조합원분은 2900가구가 나온다. 일반 분양분은 60㎡ 이하가 200가구, 60~85㎡는 2310가구다. 60㎡ 이하 임대 아파트는 1400가구다. 일반 분양 가구 수를 감안하면 사업성은 오히려 서초동 신동아 아파트보다 낫다는 평가다.

소형 가구 수 많은 ‘잠실5단지’ 청신호

권순형 J&K 대표는 “82㎡(대지 지분 35㎡) 가구주가 동일한 평형대로 간다고 가정할 경우 수익률은 마이너스 2.08%가 나오는 데다 각 평형대별로 수익률 편차가 들쭉날쭉해 조합 구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일대일 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일대일 재건축은 소형 평형 의무 비율, 임대주택 의무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높일 수 있다.

최대 전용면적의 10%까지 늘릴 수 있다. 안목치수(아파트 전용면적을 계산할 때 눈으로 보이는 벽체 안쪽을 기준으로 하는 것) 적용과 발코니 확장까지 하면 6.6~9.9㎡ 정도의 평형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는 3월 24일 강남 모처에서 한 정비 사업 회사를 초청해 일대일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밖에 대형 건설사들도 강남 중층 아파트를 일대일 방식으로 재건축할 경우 사업성이 얼마나 나올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논현동 경복아파트는 일대일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청실아파트(1378가구)는 인근 빌라(68가구)와 함께 재건축한다. 용적률은 252%를 적용받는다.


문제는 공사비다. 청실, 경복아파트도 가구당 2억 원 상당의 공사비가 필요하다. 다만 서초동 중층 아파트들은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아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인근 어떤 아파트를 적용해 분양가를 뽑아내느냐가 관건이지만 현재 매매가가 싸다는 것은 일대일 재건축 사업에는 청신호다.

실제로 한 정비 사업체가 신동아아파트를 일대일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가구당 8000만~1억 원으로 당초 예상치보다 추가 부담금이 적게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파워 장무창 대표는 “2002~2003년과 같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은행 예금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수익은 가능하다”면서 “관련 제도가 대폭 완화됐고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 의지가 강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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