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캠퍼스…세계화 첨병 ‘부푼 꿈’

모습 드러낸 ‘글로벌 교육 허브’ 송도

서해안 갯벌을 메워 조성된 국제도시 송도의 애초 지향점 중 하나는 ‘동북아 교육 중심’이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기에 더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유학생들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연세대 등 주요 대학 캠퍼스들이 완공되면서 이러한 꿈은 이제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때늦은 폭설이 내린 지난 3월 10일 새 학기를 맞은 ‘교육도시’ 송도를 찾았다.

송도 신도시는 쉼 없이 성장 중이다. 매번 찾을 때마다 쑥쑥 자란 모습으로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기초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1단계 공사가 마무리돼 이제는 첨단 도시로서의 윤곽을 거의 갖춘 상태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65층 동북아무역센터가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대규모 전시장인 송도컨벤시아와 쉐라톤인천호텔 등 특급 호텔들도 일찌감치 문을 열었다. 지난해 개통한 인천지하철 1호선이 도심을 관통해 교통도 한결 편리해졌다. 이미 3만5000여 명의 인구가 이 지역에서 생활한다.


각 대학 잇달아 개교… 서울서 1시간 거리

본격적인 도시 개발과 투자 유치를 위한 2단계와 3단계 공사까지 끝나면 송도는 인구 25만 명의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자리 잡게 된다. ‘글로벌 교육허브 구축’은 바로 2014년까지로 예정된 2단계 사업의 핵심 중 하나다.

지난 3월 10일 오전 인천대 송도캠퍼스 대학본부 4층에 낯선 외국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교육 협력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럽 측 학생들을 위한 환영회 자리다.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에서 온 12명의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이곳에서 물 관리 분야의 정규 수업과 현장 견학에 참여하고 한국어 수업도 받게 된다.

빠르게 발전하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 참여했다는 세바스티앙 바리에(프랑스 니스대) 씨는 “매우 크고 첨단 시설을 잘 갖춘 캠퍼스가 인상적”이라며 감탄했다. 3월 초 입국한 이들은 송도캠퍼스 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인천대는 이런 형태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앞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 8월 인천 구도심 도화동에서 송도로 캠퍼스를 완전히 이전했다. 45만여㎡의 넓은 부지에 각 단과대학과 전자도서관, 공동실습관, 어학원, 외국인 교수와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 27개 동의 최신 건물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미국의 세계적 연구소인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분원도 3월부터 이곳에 문을 연다.

점심시간이 되자 각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들로 썰렁하던 중앙광장이 갑자기 북적이기 시작했다. 에너지공학과 신입생인 김준철(19) 씨는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라 산뜻하고 마음에 든다”며 “통학 시간도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 구로에서 누나와 함께 자취 생활을 하는 김 씨는 지하철과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지하철로 학교 인근 인천대에서 인천대입구역까지 온 다음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직선으로 1km 걸리지만 학생들은 보통 시내버스를 탄다.

김 씨의 경우 이 시간을 모두 따져도 1시간 안팎이다. 하지만 학교 주변 편의시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학생들을 위한 교내 매장도 아직은 준비 단계다. 이 대학 법학과 3학년인 이모(25) 씨는 “주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공부 말고는 마땅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주변 상권 미흡…‘하숙대란’도

인천대는 올 초 인천전문대를 통합해 학생 수가 1만3000명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교내 기숙사 수용 인원은 아직 960명 남짓이라 이 중 대다수가 통학하거나 자취·하숙을 구해야 한다. 지난 2월에는 개강을 앞두고 방을 구하는 수요가 몰려 송도 지역에 ‘하숙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학생들이 실제 강의를 받고 있는 곳은 인천대와 인천가톨릭대뿐이다. 인천가톨릭대는 400명 규모의 조형예술대학만 들어와 있어 인천대생들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송도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 신축 오피스텔들은 보증금 1000만 원 이상에 월세 60만~80만 원으로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비싸다. 그러다보니 방값이 싼 고시텔을 찾거나 아예 빌라와 원룸 등이 밀집된 동춘동과 옥련동 주택가로 멀리 나가기도 한다. 인천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지은 ‘웰카운티’다.

최광수 토토부동산 대표는 “보증금 없이 월 40만~50만 원인 고시텔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며 “아파트 입주민 중에서 하숙을 함께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 아파트 상가에 있는 3개 고시텔은 일찌감치 방이 모두 찬 상태다. 최근 개교한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가 올 여름 시범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가고 하반기 ‘글로벌대학캠퍼스’에 해외 대학 분교가 문을 열면 송도 지역의 대학생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송도는 애초부터 ‘동북아 교육 허브’를 목표로 해 왔다. 송도 국제도시가 지향하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대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글로벌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기에 더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의 유학생들을 끌어오겠다는 구상도 들어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완공된 연세대 국제캠퍼스 외에 고려대·홍익대·한국외대·인하대·재능대가 참여하는 국내 대학 캠퍼스와 미국 뉴욕주립대 등 해외 유명 대학이 들어오는 ‘글로벌대학캠퍼스’, 그리고 초·중·고 교육을 담당할 송도국제학교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승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지식산업과 과장은 “송도는 글로벌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대학의 경우 분교가 아니라 본교와 똑같은 교과과정과 교수진을 갖춘 ‘확장 캠퍼스’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일 개교식을 가진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아직 ‘공사장’을 연상시키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황량한 벌판에 약학관·인문사회관·종합관·국제캠퍼스기념관·친환경연구동 등 8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오는 5월까지 200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와 국제 규격의 축구장이 추가로 지어지고 유엔지속가능발전아·태센터가 입주한다. 이번에 완공된 캠퍼스는 14만3000여㎡로 전체 예정 면적(44만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전체 캠퍼스는 2015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모든 건물이 지어지면 5000명(외국인 2000명)이 생활하게 된다.

연세대는 오는 6~8월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하계대학’을 열고 인천 시민을 위한 시민 평생교육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또한 2학기부터는 중국과 동남아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학부 예비과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국제캠퍼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은 내년부터다. 최근 신설이 확정된 약대가 2011년 국제캠퍼스에서 첫 신입생을 선발하고 국제병원도 들어선다. 이와 함께 언더우드국제대학과 의생명과학기술대학, 공과대학 융합부문, 의예·치의예과 과정이 개설될 예정이다.


연세대에 이어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송도국제학교다. 국제학교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막바지 설립 심사를 받고 있다. 친환경 건축 자재에다 첨단 디지털 장비를 갖춘 교실, 국제 규격의 수영장과 체육관 등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이 과장은 “4월 초 유치원 과정 신입생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국제학교의 운영을 맡은 곳은 미국 LA 외곽에 있는 비영리 학교법인 ‘채드윅’이다.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이 학교는 미국 교과과정을 그대로 가져오고 교사진도 직접 채용해 파견한다. 이 학교 졸업생 중 11%가량은 하버드대·예일대·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국제학교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말 그대로 국제학교다. 초기 5년간은 전체 정원(2100명)의 30%를 한국 학생으로 뽑을 수 있도록 돼 있다. 1차 타깃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현재 13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송도(694명)와 영종도(620명)에 들어와 있다.

이 과장은 “외국 기업은 교육 여건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국제학교가 문을 열면 가족 단위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국제학교는 중국과 일본 등 해외 학생을 끌어올 수 있도록 기숙학교 형태로 운영된다.

송도국제학교 인근에는 최근 김연아 선수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 커낼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커낼워크는 지상 1~3층 높이의 점포 340개가 수로를 끼고 길게 늘어선 유럽형 스트리트 상가다.

이곳 입주지원센터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가 D블록 점포 3개를 본인 명의로 계약했다”고 확인해 줬다. 오피스텔과 상가로 구성된 커낼워크는 아직은 부동산 중개업소와 카페 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비어 있는 상태다. 커낼워크는 송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업시설 중 하나다.


뉴욕주립대 9월 어학원 문 열어

해외 유명 대학을 유치해 조성되는 글로벌대학캠퍼스도 오는 9월 1차 개교가 예정돼 있다. 현재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유력하다. 뉴욕주립대의 64개 캠퍼스 중 하나인 스토니브룩은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과 학부생 2000명가량을 모집하기로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도 생물학·패션·섬유경영학·국제학·경영학과 학부생 2000명을 뽑는다. 두 대학은 일단 어학원을 먼저 연 뒤 내년 3월부터 정규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어학원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50~60명씩 선발해 1~6단계 코스별로 어학 교육을 실시한다.

어학원 과정 기간은 3개월 또는 6개월이며 수강생에게는 기숙사가 제공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어학 연수생을 100명가량 추가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에 따르면 어학원은 미국 대학에 진학할 예비 입학생에 한해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 신입생의 경우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점수를 기준으로 선발되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이 밖에 미국 미주리대·남캘리포니아대·델라웨어주립대·조지메이슨대·조지아공대 등 5개 대학이 글로벌대학캠퍼스에 입주하는 양해각서를 맺은 상태다. 이들 대학은 호텔경영학·금융공학·수의학·정보보안학·로봇학 등 2~5개 학과를 개설해 500~1000명의 학부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또 카네기멜론대·일리노이주립대·보스턴대·듀크대도 공대나 경영학석사(MBA) 과정 신설을 인천경제청과 협의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대학 학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외국에 캠퍼스는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10개 해외 명문대의 대학원을 유치했지만 규모는 작은 편이다.

고려대·홍익대·한국외대·인하대·재능대 등 5개 대학이 들어오는 국내 대학 캠퍼스는 비교적 추진 속도가 늦은 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들 대학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받아 현재 검토 중이다. 이 과장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올 상반기 중으로 이들 대학과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는 대학원과 연구소 중심의 ‘바이오 리서치 콤플렉스’를 조성해 친환경적인 글로벌 캠퍼스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홍익대는 대학 특성을 살려 디자인 관련 대학원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융합 복합 디자인 캠퍼스’를 조성할계획이다.

한국외대는 통·번역센터 중심의 ‘송도국제화지원특화단지’를 운영하고 인하대는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과 관련된 일부 학부와 대학원·연구소 등을 설립한다. 재능대 역시 ‘한식세계화연구센터’와 세계적 수준의 호텔식 외식조리동을 계획하고 있다.

취재=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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