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보다 싼 1등’…포스코 등 ‘주목’

‘2등주’ 어디까지 왔나

흔히 업종 내에서 시가총액이나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을 1등주, 그 다음 순위 기업을 2등주라고 부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신세계와 롯데쇼핑, NHN과 다음 등이 1등주와 2등주의 관계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1등주와 2등주의 주가 반응을 보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시소게임 중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투자 매력이 높은지 판단하기 위해 경기 상황에 따른 주가 반응 및 변동성을 감안한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보았다.

성장 모멘텀 측면에서 보면 2등주가 매력적이다. 2등주 쪽이 경기에 대한 레버리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및 회복의 초기 국면에는 1등주가 강세를 나타낸다. 극도의 경기 침체 이후 회복 초기에는 수요가 제한된 상황이어서 절대 강자만이 마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2등주가 우세해진다. 제한됐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황 회복 기운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즉, 2등주는 경기 침체 국면에는 업황의 악화 정도가 더 크고 경기 회복 국면에는 업황의 개선 정도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도 유사한 트렌드가 나타났다. 경기 침체 이후 회복 초기 국면이었던 2008년 9월~2009년 2월에는 1등주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이후 본격적인 경기 모멘텀 상승 국면이었던 2009년 3월~2009년 8월에는 2등주가 선전했다.


당시 경기 모멘텀의 트리거(trigger)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였다.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시작되면서 2등주의 반등이 강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후 경기 정상화 과정 동안에 2등주의 강세가 줄곧 이어졌다.

1등주와 2등주의 이익 모멘텀을 비교해 봐도 2등주의 경기 레버리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08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1등주가 7.4%, 2등주는 마이너스 36.8%였다.

그리고 경기 회복 첫해인 2009년에는 1등주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1.0%인 반면 2등주는 86.6%로 높았다. 이 기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10년 영업이익 증가율로 보면 1등주는 41.8%, 2등주는 80.5%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시작됐던 2008년에 2등주는 1등주보다 실적 악화 폭이 더 컸고 2009년과 2010년에는 1등주보다 실적 개선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의 경기 침체 및 회복 초기 국면에는 1등주가 강세를 나타냈지만 이후 본격적인 정상화 과정에서는 2등주의 주가 상대 강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을 봐도 2등주의 경기 레버리지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등주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면 2009년에는 마이너스 32.8%로 마이너스 26.4%인 1등주보다 더 많이 하락하고 2010년에는 61.0%로 43.5%인 1등주보다 더 많이 상승하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2등주는 2010년 영업 마진율이 14.4%로 예상돼 1등주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2등주의 과거 고점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2등주의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본격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 2등주가 주도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금은 경기선행지수의 피크아웃에 따라 일시적으로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인데다 1등주의 2등주 대비주가 반응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있어 1등주의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을 고점으로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이 이미 경기 모멘텀의 고점을 확인했고 미국은 현재의 상승 속도로 볼 때 향후 1~2개월 내에 고점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가격 모멘텀에 민감해진다.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시장의 심리가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화하고 투자 기간을 짧게 잡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성장 모멘텀이 좋은 기업이라도 가격 모멘텀이 둔화되면, 즉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으면 선뜻 손이 나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주가 회복기엔 ‘2등주가 상승 주도해

이 점에 착안해 업종별로 2등주의 1등주 대비 주가 상대강도를 비교해 보니 포스코 대비 현대제철, LG화학 대비 호남석유, NHN 대비 다음이 모두 2008년 이후 역사적 상대강도의 고점 부근에 근접해 있다. 그동안 1등주가 상당히 소외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2등주는 성장 모멘텀에서 우위에 있고 1등주는 가격 모멘텀에서 우위에 있다. 따라서 승부는 밸류에이션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업종별 1등주와 2등주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본 결과 2등주 중에서 1등주보다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은 현대제철과 LG생활건강뿐이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면서 밸류에이션도 낮은 2등주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1등주와 2등주의 밸류에이션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2등주의 높은 성장성은 밸류에이션의 할증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익의 변동성은 밸류에이션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익의 변동성이 크다면 그만큼 미래 이익 전망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성장의 안정적인 지속성 또한 적정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밸류에이션(PER) 수치에 대해 성장성 요인으로는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이익의 변동성 요인으로는 할인해 수정 PER를 계산해 보았다.

계산 과정에서 성장성 요인으로는 2010년 예상 영업이익증가율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익의 변동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2003년 이후 현재까지의 영업이익 추세선과 실제 이익 값과의 오차 제곱합을 사용했다. 관찰 대상 8개 업종 중 7개 업종에서 2등주의 이익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의 성장성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이 동일한 특성을 나타냈지만 이익의 변동성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특성을 나타냈다. 미국 2등주의 경우 이익의 변동성이 1등주보다 높지 않았다. 따라서 1등주보다 높은 성장성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 받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들어 2등주의 PER가 1등주보다 높아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의 2등주는 상대적으로 이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밸류에이션의 할인 요인으로 감안해야 한다. 성장성이라는 할증 요인과 변동성이라는 할인 요인을 모두 감안해 수정 PER를 계산해 봤을 때 현재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국면에 있는 1등주는 POSCO·LG화학·아모레퍼시픽·NHN 등이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wslee@taur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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