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회복 속도 빠른 이유는

경제부처 24시

<YONHAP PHOTO-0807> 외청장 회의 참석한 윤증현 장관 (과천=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경기도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회 기획재정부 외청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0.2.5 jieunlee@yna.co.kr/2010-02-05 11:03:51/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인천 송도에서 열린 G20 재무차관회의에 제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5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지난해 G20 회원국의 평균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0.7%였으며 한국은 0.2% 플러스 성장으로 칠레(8.7%) 인도(5.6%) 인도네시아(4.3%) 호주(0.8%)에 이어 5위였다.

신흥국을 제외한 나라 중에서 유달리 한국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신속한 조세정책 변환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2008년 세제 개편은 양호한 재정 개선 추세를 바탕으로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경제 위험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경제활동의 주체인 개인 및 기업의 세 부담 증가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의 인하 △종합부동산세율 인하 △부동산 관련 양도소득세율 인하 등을 추진해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유도했다. 또한 다양한 조세정책 방안 중 상징적인 효과가 큰 세율 인하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2009년부터 정부는 소비 회복을 촉진시키기 위해 주요 정책 수단들, 즉 △승용차 개별 소비세 한시적 인하 △노후 승용차 교체에 대한 세제 지원 △다주택자(1가구 3주택 이상) 부동산 양도세 중과 일시적 폐지 △비수도권 골프장 개별 소비세 인하 △근로장려금 인상 △실업급여 지급 기간 연장 등을 정책 카드로 빼들었다.

재정지출 확대로 기획재정부 고민 늘어

대규모 재정지출이 두 해에 걸쳐 시행된 결과 경기 회복이 본격화된 올해 재정부의 고민은 재정지출로 악화된 재정 여건을 정상화하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 실제 조세연구원은 최근 정부에 제출한 ‘사회복지 재정 분석을 위한 중·장기 재정 추계 모형 개발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50년에 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로 유럽연합(EU)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50년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비율이 EU의 가이드라인인 GDP 대비 60% 수준으로 줄어들려면 조세 부담률을 2015년부터 5년마다 0.38%포인트씩 2050년까지 총 3.04%포인트를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의 조세정책을 두고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등을 인하해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경기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금을 더 걷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 실장은 “지나친 세수 확대 노력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세출 조정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지나친 감면 신설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상 조세 감면 사전 제한 제도를 활성화하고 국세 감면율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 건전성 회복과 상충되는 면이 있더라도 고용과 관련해서는 세제를 이용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업들의 고용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각종 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공제 기준에 고용 수준을 포함하는 방안과 고용 증가를 기준으로 한 세액 및 사회보장기여금 경감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 실장은 단기적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즉각적 행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고용 증가에 따라 세액 또는 사회보장기여금 경감 △근로장려세제(EITC) 기능 확대나 지급 주기 조정 △각종 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공제 기준에 투자액과 함께 고용 수준을 포함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장기적 정책 대안으로는 기업들이 노동 수요가 많은 부문으로 인력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고용 수준에 따라 소득세·법인세·재산세·사회보장기여금 등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경기 급락을 막고 소비 진작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공급이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는 것이다.

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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