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난 그곳 청약 임박…관심 ‘고조’

‘태풍의 눈’ 용산

갑작스럽게 봄눈이 내린 다음날인 3월 10일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 지난해 1월 ‘용산 참사’로 5명의 사상자가 난 ‘국제빌딩 주변’ 4구역은 철거가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르러 인적이 드물었다.

다만 공터에 주차하기 위해 드나드는 차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국제빌딩 바로 뒤쪽의 3구역에서는 이미 동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착공한 이곳은 아직 땅을 판 채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올 4월 일반 청약을 할 예정이다.

동부건설 주택문화관 옛 LG데이콤 빌딩 옆에는 아스테리움의 모델하우스 공사가 한창이다. 빌딩 2개 동으로 지어질 아스테리움의 터 바로 뒤에는 2004년 청약 광풍이 불었던 씨티파크 다섯 동이 우뚝 서 있다. 3.3㎡당 분양가 1600만 원이던 씨티파크는 3.3㎡당 3500만~4000만 원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되면 용산~강남 15분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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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역 끝머리의 백두산재개발 공인중개사의 백철 대표는 “아직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동부 아스테리움은 4월 122㎡형 150가구가 일반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이므로 청약통장 여부와 상관없이 청약 가능하고 청약증거금은 1000만 원 정도, 분양가는 5억 원대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공원이 될 용산미군기지와 맞붙어 녹지 조망이라는 장점도 있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봤을 때 씨티파크에 이은 또 하나의 ‘로또 청약’ 광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량은 그리 많지 않다. 백 대표는 “대림산업과 성원건설이 시공할 4구역은 10월쯤 청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청약이 이뤄진 서울역 맞은편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은 미달이었다.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 위주로 청약통장 1, 2순위만 청약이 가능했다는 차이가 있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오피스텔이므로 청약 방식에 차이가 있다.

‘국제빌딩 주변’ 재개발 지역은 아모레퍼시픽 주변의 1구역, 국제빌딩 2구역, 국제빌딩 뒤쪽의 3구역, 그리고 ‘사고’가 난 4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1구역은 아모레퍼시픽이 3.3㎡당 1억 원을 들여 주변 땅을 모두 사들인 상태로 아모레퍼시픽이 자체 개발할 예정이다. 2구역은 국제빌딩 자리로 국제빌딩은 리모델링으로 존치할 예정이다. 3구역은 동부건설이 건설을 진행 중이고 4구역은 곧 착공이 예상된다.

백 대표는 용산 지역이 아직도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업무공간 위주로 지어 주거공간이 부족하다. 200만㎡ 개발지 중 주거용이 33만㎡로 2200가구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다. 또 신분당선이 강남역에서 논현·신사·925(이름 없이 코드로 불림)·동빙고·국립박물관역을 거쳐 용산역까지 연장된다. 강남까지 지하철로 15분도 걸리지 않고 분당까지도 논스톱으로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가격이 이미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에 급매물, 진짜 시세보다 싼 것을 사야 한다. 또 오피스텔 청약은 무조건 넣어야 한다.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거공간을 지금의 두 배인 4000여 가구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하나의 노른자위 땅은 ‘용산역사전면지구’로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블록이다. 용산역을 바라봤을 때 왼쪽이 2구역, 오른쪽이 3구역이다. 이곳도 관리처분(재개발 계획 완료 단계)이 끝난 단계로 이주가 진행 중이다.

국제빌딩 인근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곳으로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아 이주가 이뤄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근 타워랜드 공인중개사는 “이곳의 보상가는 토지 3.3㎡당 평균 1억500만 원이었고 지금 거래되는 시세는 1억2000만 원이다. 그러나 거래는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용산역사전면지구에서 강변북로 사이의 ‘한강로3가 40의641 일대’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용산구청은 용적률 800%로 공람한 상태로 재개발위원회가 2개나 만들어진 상태다. 아직 재개발 초기 단계로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질 법도 하지만 이미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이곳도 이미 토지 가격은 3.3㎡당 평균 1억 원을 훌쩍 넘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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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삼성공인중개사의 문승현 대표는 “가장 보편적인 물건이 대지 86㎡(구 26평)에 17억 원”이라고 전했다. 다만 33㎡ 이내의 소형 주택은 3.3㎡당 1억2000만 원에 거래되지만 66㎡대는 3.3㎡당 6500만 원 수준이다. 소형일수록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게 형성돼 있다.

이곳의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구매가가 비싸다고 해서 투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철도공사 땅에 지어진 무허가 건물의 경우 1981년 항공촬영 때 존재했다는 것 등이 입증되면 분양권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5억 원 내외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지역은 상업지구(최대 1000%), 준주거(최대 400%), 주거(최대 300%)가 섞여 있다. 용적률 800%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서울시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돼야 하는 변수가 있다. 국제빌딩 주변 재개발 지역의 경우 용적률 900% 이상을 받아 자기 부담 없이 두 배 넓이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용적률에 주시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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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이촌동은 거래 없이 한산

한편 씨티파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동부이촌동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한산한 분위기다.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더 이상의 호재가 없는 한 가격 상승이 힘든 분위기다. 용산의 다른 지역과 달리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용산 중심부가 끊임없이 재료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동부이촌동은 정중동상태다.

동부이촌동 아파트들은 3.3㎡당 2500만~3000만 원대이다 보니 집을 보러 왔다가도 “강남보다 더 비싸네”라며 발길을 돌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한가람아파트 82.6㎡는 5억5000만~6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한강변에 있는 LG한강자이 89.2㎡는 9억5000만 원에 나와 있다. 3.3㎡당 3500만 원인 셈이다. 한강 조망이 되는 LG한강자이 251㎡형 로열층은 평당 5000만 원이 넘기도 했다.

반대편인 서부이촌동은 국제업무지구에 포함된 한강변의 대림아파트·성원아파트 일대다. 강변북로로 차를 몰고 갈 때마다 전면에 큼지막하게 그려 넣은 구호가 눈에 확 띄는 곳이다.

여기는 서울시가 2007년 무주택 실수요 구매자에게만 입주권을 주기로 했고 2008년 10월 주민 설명회 이후에는 모든 구매자에게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가 이뤄져야 가격이 오르고 시세가 높게 형성돼야 보상비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9월 주민 동의로 구역 지정을 신청해 서울시 심의 통과 후 국토해양부 심의 중인 상태다. 이르면 4월 구역 지정, 5월 물건 조사, 8월 감정평가, 연말까지 현금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 입장인 비대위 외에 동의자협의회까지 생겨 구역 지정 신청 동의를 철회하는 움직임도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한 중개업소는 “5월 물건 조사에 들어가면 또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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