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 처음…전문 트레이더 양성

구미1대학 ‘증권자산관리’ 전공 개강

지난 3월 3일 저녁 대구시 남구 봉덕2동에 있는 인포트인베스트먼트(대표 김관일) 2층 강의실. 28명의 젊은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문 트레이더(Trader) 양성’을 목표로 내건 구미1대학의 증권자산관리학과 개강식이 열렸다. 전문 트레이더 교육이 제도권 대학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순간이었다.

트레이더는 주식 파생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는 자사 또는 고객 자산으로 금융상품을 매매하는 전문 트레이더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사 후 이론과 실전 경험을 쌓아 트레이더로 임명된 사람들이다. 대학에서 트레이더를 양성하는 과정은 이번에 문을 연 구미1대학의 증권자산관리학과가 처음이다.

위탁 교육 형식으로 신입생 28명 모집

구미1대학 증권자산관리학과는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투자회사인 인포트인베스트먼트가 산업체 위탁 교육 형식으로 올해 첫 신입생 28명을 모집했다.

김진극 구미1대학 인력개발원장은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 업체의 산업체 위탁 교육은 많았지만 금융 업체 취업을 전제로 한 위탁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혜택이 너무 좋아 내년부터는 많은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인포트인베스트먼트의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회사 업무와 대학 교육을 병행하게 된다. 처음 1개월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실전 투자 관련 이론 교육을 받고 그 후에는 회사에서 실제 자금을 받아 ELW를 매매하는 실제 경험을 쌓게 된다.

산업체 위탁 교육이어서 학비가 30% 감면되는 데다 입학과 동시에 인포트인베스트먼트에 취업돼 인턴·수습사원으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별도의 학비 없이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일단 올해 입학한 학생들의 수준은 기대 이상이다. 28명의 신입생들 중 이미 2년제 이상 대학을 졸업한 학생도 32.1%인 9명이나 됐다. 이 학과에 지원한 권모(33) 씨는 호주맥쿼리대를 졸업하고 호주와 미국의 자산운용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증권투자상담사·선물거래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도 일찌감치 취득했다. 한남대를 졸업한 강모(30) 씨도 호주 연수를 거쳐 미국의 자산운용사에서 외환 및 주식 트레이더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이들은 인포트인베스트먼트에서 전문 트레이더로 거듭나기 위해 이번에 구미1대학에 입학했다.

김관일 대표는 “직접 10여 개 고등학교를 돌며 입학 설명회를 했지만 트레이더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낮아 초반에는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기대 이상의 많은 인재들이 입학한 만큼 검증된 투자 기법과 훈련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트레이더를 양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인포트인베스트먼트는 ELW 증권 외환 거래 등에 투자하는 전문 트레이딩 업체다. 그러나 평균 연봉이 5000만∼6000여만 원이나 되고 억대 연봉자들도 수두룩하다.

김 대표는 “주식 파생상품 외환 등 트레이딩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트레이더들이 다루는 자금 규모도 수조 원에 이르고 있지만 트레이더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전무했다”며 “학과 개설을 계기로 지역의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금융 인력을 양성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정부에 인턴십 프로그램 지원을 요청했지만 제조업이 아닌 금융업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정부의 실업 지원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