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보다 빛나는 나만의 ‘솔루션’

남자를 위한 리폼(Reform) 노하우

과거에는 경제적 지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면 지금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아닌 어떻게 소유하고,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휴대전화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브랜드의 차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열망보다 누가 더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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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소유의 개념도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들은 남들과 차별화된 것들을 추구하는 소비 심리를 십분 활용해 고가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시즌마다 내놓으며 우리 남성들의 지갑까지도 넘보고 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나만의 독특하고 소중한 아이템을 소장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 솔루션은 바로 ‘리폼’이다.

손목시계의 변신은 무죄

필자는 얼마 전 멋진 친구가 생겼다. 그는 바로 남성 클래식 슈트에 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명한 파워 블로거, 일 구스토 델 시뇨레의 주인장인 ‘이헌’이라는 사람이다. ‘한국신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아주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얼마 전 그는 필자의 사무실에 놀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필자의 손목시계에 관심을 보였다. 로만손이 만든 필자의 손목시계는 이미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었을 정도로 오래되고 빈티지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다.

흔히 아날로그 시곗줄을 생각해 보면, 또 10년이라는 세월을 생각한다면 그 디자인은 당신이 상상하는 딱 그 정도의 시계 디자인일 것이다.

그는 필자에게 즉흥적으로 손목시계를 리폼해 보자고 제안했고, 그 다음 주 영국 브랜드인 ‘스마트 턴아웃(Smart turnout)’의 나일론으로 짠 시계 스트랩을 가지고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필자는 곧바로 10개의 스트랩 중 두 가지를 골랐고 시계 리폼에 들어갔다.

리폼한 시계는 기존의 아날로그시계에서 절대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클래식한 느낌을 주던 시계가 청바지에도 어울릴 것 같은 캐주얼함과 스포티함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단순히 시곗줄 하나만을 교체했을 뿐인데 마치 시계를 새로 산 것 같은 산뜻함과 오래된 물건에서만 느끼는 편안한 익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사는 10년이 된 옷도 오래된 느낌이 나면 안 되고 새로 산 옷 역시 새 옷 같아선 안 된다는 영국의 격언 역시 나에게 리폼된 시계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보면 다양한 시계 스트랩을 찾을 수 있다.

시려울 정도로 푸른 애시드 블루(Acid Blue) 가죽 스트랩에서부터 화려한 가죽, 아름다운 악어가죽까지 단 하나의 시계로 계속 옷처럼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는 것은 분명 리폼만이 선사하는 경제적이고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시계를 살 수 없다면 수만 원으로 나만의 시계로 리폼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언제나처럼 급작스럽게 봄이 오고 있다. 두꺼운 재킷은 이제 옷장 속으로 들어가고, 가볍고 캐주얼하게 입어야 할 때다. 셔츠만 입기엔 아직은 좀 쌀쌀한 날씨에 남자들에게 카디건은 참 좋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카디건은 남성들이 자칫 잘못 입으면 배가 나와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코디하기에 약간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디건 리폼에 관한 필자의 작은 경험담을 얘기해 본다. 필자에게는 아주 좋아하는 카디건이 하나 있다. 오래전 홍콩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산 캐시미어 네이비색 카디건인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팔꿈치 부분이 해지고 올이 풀리고 말았다. 기워서 입기엔 소재의 특성상 어색하게 티가 날 것 같아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옷장을 열어 뒤져보았다. 유행이 지나고, 밑단 부분이 많이 상해 입지 않고 옷장 속에 잘 넣어 둔 캐러멜색 코듀로이 바지가 눈에 띄었다. 어차피 입지 않을 바지이기 때문에 과감히 그 바지를 과감하게 오려 내 팔꿈치에 덧댄 것이다. 심지어 볼록하게 나온 배를 보는 시선을 팔꿈치 쪽으로 분산시키는 시각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물론 나는 바느질을 잘 못해 적당히 크게 잘라낸 코듀로이 조각들을 카디건과 함께 세탁소에 가지고 가 재봉해 달라고 했다. 수선비는 단돈 1만 원. 카디건은 리폼을 통해 구입했을 때보다 더욱 자주 입는 ‘완소’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지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옷장을 한번 열어보라. 입지 않는 면바지가 몇 개나 되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 아무리 옷이 없는 남성이라고 할지라도 입지 않는 면바지 한두 벌쯤은 있을 것이다.

이 골치 아픈 면바지를 올봄에는 멋지고 트렌디한 반바지로 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이 시도한 반바지 룩을 잘 참고한다면 당신의 단순한 리폼은 더더욱 빛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워하지 말고, 주저하지도 말고 당신의 긴 면바지를 이번 시즌 남자들의 반바지의 가장 세련된 길이인 무릎 위 20cm 정도까지로 짧게 잘라 내거나 무릎을 덮는 정도의 길이로 만든다면 이미 당신은 올봄 트렌드를 앞서 나가는 남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무릎 위 20cm 정도의 바지는 한국 남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오히려 완전 짧은 반바지는 당신의 다리를 더 길게 보이게 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팁을 준다면 당신의 그 반바지에 밑단을 살짝 턴업(Turn-up)하라는 것이다.

턴업이란 말 그대로 바지 밑단을 한두 번 접어서 두툼하게 만드는 것인데 보통은 긴 바지에 적용되는 상당히 기본적인 스타일에 적용된다. 이 턴업을 반바지에 적용함으로써 더욱 포멀하고 스타일리시한 룩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지 기장에 대한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마음에 드는 반바지를 찾다 보면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고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그런 바지 역시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리폼을 통한 나만의 반바지를 만드는 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 반바지를 공짜로 구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당신이 변화를 준 그 바지는 마치 ‘바나나 리퍼블릭 (Banana Republic)’이 ‘디 스퀘어드(D squared)’로 바뀌는 것만큼 드라마틱한 것이다. 반드시 바꾸려고 하는 무언가에 더하거나 빼는 것만이 아니라 단순히 접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입지 않는 체크 셔츠나 해진 청바지 데님의 천 조각을 그 턴업 부분에 매치해 보자.

지금 이 글을 다 읽고 당신의 옷장을 열어보자. 입지 않고 그냥 보관하고 있는 바지나 옷들이 단 한 벌도 없을까. 색깔이나 디자인 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청바지일지라도 상관없다. 변화를 주고 싶은 것들과 잘 매치해 본다면 정말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하는 나만의 반바지가 될 것이다.


내 머릿속의 앱스토어

비단 패션이라는 카테고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수많은 리폼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폰 역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각각의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오로지 자신만이 원하는 구성으로 개개인의 소프트웨어 환경으로 리폼되고 있다.

결국 리폼은 세상의 존재하는 어떤 것을 재해석해 신선한 그 무엇으로 재탄생시켜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트렌디한 행위인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 부족으로 불룩해진 배와 잦은 음주, 스트레스로 거칠어진 피부는 분명 당신이라는 자신 위에 쌓인 게으름의 먼지다.

그 먼지들을 이제 훌훌 털어낼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식사 습관과 꾸준한 운동은 당신의 불룩 나온 배를 리폼시켜 줄 것이고, 충분한 수면과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올바른 뷰티 상식은 당신의 거친 피부를 리폼시켜 줄 것이다.

머릿속에 융통성 없고 진부한 사고는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해 당신의 성격과 미래를 리폼해야 할 것이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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