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훈풍’…투자 매력 ‘철철’

원자재 펀드의 매력

국제 유가(WTI 기준)는 2009년 하반기 13.55% 상승했고 구리 48.48%, 아연 36.81% 등 비철금속 역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지만 2009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원자재 관련 펀드의 하반기 수익률은 23.09%를 기록하면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고 섹터 펀드 중 2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펀드의 비과세 혜택 폐지에 따라 해외 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펀드(대부분 해외 펀드로 운영)로 자금 유입을 이끌어냈고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올 상반기 원자재 펀드의 투자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작년 하반기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의 개선을 가져온 것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주요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달러 약세다.

물론 올 들어 달러가 강세로 전환됐지만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달러는 지속적인 약세 추이를 나타냈다. 이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 근처로 내린 후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달러 공급이 증가했다. 또한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약화됐다.

둘째, 원자재의 재고 감소다. 2009년 하반기 들어 미국의 원유 재고는 6월 말 3501만 배럴에서 12월 말 3260만 배럴로 241만 배럴이 감소했다.

한편 구리와 아연 재고는 2009년 3분기까지 감소하다가 재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고의 감소는 원자재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공급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레벨업 박스권 수준 이익 예상

<YONHAP PHOTO-1455> (FILES) This undated file handout photo made available on August 3, 2005 shows a worker inspecting iron ore stockpiles at the outback location of Marandoo. The world's biggest miner, BHP Billiton, said on January 21,2009, it would cut about 6,000 jobs because of the global economic downturn and weakening demand for its products. RESTRICTED TO EDITORIAL USE AFP PHOTO/RIO TINTO/HO/FILES /2009-01-21 15:36:14/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셋째, 투기적 수요다. 과거 원자재의 투기적 수요는 가격을 결정하는데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각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함에 따라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이에 따라 실수요 이외에 투기적 수요가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데 일조했다.

즉, 투자자가 구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물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면 실수요자인 제조업자의 비용은 무시되고 금융시장에서의 구리 기대 가격은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2010년 상반기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가를 기준으로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레벨업된 박스권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현재 유가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70~80달러 박스권에 갇힌 형태인데, 상반기 동안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상승한다면 80~90달러의 박스권 레벨업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먼저 달러를 살펴보면, 작년과 올해의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그리스의 재정 적자 우려가 달러를 강세로 전환시켰다. 두바이의 문제는 국지적이었다면 그리스의 문제는 유로 전체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렇듯 그리스를 넘어 유로존 지역으로 확장 해석되며 유로화의 가치가 흔들렸고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강세가 지속될지의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까지 고려해 봤을 때 달러화는 지속적인 하락보다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중국과 미국의 긴축 정책에 대한 부담이다.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과 중국은 2010년 들어 유동성 회수를 시작하고 있다. 미국은 재할인율을 인상했고, 중국 역시 지급준비율을 벌써 2번이나 올렸다.

물론 양국 모두 금리 인상이 조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과잉유동성을 억제하는 조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 회수는 투자의 감소를 유발하고, 이 때문에 원자재 수요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상품가격 상승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 원자재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원유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겨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면 향후 수요도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원자재 시장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국제 유가가 70달러를 밑돌면 산유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다. 따라서 유가의 상승 또는 하락이 예상되기보다 상반기 동안은 박스권에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리

그렇다면 어떤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일단 원자재 펀드에는 원자재 관련 기업 투자 펀드와 파생상품 펀드가 있다.

전자는 주로 원자재 및 에너지 등 천연자원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말하고, 후자는 CRB(Comodity Reserch Bearsu) 인덱스나 로저스 국제상품지수(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 등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펀드를 말한다.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작년에는 어느 한 펀드에 집중하는 것보다 2가지 펀드에 병행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방법이 괜찮았다.

그러나 올해는 파생상품 펀드보다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했던 원자재 가격 전망 때문이다.

상반기 원자재 가격이 박스권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 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박스권 상단에서 환매, 하단에서 가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펀드에서 가격 변동에 따른 타이밍 매수·매도 전략은 상당히 어려운 전략이며 가입 후 3개월 이내 환매 시 페널티 규정을 고려한다면 그리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반면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는 상황이 다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많은 원자재 관련 기업의 수익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원자재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원자재 관련 기업은 과거와 달리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업 구조를 개선하게 됐다. 다시 말해 유가 70달러 수준에서의 과거 기업 수익보다 현재 수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가가 현 수준에서 크게 변함이 없더라도 기업들의 수익을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라고 하더라도 에너지나 비철금속 관련 업종 투자 비중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현상황에서는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가 파생상품 펀드보다 좀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상반기에는 원자재 관련 기업 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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