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분석’ 힘써야…방망이 ‘짧게’ 잡자

조정기의 투자법

지난 6~7개월 동안 코스피지수는 1500~1700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그리스 재정 적자 리스크 등 또 다른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한 위험 요인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중국 등의 출구전략 본격화에 대한 우려감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세계경제는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으며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등 주가 상승을 위한 펀더멘털은 양호한 상태다.

호재와 악재가 함께 시장에 제공됨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갈지자를 그리며 움직이는 중이다. 1500 초반 수준에서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이 9배 이하로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것을 눈치 챈 스마트 투자자들인 연기금들이 순매수하고 있다. 또 주식형 펀드들에는 신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반등 국면을 보이다가도 1600 후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면 각국의 재정 적자에 따른 위험 요인, 중국의 출구전략 본격화, 한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외환은 딜링룸/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00126....

그래도 기본은 ‘PER’다

이처럼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지루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현재 시장의 비관론자들은 상당수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0 이하로의 하향에 대한 경고성 전망이 간간이 제시되고 있다. 반면 일부는 한국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1700을 넘어 1800, 1900의 낙관적인 전망치를 제기하기도 한다.

필자는 지금과 같은 조정권 박스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국의 과도한 재정 적자에 따른 후유증은 2010년에 어떤 형태로든 주식시장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며 우려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시행도 금년 중에는 한국에서 시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기대하는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기업 경쟁력 요인도 잠재돼 있기 때문에 박스권 조정 국면의 주가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조정 국면에서의 투자 전략은 ‘야구방망이를 짧게 잡는 것’이다. 한방의 장쾌한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야구방망이의 끝을 잡고 원심력을 최대화해야 하지만 안타를 치기 위해서는 야구 방망이를 짧게 잡는 것이 실리적이기 때문이다. 홈런을 바라기보다 안타를 치는 심정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기업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첫 번째 기준은 밸류에이션 지표인 PER를 이용한다. 시장의 12개월 예상 PER 10배의 60~70% 수준인 PER 6~7배 이하 기업을 찾는다.


기대했던 이익 규모가 낮아지더라도 주가 조정의 위험 가능성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12개월 예상 PER가 6~7배 이하일지라도 기업 이익의 성장성은 10% 이상 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성이 낮은 기업은 항상 저PER 수준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일부 종목들이 발견되곤 하지만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 요인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에서의 시장 위험이 제기될 경우에는 유동성이 우선적 요인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업일지라도 유동성이 취약하면 투자자가 현금화할 때 어려움이 있는 기업은 투자 대상 종목에서 제외해야 한다. 시가총액 및 거래 대금을 살피는 것도 조정 국면에서는 필요한 투자 종목 선정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셋째, 산업의 흐름에 따른 투자 전략보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 및 펀더멘털 가치 평가를 기준으로 종목을 정해야 한다.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예상치를 웃도는 제품 가격 상승 등 산업별 흐름이 매우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또 해당 종목들의 이익 성장성 역시 높게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를 평가할 때 이익 모멘텀 지속성, 산업 내 수요 및 공급 요인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필요한 시기다.

과도한 하락주 찾는 것도 방법

경기 사이클이 바닥 국면에서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경우에는 업종 대표주와 후발 주가 시차를 두고 상승 국면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가 정점에 이르고 있고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는 철저한 기업별 종목 선정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산업별 사이클에 대한 확신보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넷째, 역발상의 인식으로 과도하게 하락한 종목에서 저평가 영역에 속한 기업들을 찾아야 한다. 이는 중·장기 시장 대응을 위한 조정기의 투자 전략 중 하나다.

52주 최저, 혹은 100주 최저 종목이든지 지난 6개월 동안 시장 대비 50% 이상 하락한 종목들에서 찾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개별 기업의 문제점이 노출됐거나 악재들이 반영되면서 기업의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 영역에 속한 기업들이 제공될 수 있다. 조정 국면 이후의 반등 국면에 대비하는 심정으로 종목 찾기의 한 가지 줄기로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 대응이 어려울 경우에는 쉬는 것도 투자 전략 중 하나다. 많은 종목보다 확실히 아는 종목, 저평가 영역에 속한 종목군으로 종목 수를 집중화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다.

또한 아예 현금성 자산으로 비중을 확대해 주식 투자를 쉬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지루한 박스권에서 이탈하는 양상을 보일 경우 투자를 다시 시작해도 일정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시점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기대 수익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보다 종목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을 권고한다.

아울러 조정 국면 이후를 준비하는 자세와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현금을 보유하고 대기하는 자세가 함께 필요할 것 같다.

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