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서비스업’…업그레이드 시동

경제부처 24시

30일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허문찬기자 sweat@ 20091030
세계적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는 바리스타가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은 걷고, 꺼내고, 구부리는 등의 움직임으로 소모되는 것을 알게 되자 매장 직원의 동선을 줄일 수 있도록 재료와 식기의 위치를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커피 제조 시간은 25초에서 23초로 줄었으며 얼음과 커피를 갈아 만드는 프라푸치노는 45초에서 38초로 감소했다.

정부도 스타벅스의 연구로 얻은 성과처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R&D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3월 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범부처 차원의 ‘서비스 R&D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2012년까지 관련 연구·개발(R&D) 분야에 모두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지만 국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미국 등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수십 년간 고착화돼 온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지난 2000~2007년 일자리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제조업은 17만 개가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257만 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서비스 R&D 육성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미국의 IBM은 ‘서비스과학(service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과를 발굴해 냈고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에서도 서비스 혁신에 대한 연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서비스 R&D에 대한 개념 자체도 정립이 안 된 상태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우선 서비스 R&D에 대한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실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제조 업체 중 제품과 관련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업은 총매출과 이익의 50%를 서비스 부문에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서비스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 제공

예를 들어 미국의 전자 업체 애플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내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뉴스·동영상·음악 등 아이팟에 들어갈 콘텐츠를 인터넷 공간 아이튠스를 통해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회전 초밥 체인점 ‘구라 스시’는 각 스시 접시에 바코드를 붙이고 테이블 옆에 먹고 난 스시 접시를 바로 반납할 수 있는 장치와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손님들이 스시를 먹는 차례, 평균 식사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주방에서 ‘감’으로 만들던 스시 대신 손님이 원하는 스시를 제때 회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스시 폐기율은 5%로 낮아졌고 300여 개의 체인은 연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제품만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차량의 기능이 평준화됨에 따라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정보화 기기와 서비스·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카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구축했다.

정수기와 음식물 처리기 등 국내 1위 렌털 회사인 웅진코웨이는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해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렌털 비용을 공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원하는 3000억 원의 예산 중 우선 기초 원천 분야 R&D에 50%를 투자할 계획이다. 응용 분야 중에서는 교육과 헬스케어, 금융 등 신성장 동력 고부가 서비스산업과 디자인·광고 등 사업 서비스업을 집중해 지원하며 재난 대비 등 공공 서비스 분야 R&D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 기술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인문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위한 산업 간 융합 서비스도 개발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또 서비스 R&D 지원 체계를 개편, 관광·콘텐츠·교육·의료·공공서비스 등 분야별로 새로운 서비스 R&D의 개발 과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하기 위한 가상 플랫폼을 구축해 가상 고객의 반응을 점검하고 서비스산업 분야도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넣기로 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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