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세계적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는 바리스타가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은 걷고, 꺼내고, 구부리는 등의 움직임으로 소모되는 것을 알게 되자 매장 직원의 동선을 줄일 수 있도록 재료와 식기의 위치를 재배치했다.이에 따라 커피 제조 시간은 25초에서 23초로 줄었으며 얼음과 커피를 갈아 만드는 프라푸치노는 45초에서 38초로 감소했다.
정부도 스타벅스의 연구로 얻은 성과처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R&D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3월 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범부처 차원의 ‘서비스 R&D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2012년까지 관련 연구·개발(R&D) 분야에 모두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지만 국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미국 등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수십 년간 고착화돼 온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지난 2000~2007년 일자리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제조업은 17만 개가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257만 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서비스 R&D 육성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미국의 IBM은 ‘서비스과학(service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과를 발굴해 냈고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에서도 서비스 혁신에 대한 연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서비스 R&D에 대한 개념 자체도 정립이 안 된 상태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우선 서비스 R&D에 대한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실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제조 업체 중 제품과 관련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업은 총매출과 이익의 50%를 서비스 부문에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서비스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 제공
예를 들어 미국의 전자 업체 애플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내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뉴스·동영상·음악 등 아이팟에 들어갈 콘텐츠를 인터넷 공간 아이튠스를 통해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회전 초밥 체인점 ‘구라 스시’는 각 스시 접시에 바코드를 붙이고 테이블 옆에 먹고 난 스시 접시를 바로 반납할 수 있는 장치와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손님들이 스시를 먹는 차례, 평균 식사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주방에서 ‘감’으로 만들던 스시 대신 손님이 원하는 스시를 제때 회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스시 폐기율은 5%로 낮아졌고 300여 개의 체인은 연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제품만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차량의 기능이 평준화됨에 따라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정보화 기기와 서비스·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카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구축했다.
정수기와 음식물 처리기 등 국내 1위 렌털 회사인 웅진코웨이는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해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렌털 비용을 공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원하는 3000억 원의 예산 중 우선 기초 원천 분야 R&D에 50%를 투자할 계획이다. 응용 분야 중에서는 교육과 헬스케어, 금융 등 신성장 동력 고부가 서비스산업과 디자인·광고 등 사업 서비스업을 집중해 지원하며 재난 대비 등 공공 서비스 분야 R&D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 기술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인문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위한 산업 간 융합 서비스도 개발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또 서비스 R&D 지원 체계를 개편, 관광·콘텐츠·교육·의료·공공서비스 등 분야별로 새로운 서비스 R&D의 개발 과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하기 위한 가상 플랫폼을 구축해 가상 고객의 반응을 점검하고 서비스산업 분야도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넣기로 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