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국방 교류 협력 적극 확대할 터’

라사 유크네비시엔 리투아니아 국방장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최근 정치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아 눈길을 끌고 있는 외국의 명사가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 라사 유크네비시엔 국방장관이다. 그는 지난 2월 16일 방한해 17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양국 간 군사 교육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18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국가로 유럽연합(EU)·나토(NATO) 가입국이다.2월 17일 가진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라사 유크네비시엔 국방장관은 “평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기쁘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서 한국과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한국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리투아니아는 유럽의 요충지입니다. 북쪽으로 라트비아, 남동쪽으로 벨라루스, 서쪽으로 발틱해와 폴란드를 접하고 남서쪽으로는 러시아에 인접해 있죠. 이 때문에 통신·교통 산업이 발달돼 있습니다. 2000km가 넘는 철도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노선은 빌뉴스와 라트비아의 리가, 벨라루스의 민스크, 러시아 연방의 칼리닌그라드, 그리고 벨라루스의 그로드노 등입니다.이 밖에 농업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주요 농업 부문은 가축 사육으로 전체 농업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죠.또한 신장질환에 관련된 의학 기술이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아울러 인공촉진제 합성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축산업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나라입니다.하지만 아직까지는 국토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리투아니아에 협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국가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리투아니아 총리가 미국 투자 그룹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방한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지난 1997년 4월, 서울에서 국제의원연맹(IPU) 제97차 총회를 개최하던 때였습니다.당시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발이 잘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리투아니아가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지만 서로 유사점이 많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그때부터 한국 팬이 됐죠. 귀국한 후 한국 ·리투아니아 의원 친선협회를 만들 정도였으니까요. 그 후 2000년도에 한국·리투아니아 의원 친선협회장 자격으로 한국에 두 번 더 방문하기도 했습니다.한국 국방장관의 방한 초청을 받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부 각료의 입장에서 이번 방한이 굉장한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생각했죠.그래서 리투아니아 정부에 공식 요청하고 경제부 차관과 커뮤니케이션 차관, 에너지 분야 차관 등 다양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방한한 것입니다. 지난 2월 17일에는 국방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원래 제 전공은 국방과 전혀 무관한 소아과 의사였습니다. 의사 생활도 꽤 했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1990년도 소도시 지방 선거 때 당선되고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 같은 길을 꾸준히 걸어왔죠.제 선택이라기보다는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동안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제1여당으로 있었고 그때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연합당을 꾸리고 내각을 구성할 때에도 국방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제2여당 시절 국방장관으로 추천받았죠.한국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육해공군은 1만여 명, 예비군은 5000명 정도 있습니다. 해군과 공군을 모두 합쳐도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작죠.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전쟁·테러가 난무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재 훌륭히 작전하고 있을 만큼 훈련이 잘돼 있습니다.나토에 가입한 이후부터는 리투아니아 안보 환경도 그전보다 훨씬 개선됐습니다. 나토 5항에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침략을 받았을 때 모든 국가가 공동 안보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군대가 작아도 안보는 철통같은 이유입니다.현재 리투아니아는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병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만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직 군인들만 있는 상태죠.이 때문에 리투아니아 젊은이들이 국방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한 법률 규칙들을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원하는 사람에 한해 몇 주 정도 실시할 국방 훈련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습니다.우리가 따라가고 싶은 모델 국가입니다. 한국이 많은 분야에서 리투아니아보다 앞서나가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지만 리투아니아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도 한몫합니다. 특히 역사 면에서 정말 흡사합니다. 독립을 위한 의지, 공산주의와 싸워나가는 굳은 의지 등이 리투아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리투아니아도 학식 있는 인재와 창의적인 인재 등을 바탕으로 한국처럼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습니다. 정보기술(IT) 분야, 사회 경제 분야, 정부 부처 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특히 IT·커뮤니케이션·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아직은 리투아니아에 있는 한국 기업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한국에 있는 여러 기업들이 리투아니아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투아니아가 EU 멤버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한국과 교통·운수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을 갖고 있습니다. 운송업에서도 뛰어납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한국과 교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싶습니다.유럽과 연결하는 신철도도 건설 중입니다. 한국 기업과 이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 협력하고 싶습니다.워낙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치 일이 그렇듯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 않습니까.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1958년생으로 1983년 카우나스(Kaunas) 메디컬 인스티튜트(Medical Institute)를 졸업한 뒤 2010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아과 의사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08년 국방장관에 임명됐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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