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세계에 알리는 가교 역할 해야죠’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최고에 대한 존경과 찬사’라는 이러한 로얄 살루트의 브랜드 정신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한국 문화 예술인들에게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 상을 주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로얄 살루트와 시바스 리갈, 발렌타인, 앱솔루트 보드카 등 유명 브랜드들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2위의 종합 주류 기업이다. 1975년 프랑스 증류주 시장의 두 라이벌 페르노(Pernod)와 리카르(Ricard)가 손을 잡으면서 탄생한 이 회사는 2000년대 들어 세계 주류 업계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급성장했다. 기업 규모는 몰라보게 커졌지만 두 창업자 가문은 지금도 경영에 깊이 참여해 직원을 존중하는 가족 분위기의 독특한 그룹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로얄 살루트는 페르노리카의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 헌정품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 제품은 국왕에 대한 21발의 예포를 본떠 21년산 이상만 생산된다. 원액 제조에서부터 병 제작, 상표 부착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최고급 명품 위스키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최고에 대한 존경과 찬사’라는 이러한 로얄 살루트의 브랜드 정신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한국 문화 예술인들에게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 상을 주고 있다. 그동안 박찬욱 영화 감독과 이어령 교수, 소설가 황석영, 지휘자 정명훈 등이 이 상을 받았고 지난 2월 초 사진작가 김중만이 다섯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랭크 라페르(43)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장은 “전문가 추천과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며 “상금은 올해 수상자가 지정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희망의 골대 짓기’ 사업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문화 예술인을 대상으로 이러한 수상 제도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치 잘 익은 와인처럼 매년 행사가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활동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해야만 의미가 있지요. 2~3년 하다가 끝내거나 중간에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면 단순한 마케팅 전략밖에 되지 않아요.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마크 오브 리스펙트’를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생각하며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1990년대 말에도 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상무로 4년간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라페르 사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새를 모티브로 한 임페리얼 제품을 선보이고 국악 후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것도 이런 관심의 연장이다.

“한국은 매우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서울에 처음 부임했던 10년 전에 비해 문화계와 예술계도 놀랍게 발전했어요. 이처럼 깊이 있고 역동적인 한국 문화가 세계에 더 잘 알려지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외국계 기업이지만 ‘기업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라페르 사장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막걸리 열풍’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막걸리는 위스키도 아니고 와인도 아닌 독특한 맛과 멋을 갖고 있다”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막걸리 인기를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확산시키려면 막걸리를 알리기 위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막걸리 세계화의 성공은 이러한 투자를 얼마나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라페르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장

약력 : 1967년생. 파리고등상업학교(ESCP) 졸업. 91년 페르노리카 그룹 입사. 97년 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상무. 2001년 페르노리카 일본 사업개발 부사장. 2004 페르노리카 싱가포르 사장. 2008년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장(현).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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