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계급장 떼고 붙는 ‘IT 신세계’

IT 업계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온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1990년 전후만 하더라도 영어 학원보다 더 많은 것이 컴퓨터 학원이었다. 1980년대 컴퓨터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고급반에서는 베이직이나 코볼, 포트란 같은 언어를 가르쳤다. 앞으로 다가올 컴퓨터 시대에 맞춰 자식들을 주산 학원 대신 컴퓨터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얘기지만 1990년 초 국내 컴퓨터 학원에서 인기를 끌던 강좌는 바로 ‘인터넷’이었다. 모뎀을 이용해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에 접속하는 터미널 방식의 PC 통신이 한창 유행하던 때 인터넷은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브라우저) 넷스케이프(Netscape)를 이용해 백악관에 접속하는 법, 사업자가 제공하는 채팅만 하다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릴레이 챗(Internet Relay Chat IRC)’을 하는 법, e메일을 보내는 법 등은 컴퓨터 학원의 정식 교과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컴퓨터를 부모들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일이 많기 때문에 컴퓨터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고 전문 자격증을 목표로 하는 것을 제외하면 컴퓨터 학원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기존과 전혀 다른 시장이 생기고 게임의 법칙도 바뀌게 됐다.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을 사들여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나타났으며 온라인 상점들도 하나 둘씩 생겨났다. 인터넷 쇼핑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등장하면서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모두 바꿀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닷컴 붐’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인터넷 업체들의 주가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닷컴 붐을 타고 생겨난 많은 기업들은 중도 탈락하고 말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굴뚝 기업이 수백 년간 쌓아온 것들을 단시간에 만들었다. 인터넷의 등장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기업들은 전리품을 챙겼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 ‘사업 기회 널렸다’

2010년으로 돌아와 보자. 인터넷은 처음 등장한 때만큼은 아니지만 더욱 강력해졌다. 당시 기술적 또는 비용적인 문제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다시 한 번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트북PC 가격은 넷북의 등장으로 50만 원 이하로 낮아졌고 수십 만 원을 주고 구입해야 했던 문서 프로그램은 설치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매년 용량을 두 배 높이고 크기는 작아진 반도체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8년 전 128MB USB(정보막대) 메모리 가격은 10만 원에 달했지만 이보다 40배 많은 16GB USB 메모리의 현재 가격은 4만 원이다. 16GB 용량이면 고음질 MP3 파일 4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

2010년은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년 전 있었던 패러다임의 변화가 다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인쇄기술·증기기관과 같이 수백 년이 걸렸던 패러다임의 변화 요소가 20년도 되지 않아 돌아온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이동식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고정식이 대부분이었다.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지만 집 밖에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동식 인터넷은 PC에 인터넷이 연결됐을 때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야외에서도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은 집적도의 증가나 단편적인 신기술의 등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PC’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PC를 켜고 운영체제를 가동해야 했지만 스마트폰은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이동식 인터넷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PC 외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화될 것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카메라·자동차·내비게이션·전자액자·MP3플레이어·TV 등도 통신 기능을 갖추게 된다.

통신 기능을 내장하는 순간 이들 제품의 활용성은 180도 달라진다. MP3플레이어는 PC와 연결할 필요 없이 음악을 내려 받을 수 있고, 전자액자에 사진도 다른 기기에서 전송할 수 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동차에서 인터넷이 가능해지면 더 재미있는 사업 기회들이 생길 것이다.

스마트폰이 이동식 인터넷 환경에서 중요한 기기로 평가받는 이유는 사람과 항상 함께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동식 인터넷을 지원하는 기기들이 늘어가겠지만 스마트폰만큼 개인적이고 항상 휴대하는 제품은 없다. 이 때문에 전 세계 IT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 마인드 고집하면 ‘루저’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과학자 토머스 쿤(Thomas Khun)은 패러다임을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패러다임은 전체 집단에 의해 인정되고 만들어진 틀인데 기존 자연과학 위에서 혁명적으로 생성되고 쇠퇴하며 다시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IT 부문은 지금 패러다임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처음 e메일을 만든 시점을 기억하는가. 처음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했을 때,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전 세계에 있는 모두에게 20년 이내에 벌어진 일이지만 e메일과 인터넷 쇼핑, 휴대전화는 일상화됐다. 마찬가지로 이동식 인터넷 환경 아래에서는 새롭고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정유사나 철강 업체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 세일 기간이다. 기존 기업들도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사업에서 몇 발짝 물러서서 앞으로 변화될 시장을 상상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IT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조차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눈앞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우리는 알고 있다.

‘64KB(킬로바이트)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메모리 용량이다(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IBM의 켄 올센).’ 빌 게이츠조차 PC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으며 PC를 대중화한 IBM은 기업용 대형 컴퓨터만 고집하다가 결국 PC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해 버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했다. 다른 산업보다 제품 수명 주기와 기술 수명 주기가 빠른 IT 부문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명제밖에 없다.


------------------------------------------------------------------------------------------

비즈니스 IT │자동차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 확산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각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는 누구나 쉽게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을 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1월 ‘뉴 SM5’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사진)을 공개했다. 뉴SM5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시동 거는 소리, 엔진 소리 등을 벨 소리로 설정할 수 있다. 또 날씨 정보 및 세차지수를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Prius)’ 정보를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고객들은 직접 프리우스 운전석에 앉은 상황을 경험할 수 있고 하이브리드카의 동작 원리 등도 알 수 있다.

폭스바겐의 ‘폭스바겐 폴로 챌린지 3D’는 자동차 게임으로 소형차 폴로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밖에 벤츠·아우디·혼다·닛산 등 업체들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자동차와 연동돼 속도·연비·차량 진단 등을 할 수 있다.

이형근 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