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바람피운다’는 진리일까

성공한 사람들의 ‘섹스 리스크’

흔히 세기의 영웅이나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적이 놀라거나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빅토르 위고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등이 그렇다. 특히 이들의 여성 편력에 아연실색하기도 한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빅토르 위고(1802~1885)는 ‘장발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다. 위고는 열네 살 때 “샤토브리앙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는 당찬 자기선언을 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샤토브리앙은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정치가였다. 또한 작가는 작품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위고만큼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이도 드물다. 약자와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는 문학작품, 권력에 맞선 항거의 정신은 이상주의적 작가이자 정치인으로 자리 잡게 한다.그런데 위고의 결혼 생활은 외도로 얼룩져 있다. 결혼 생활 9년째 부인 아델이 먼저 바람을 피우고 이어 위고가 여배우와 외도를 하면서 금이 가고 만다. 아델의 외도 상대는 위고의 작품을 비평하던 친구이자 평론가인 샤를 생트뵈브였다. 위고의 반응은 의외였다.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이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위고는 맞바람으로 ‘대응(?)’한다. “아! 오늘 저녁은 정말 특별한 날이 될 거예요! 오늘 저는 당신에게 제 모든 것을 드리겠어요.” 위고는 당시 인기 절정의 여배우인 쥘리에트 드루에로부터 이런 연서를 받고 사랑에 빠진다. 당시 위고는 서른한 살, 드루에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이들의 불륜 관계는 드루에가 여든한 살로 죽는 날까지 지속된다.그 와중에 위고는 화가의 부인과 또 다른 불륜에 빠진다. 서른아홉 살 때 화가인 프랑수아 비아르의 부인을 보자 그만 매혹되고 만다. 불륜은 4년간 지속되다 비아르가 위고를 고소, 간통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위고는 귀족원 의원이어서 수감되는 망신은 피할 수 있었지만 비아르 부인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당시 루이 필립 왕은 위고에게 이 스캔들이 잊힐 때까지 프랑스를 떠나 있으라고 권유했다. 비아르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부인이 풀려났는데, 위고는 필립 왕의 권유를 거절한 채 더 ‘분주하게’ 불륜 행각을 계속했다. 그 외에도 위고가 유혹해 불륜 관계를 맺은 여성은 여러 명 있었다. 위고의 전기 작가 델핀 뒤샤르는 40대 초반 위고의 생활은 이렇게 묘사한다.“빅토르 위고는… 곳곳에서 그가 유혹한 여성들은 셈에 넣지 않더라도 매우 분주한 생활을 보낸다. 점심 식사는 가족과 함께한다. 오후에 귀족원 일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한다. 그 이후의 시간은 비아르 부인에게 들렀다가 드루에 집에서 끝이 난다.”마치 ‘이중인격자’의 하루를 보는 듯하다. 위고는 영국 저지 섬에서 망명 생활을 할 때에도 가족과 함께 살면서 근처에 드루에를 전원주택에 와서 살게 했다. 드루에는 위고가 게르네지 섬으로 다시 망명지를 옮길 때에도 따라간다. 하지만 이때 위고는 드루에보다 그녀의 하녀와 관계하기를 더 좋아했다.“오전에는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고 저녁이 되면 늙은 시인은 드루에의 젊은 하녀 블랑슈 랑뱅과 지칠 줄 모르는 사랑에의 욕망을 채워갔다.”당시 위고의 나이는 일흔 살이었다. 그러면서도 위고는 지치지 않고 글을 썼다. 70세를 넘겨서도 지속되는 위고의 왕성한 불륜 드라마에 며느리와 사위들은 아연실색하고 손자 손녀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손자 손녀들을 유난히 좋아했던 위고는 ‘할아버지가 되는 법’이라는 시를 쓰며 외로운 노후를 달랬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여성 편력도 빅토르 위고 못지않다. 괴테는 아내 외에 9명의 여성과 외도를 했는데 일흔네 살 때에는 열아홉 살 여성에 매혹돼 그의 후원자였던 카를 아우구스트 공작에게 중매를 서달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거절당해 무안을 당했다. 역시 대문호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결혼하기 전 하녀와 사랑에 빠져 사생아를 낳기까지 했다(그의 아버지도 하녀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낳았다). 평화주의자 톨스토이는 남녀평등을 부정했고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해 부인 소피아를 절망하게 했다.“나는 도덕적으로 나보다 더 못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나는 한동안 선한 사람과는 담을 쌓고 마치 짐승과 같이 생활했다.” 톨스토이는 젊은 시절 이런 일기를 적었지만 육욕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예순두 살 때 ‘크로이체 소나타’의 에필로그에서 부부 사이까지 금욕하겠다고 선언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참회록’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눈 그 자체가 ‘음욕의 눈’이라고 했다. 그의 참회록은 그가 한때 ‘음욕의 눈’에 멀어 방황하다 ‘눈물의 눈’이 된 고백록이다. 울고 있는 눈은 음욕을 품을 수 없다. 음욕의 눈은 ‘봄(見)’을 통해 가능해진다. 남성들이 매혹적인 여성을 품고 싶은 것은 바로 ‘음욕의 눈’이 만드는 것이다. 위고와 괴테는 모두 ‘음욕의 눈’에 포로가 되었다. 다만 톨스토이는 말년에 음욕의 눈을 경계하며 금욕주의를 표방한 반면 위고와 괴테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음욕의 눈으로 멸시와 굴욕을 당하기까지 했다.고대 그리스 이후 서구인들은 모든 감각 가운데 시각을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평가했다. 시각이 로고스(이성)라는 ‘시각중심주의’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시각중심주의는 사람에게 ‘선한 눈’이 아니라 ‘악한 눈’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악한 눈은 ‘음욕의 눈’을 만들어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음욕의 눈은 폭력적인 성문화를 낳고 전쟁을 낳고 제국주의로 이어졌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트로이전쟁은 바로 ‘음욕의 눈’이 초래한 것이다. 당대의 미인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렌을 두고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충돌한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유럽과 아시아가 충돌한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의 주인공은 ‘하마르티아’로 인해 비극적인 사건이 야기된다고 말한다. 하마르티아는 도덕적 및 성격적 결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도덕적인 의미 없이 단순히 주인공의 판단 착오나 실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같은 그리스 비극에서 훌륭한 덕목을 갖춘 행운의 주인공이 돌연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하마르티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오만하고 지식을 과신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는데, 자신의 눈을 찔러 실명시키면서 자신의 죄를 스스로 벌한다. 모든 것이 ‘눈의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최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이어 영국의 축구 스타 존 테리 등의 스캔들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음욕의 눈’, 혹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하마르티아’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위고는 불륜을 일삼았지만 프랑스인들로부터 존경심을 잃지 않았다. 그 자신 또한 음욕의 눈을 반성하거나 스스로 벌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역사에서 핍박받는 약자와 가난한 자의 편에서 이들을 옹호하고 응원하고 위안을 준 그의 문학과 정치적 삶의 덕분이었을 것이다. 숱한 염문을 뿌린 위고였지만 그에게는 ‘승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마치 수많은 여성들과 스캔들을 뿌렸지만 로마인들로부터 비난받지 않은 카이사르처럼.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스캔들은 남아 있다.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은 ‘성공하면 바람(외도)을 피운다’고 한다. 유혹하기도 하지만 유혹당하기도 한다. ‘음욕의 눈’에 눈먼 나머지 한순간에 삶이 비극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은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 혹은 억압적 상황에 노출돼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도를 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외도인가. 성공한 다른 이들은 봉사나 기부·자선 등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존경을 받는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라면 마땅히 ‘음욕의 눈’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성공에서의 ‘섹스 리스크’라고나 할까.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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