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확’ 식을까…적립식 투자 ‘굿’

G2(미국·중국) 변수에 울고 웃는 주식형 펀드

지난 1월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기준)은 4.8%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마이너스 6.04%를 기록하며 저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누적된 높은 수익률 때문에 차익 실현 욕구가 커져 있는 상황에서 2009년 4분기 실적이 기대에 약간 못 미치는 모습으로 나오자 펀드 환매 압력도 높아졌다.미국과 중국의 정책 리스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그에 앞서 1분기 중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지날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해 있었다. 2009년 실물경기 및 기업 이익 실적 개선의 크기는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고 높아진 레벨에 만족할만도 했지만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 문제였다.이에 따라 1월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역시 유출을 지속했다. 2010년 1월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2009년 12월(1조4938억 원 유출)에 이어 1조374억 원(상장지수펀드 제외) 유출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2월 주식형 펀드의 시장 전망은 어떤지 알아보자.2010년 초부터 미국과 중국의 금융정책이 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정책 이슈들의 공통점은 당장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단기적인 재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은행 규제안이 도출되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요구될 것이고 중국의 긴축 강도는 2분기 소비자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상승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먼저 미국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지난 2008년 말 금융 위기가 정점을 통과한 직후부터 제기돼 왔다. 2009년 4월에는 제2차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안정이사회(FSB)를 발족시키면서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 시스템 보완 논의가 본격화됐다.국제통화기금(IMF), EU집행위원회(EC) 및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향이 제시됐고 최근에는 2009년 11월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 규제 개혁 방안이 제출됐다. 그간의 논의가 은행 자본 규제 강화, 투자자 보호 강화 등 기존의 시스템 내에서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문제점을 수정 및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산업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규제의 방향은 고객의 이익과 관련 없는 자기자본 투자 금지와 레버리지 제한 등 2가지로 요약되지만, 실제 법안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먼저 자기 매매가 고객의 이익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정의하기 어렵다. 미국의 상업은행 또는 투자은행 업무 비중이 큰 은행지주회사(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들은 자기 매매와 중개 매매가 확실히 구별되지 않는다. 이들은 고객 사이의 중개 매매를 주선하면서도 자신이 고유 계좌를 통해 직접 거래 상대방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또한 1933년 은행법(글래스-스티걸법)에 의한 상업은행 분리와 그 후 1999년의 폐지(그램-린치-빌리법)에 이어 은행 산업의 큰 틀을 다시 바꾸는 작업이다. 각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규제 당국 간 역할 재정립, 관련 업계들의 이해관계,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의 공조 여부 등 난제가 많다. 과거 은행산업 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집행될 때까지 수년의 시간이 요구될 수 있다.한편 짧은 발표문이 언제 법안으로 구체화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기조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던 것처럼 강경한 제안의 배경은 금융회사들의 높은 인센티브와 대출 기피에서 비롯됐다. 월가와 그 주주들이 위기 회복의 성과를 독식하지 않고 금융 소비자와 공유하는 노력을 보여주면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둘째, 지나친 규제는 미국 은행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낳을 수 있다. 기존 상업은행들은 투자은행 업무를 포기해야 하고, 투자은행 비중이 큰 은행지주회사들은 과거 전문 투자은행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 선진국의 규제 방향은 부분적 수정 및 보완 기조이기 때문에 유럽계 은행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전문 투자은행으로 전환되는 은행이 많을 경우 감독 관리 강화라는 원래의 취지를 거스르게 된다.셋째, 여론의 향방이 대통령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 이미 ‘반시장적’이라는 일부의 비난과 함께 다수의 주식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 대공황 후 글래스-스티걸법이 논의된 1930년대 초반은 주가가 90% 하락한 바닥권에 있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우지수가 낙폭의 50%를 회복한 시점이다. 자산 가격 하락은 금융회사엔 원군이며 대통령에겐 부담이다.다음으로 중국을 보자.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1월 현재까지 약 1조~1조5000억 위안이 대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당국의 신규 대출 목표가 7조5000억 위안(월평균 6250억 위안)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과속이다. 사상 최대 대출이 이뤄졌던 지난해 월평균 8000억 위안(연간 9조5900억 위안)보다 많다.1월 대출이 급증한 원인은 역설적으로 대출을 줄이려는 당국의 방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신규 대출 규모 축소 방침이 정해진 이상 당국의 행정지도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여신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다. 중국 가계의 높은 저축 성향에 힘입어 은행들의 예대율이 낮게 유지돼 왔다는 것도 배경이다(12월 66.9%). 하지만 이제 규제가 현실화된 이상 신규 대출 규모는 당국의 목표 수준에 맞춰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2009년 중국의 경기 회복을 견인했던 막대한 유동성은 이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과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 버블이 문제인데, 모두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10년 신규 대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2% 감소한 7조5000억 위안으로 설정한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과거 연간 신규 대출이 1조~3조 위안(국내총생산 대비 11~15%)에 머물렀던 추이를 보면 7조5000억 위안(국내총생산 대비 25%)도 여전히 긴축보다는 완화에 가까운 수준으로 볼 수 있다.이번 조치와 무관하게 상반기 중 점진적인 긴축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과 물가가 전년 대비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공격적인 완화 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특히 작년에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 때문에 올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것에 대응해야 한다.긴축 이슈가 있을 때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물가상승 압력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정책 기조는 여전히 부양 쪽에 가까울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중국 긴축 이슈에 과민할 필요가 없다.지난 9월 조정과 이번 조정의 공통점이라면 경기 사이클 둔화 우려가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지난 9월에는 4분기 예상됐던 경기 고점 통과가 지연되면서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다시 동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1분기 경기 고점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당분간 경기 하락 사이클이라는 부정적 여건 내에서 주가 지지력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 사이클은 장기 상승 추세 내에서 소순환 조정 사이클로 보고 있다. 따라서 주가 레벨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적립식 투자가 유효한 시점이다.그러나 긴 호흡에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이번 조정 과정이 2010년 주식시장 최대 도전(정책 전환)을 미리 압축해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국의 정책 긴축 전환이 2010년 주가의 변곡점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실제 미국 긴축은 하반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중국 및 신흥국 경제의 긴축 압력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상반기 이후 하반기 주식형 펀드의 비중 축소 의견도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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