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조연’…지분 보유사 ‘주목’

생명보험사 상장 수혜주

시장 일각에서는 물량 부담을 이유로 생명보험사 상장이 반드시 증시에 호재만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삼성생명은 단일 상장 규모로 역대 손꼽히는 수준이며 대한생명 상장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거래소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최대 27조 원을 가정한다면 이는 거래소 시가총액의 3%에 달하는 수준이다.지금 시장의 고민은 2007년 중국인수보험(China Life Insurance: 중국 1위 생명보험사)이 상장될 즈음과 닮아 있다. 당시 총 기업공개(IPO) 규모는 30억 달러 수준으로, 대규모 물량 부담이 시장의 걱정거리였다. 홍콩 증시는 유동성 강세장의 막바지 국면이었지만 우려와 달리 상장(2003년 12월 18일)에 따른 시장의 충격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홍콩 증시는 중국인수보험 상장 후에도 2004년 3월 초 고점을 형성하기 전까지 가파른 급등세를 지속했다. 우리는 이와 마찬가지로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시장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삼성생명 상장의 영향력은 증시 전체보다 관련주 위주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상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얻는 회사는 이 주식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 과거 삼성그룹으로부터 담보 명분으로 삼성생명 지분을 받은 삼성차 채권단이다.현재 삼성생명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136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작년 11월 초 삼성생명 주식은 주당 50만 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불과 3개월 만에 173% 급등했다.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 계열사인 신세계·CJ제일제당·CJ는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큰 지분 차익을 얻게 될 것이다.현재 CJ 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810원에 95만9151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삼성전자 주가는 11월 초 저가 50만 원에서 최고 150만 원까지 거래됐다. 지분 차익 산출을 위해 저가와 고가의 평균치인 100만 원을 주당 공모가로 가정했다. 이 경우 CJ제일제당은 9592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CJ제일제당 시가총액의 38% 수준이다.위와 같은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대규모 매각 차익으로 계열사들의 지분 가치가 날로 재조명 받고 있다. CJ는 삼성생명 지분 보유 메리트가 부각되며 장외 삼성생명 주식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09년 11월 초 이후 코스피 대비 높은 상승 탄력을 시현하고 있다.삼성자동차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 가치도 새롭게 부각될 전망이다. 과거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주당 70만 원에 삼성자동차 채권은행에 넘겼다. 삼성생명 지분의 취득가는 주당 70만 원이었지만 회사별로 취득가보다 낮은 수준(20만~30만 원대)으로 주당 가치를 매겨 회계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질적인 매각 차익은 더욱 크다. 보유한 지분 가치가 수직 상승할 전망이므로 상장된 삼성차 주요 채권은행 역시 삼성생명 상장의 숨은 수혜주라고 할 수 있다.대한생명 상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한생명 지분을 보유한 한화·한화건설·한화석유화학의 수혜가 예상된다. 한화건설의 경우 한화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기 때문에 한화의 대한생명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60%에 달한다.지난해 10월 8일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동양생명보험이 거래소에 상장됐다. 동양생명 상장은 본 주식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 가치 재평가에 기여했다. 상장 당시 동양파이낸셜(37%)·동양캐피탈(24%)·동양종금증권(14%) 등이 동양생명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었다. 이 중 상장 계열사인 동양종금증권(동양생명 지분 14%, 동양파이낸셜 지분 90.55% 보유)은 당시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지만 동양생명 상장 시점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이러한 선례는 생명보험사 상장 시 수혜주의 부각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1월 29일 대한생명 상장 예비 심사 통과를 기점으로 상장 일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역시 지난 1월 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함에 따라 늦으면 5월 말 이르면 5월 초로 예상됐던 삼성생명 상장 시기가 4월 초로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2분기 이후 생명보험사 상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우리는 2분기 코스피지수는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시의 하락세 즈음 상장하게 될 두 생명보험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큰 시세를 타기 힘들다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자체가 대규모 IPO인데다 투자자의 관심이 유례없이 뜨거운 상태이므로 공모가는 높은 수준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높은 공모가와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두 주식의 상승 탄력은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이는 중국과 한국의 전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인수보험의 경우를 보면 상장 이후 수직 급등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다시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지난해 생명보험사 최초로 상장한 동양생명보험은 높은 경쟁률로 공모가 1만7000원에 상장됐다. 그러나 이후 동양생명보험 주가는 장중 고점을 포함, 지금까지 한 번도 공모가를 웃돈 적이 없다. 동양생명보험은 2월 4일 현재 공모가의 84% 수준인 1만42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건대 삼성생명 및 대한생명 주식 자체보다 오히려 관련 수혜주를 사는 전략이 더 유효해 보인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확실한 호재가 있는 종목에 주목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자세다. 공모가 또는 거래가가 어떻게 형성되든 본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매각 또는 지분 차익을 얻는다는 사실만은 100% 분명하기 때문이다.단지 공모가 또는 향후 주가에 따라 그 차익 규모만이 달라질 뿐이다(대부분 회사가 낮은 취득가로 산정했기 때문에 공모가가 낮다고 하더라도 매각 차익은 클 것임). 무대에서는 주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실속은 오히려 조연이 더 챙길 수 있다.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parkga00@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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