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전세대란’ 어떻게 풀까

올해 연초부터 전세 가격이 올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직은 겨울방학 이사철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 크지만 봄 이사철로 접어들면 전세 가격 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국 기준으로 2010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9년에 비해 6.5% 정도 증가한 29만9000여 가구로 예상된다.이러한 아파트 입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뉴타운·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재생 사업으로 인한 멸실 주택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대도시 권역의 도심 재생 사업에 따른 주택 멸실 물량 증가는 신규 입주 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우선적으로 전세 등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대도시 권역, 특히 서울의 재고 주택 멸실에 따른 전세 가격 상승은 몇 년 전부터 예고되었던 것이다. 특히 2008년 하반기 금융 위기 이후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발될 것으로 보여 재고 주택 철거에 따른 이주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철거 이주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세입자들은 생활근거지 인근의 주택을 구하지 못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2억 원 내외의 이주비를 받은 조합원들은 공사 기간 동안 아파트 전세를 찾을 것이다. 재개발 지역의 단독주택·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이 멸실되면 인근 지역의 아파트 전세 가격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아파트 건설 사업은 2년 반 이상의 공사 기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예고된 수급 불균형은 여유 자금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풀려나간 자금들은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급 불균형이 예고돼 있지만 대책이 없는 상황의 부동산 시장은 더 위험하다. 주택 수급 불균형이 예고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주민·건설업계 등이 난마처럼 얽혀 대책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방관할 수는 없다.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저성장 상태에서도 부동산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에 이미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부동산 시장에서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행동을 조절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관된 업계의 이해관계와 환상이 맞물리면서 거품이 터질 때까지 가는 것이 동서고금의 경험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나 작금의 경제 위기를 초래한 미국 주택 금융시장, 일본의 20년 전 부동산 시장 붕괴의 경험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지금도 수도권에서는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거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은 소득 대비 대략 5배 내외로 거품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서울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10배 정도로 지금도 견디기 힘들 상황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라고 하는 것이 곧바로 큰 부채를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 부채의 문제는 당장 우리 경제의 현안이기도 하다. 또 현시점에서 전세 가격 상승으로 촉발돼 매매 가격이 더욱 상승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가 더욱 취약해진다.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하고 담보대출을 더 많이 받게 되면 금리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도심 재생 사업으로 몇 년 후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될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이주 수요 발생의 조절, 즉 뉴타운·재개발·재건축의 시기 조절에 실패한다면 가격 급등과 연이은 부동산 시장 붕괴가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선거 표심에 뉴타운을 이용하기보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 연착륙 대책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 고려대 사회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주택정책포럼 회장. 국토해양부 R&D 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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