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킬 줄 아는 멋쟁이 ‘에코 맨’

친환경 패션 아이템

지난 1월 4일 100년 만의 폭설로 서울 전체가 마비됐었던 날을 기억하는가. 새해 연휴가 끝나고 2010년의 첫 출근 날이어서 모두가 새 마음 새 뜻으로 아침을 맞이했듯이 필자도 들뜬 마음으로 눈을 떴었다. 창밖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미소 지었던 것도 아주 잠시, 출근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항상 차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던 도로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서울 시내 모든 사람들이 모인 듯이 붐볐다. 사실 필자는 출근길이 평소보다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항상 정신없이 바쁘게만 돌아가던 세상이 그날만큼은 슬로모션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내심 오랜만의 휴식처럼 한가롭게 느껴지기도 했다.하지만 며칠 동안 매서운 날씨가 이어지며 도로 사정이 좋아 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크고 작은 사고 소식들이 이어지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겪을 수 없었던 이런 당황스러운 날씨 상황에 대해 뉴스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진행으로 급격한 기후변동을 일으켜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미국·유럽 등지의 한파와 폭설, 남태평양과 아프리카에서의 폭우 등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예전부터 우려해 오던 지구온난화 문제가 이제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닌 우리 앞의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그래서인지 최근 각종 브랜드도 지구 환경 살리기가 마케팅과 소비자 소통의 가장 핫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생활하수를 줄이는 것, 세제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걷기 등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 외에 남성들이 입고 바르고 타는 것 등에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처음 ‘에코 패션’이란 말을 접하는 이들은 이것이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면 에코 패션의 효시가 된 ‘에코 백’을 먼저 떠올려 보자. 그간 우리 남성들도 이따금 들어보았던 그 ‘에코 백’, 즉 여성들이 시장 갈 때 천으로 된 일종의 시장 가방 말이다. 비닐봉지 대신 쓰면 재활용되지 않는 산업 쓰레기가 줄어드는 이 친환경적인 여성 운동은 어느덧 이 세상에 가장 멋진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조차 앞 다퉈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각 브랜드의 ‘에코 백’을 소장하려는 콜렉터들까지 생겨났다. 최근에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일정 구매 고객 이상에게 세계적인 디자이너 ‘소니아 리케엘’과 컬래버레이션한 백화점 에코백을 증정하게 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친환경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패션에도 환경을 망치는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다. 현대에 가장 많이 쓰이고 인기 있는 직물인 면화는 그 어떤 섬유보다 맹독성 화학제가 많이 사용되는 직물이다. 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한 장의 티셔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목화 재배에 사용된 화학비료는 티스푼으로 17개 정도의 양이 들어간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티스푼 17개 정도라고 하니 실감나지 않는가? 전 세계에서 재배에 사용되는 살충제의 4분의 1 정도가 면화 재배에 사용되는 것이다.하지만 몇 년 전부터 에코 패션이 화두로 떠오르며 여러 브랜드에서 이러한 화학제품 덩어리가 아닌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오가닉 코튼이란 우리가 흔히 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오가닉 야채, 과일과 같이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밭에서 재배된 면을 말한다. 영캐주얼 브랜드 ‘베이직 하우스’에서부터 명품 브랜드 ‘구찌’까지 오가닉 코튼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또한 스포츠 웨어 브랜드 ‘휠라’는 버려진 원단을 재활용하고 PET병을 녹여 섬유로 만드는 등 리사이클링 섬유인 ‘리젠(regen)으로 제작한 티셔츠를 출시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이 제품은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으로 ‘휠라’와 ‘휠라 키즈’ 모두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돼 패밀리 룩으로도 제격이다. 필자도 운동할 때나 요즘 같이 추운 날 두꺼운 옷 안에 이 티셔츠를 즐겨 입는데, 티셔츠의 소재가 피부와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실용적이며 왠지 나도 지구 지키기에 동참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만나는 사람들마다 꼭 티셔츠에 대해 소개하게 된다.또 한 가지 만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이 있는데, 바로 청바지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염색제와 표백제, 그리고 물이 사용된다. 특히 청바지의 멋진 워싱 효과를 내기 위해 엄청난 산성 발암물질이 사용된다고 한다. 필자도 물이 적당히 멋스럽게 빠져 있고 누가 몇 년은 입은 듯한 빈티지 청바지를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새 청바지에 낡은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화학 약품으로 억지로 물을 빼고 낡게 만든 청바지를 굳이 입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리바이스’는 100% 오가닉 청바지를 선보였으며 스웨덴의 오가닉 청바지 브랜드 ‘누디진’은 감자 전분을 이용해 청바지를 염색하는 등 청바지에도 오가닉 열풍이 불고 있다.‘에코 뷰티’는 과일·야채·물·해초 등의 자연물로 피부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여성들은 오가닉 화장품을 사용하고 심지어는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제 겨우 자신을 꾸미는 것에 흥미가 생기고 화장품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으니 오가닉 화장품을 잘 알 리가 없다.오가닉 화장품은 자극적인 진한 향이 없고 성분도 순해 남성들의 피부에 부담이 없고 피부의 건강뿐만 아니라 심신의 기분까지 좋게 해준다. 많은 오가닉 화장품 브랜드들이 남성용 라인을 출시하고 있는데 순한 천연 성분으로 되어 있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여성용 남성용을 나눌 필요도 없을 것 같다.오가닉 화장품 브랜드 ‘오리진스’의 ‘메이크 어 디퍼런스’는 피부 깊숙이 세포에서 작용하는 획기적인 리페어 트리트먼트로 남녀노소 사용이 가능하며 케이스까지 잘 썩는 PT 재질로 되어 있다. 게다가 ‘오리진스’ 공장에서는 풍력을 이용한 전기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니 제품 탄생부터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친환경적인 브랜드다.환경오염의 주범이 자동차인 만큼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으면서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아우디 e-트론’은 순수 전기 구동 시스템(purely electric drive system)이 적용된 고성능 스포츠카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가솔린·디젤엔진 차량은 배기가스를 내뿜을 수밖에 없지만 전기차는 이런 점에서 자유롭다.전기차의 초보 형태가 하이브리드카인데, 가솔린·디젤엔진 차량과 전기차의 중간 형태로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을 사용하지만 일정 부분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현대 자동차에서는 지난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일반 차량에 비해 연비를 높이고 유해가스 배출량은 기존 차량보다 최대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에코 카’로 불릴 만하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의 관심도 바로 ‘에코 카’라고 한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배터리의 성능 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새로 출시된 디지털 기기만 잘 꿰고 있는 것이 얼리어답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더 먼저 지구를 사랑하는 법을 미리 알고 익혀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또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게끔 해 줄 수 있는 남자, 그래서 지구를 지킬 줄 아는 멋진 남자가 2010년에는 가장 핫한 ‘에코 맨’이다.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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