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더 많은 국제정치 전문가 길러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화돼 가면서 국제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지역 내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가 경영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최고의 안보 문제 연구 기관인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이하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최종철 소장을 만났다.“한국 기업들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앞으로 국제정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종철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은 미 대학 재학 시절 한 글로벌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1988년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최 소장은 “그때가 서구권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막 생겨나기 시작할 때였다”며 “갓 석사학위를 받은 한국의 청년에게까지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글로벌 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과 넓은 안목에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이나 유명 컨설팅사들은 수많은 국제정치 전문가들을 사내에 채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리스크 중 가장 위험한 게 정치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정치적 환경 변화에 항상 촉각을 세우고 있는 국제 문제 전문가들이 기업에 좀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게 최 소장의 주장이다.최 소장이 이끌고 있는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는 1972년 한국 최초의 국가 안보 문제 연구 기관으로 설립된 연구소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핵확산·테러·조직범죄 등 초국가적인 안보 쟁점들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최 소장은 “2010년은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미국은 그간의 세계 지도력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경제 위기 등으로 현재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쇠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신흥 강대국인 중국·러시아·브라질 등은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국력에 상응하는 국제 지도력과 안보 책임 역할을 회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최 소장은 “그 결과 중급 국가(Middle power)인 한국과 호주 등의 영향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세계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G-8이 G-20으로 확대되는 한편 G-20에서 특히 한국과 호주가 긴밀히 협조하면서 경제 위기 조기 타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G-20 회의가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되고 한국의 경제 실적이 호전됨에 따라 ‘선진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급 국가의 맹주 중 하나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하지만 국제정치 역학 관계상 최근 논의되는 G-2, 즉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는 ‘섣불리’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지나치게 주목받고 책임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무대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주요 국가들도 중국의 지나친 위상 확대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최 소장은 이 과정에서 “인도의 부상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앞으로 중국과 맞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가 인도이며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민주적 정치 시스템을 갖춘 국가라는 것이다. 또한 세계의 자원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인도양을 끼고 있어 세계의 여러 경제적 정치적 변화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최 소장은 앞으로 안보문제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더욱 키우고 세계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 소장은 “이를 위해 현실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또 영문 보고서 발간 활성화 등을 통해 다양한 세계 주요 안보 문제 연구 기관들과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1980년 연세대 정외과 졸업. 92년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박사. 82년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 99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전문위원. 2006년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장. 2008년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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