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든 G2 리스크…정부의 계산법은

경제부처 24시

지난주 국내 경제계의 최대 이슈는 이른바 ‘G2(미국 중국)리스크’의 부각이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투자 제한을 포함한 강력한 은행 규제안을 발표하고 중국이 긴축정책을 단행할 것이라는 뉴스가 증권시장 등 금융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글로벌 증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들어 상승세를 거듭하던 한국의 주가도 하향 국면에 접어들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전문가들은 최근 양국 정부의 동향을 종합할 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규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 막 글로벌 금융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우선 미국의 은행 규제안은 대형 금융회사들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나 헤지 펀드, 부동산 사모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에 제동을 걸 전망이다. 미 언론들은 금융 규제안이 통과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웰스파고·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이 같은 규제 방안은 글로벌 유동성 전반의 흐름을 위축시킴으로써 펀더멘털 회복이 늦춰지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 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중국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일부 시중은행 등에 지급준비율 인상을 단행하고 대출 축소 등을 유도하고 있다는 소식 역시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물론 세계 최대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이 공개적이고도 노골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 공산은 크지 않지만 ‘시늉’만으로도 각국의 경제는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2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G2 리스크에 본격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정부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변수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한국 금융시장이나 수출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G2 리스크의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미국이나 중국의 내부 사정이 아무리 다급하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판 자체를 깨는 ‘무모함’은 부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중·장기적으로 G2 리스크가 갖고 있는 긍정적 요인도 제법 있다. 우선 미국 금융의 잠재적 부실에 대한 우려감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같은 대규모 금융 위기를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도 새삼 주목을 끈다. 중국 역시 경기과열 국면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긴축을 제한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중국 경제의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보다 시간을 갖고 바람을 빼는 것이 세계경제에 훨씬 이롭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자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주요 국가들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실행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점도 세계경제 회복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은 곤란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실제 윤증현 장관은 지난 1월 2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며 오히려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고금리는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투자·고용 시장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윤 장관은 “이자율은 매우 중요하고 출구전략의 최종 단계”라면서 “정부는 지금은 이자율을 올리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는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윤 장관은 외환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그는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언제든지 강화할 수 있다”면서 “만약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조치를 취한다면 국내 및 외국은행도 똑같이 적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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