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곳곳에 진보 메시지…‘두고보자’

보수파들의 비판 대상된 ‘아바타’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차원 입체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 각국에서 적잖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미국에선 보수파들이 이 영화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중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중국은 사실상 영화 상영 제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미국 LA타임스와 ABC방송 등은 최근 ‘아바타가 보수파의 분노를 부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보수파들이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에 대해 갖는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아바타가 작품 곳곳에서 보수주의와 분명히 선을 긋는 ‘진보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기록적인 흥행세를 이어가는데 대해 보수파들이 자극을 받았다는 것. 아바타가 전하고 있는 △환경주의와 자본주의 비판 △무신론 혹은 만신주의 사상 △반전 슬로건 등이 미국 내 보수파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분석이다.지구인과 외계 행성 판도라의 나비족과의 교감을 그리고 있는 아바타는 광물을 채굴하려는 기업과 손잡은 용병들이 자연과 하나가 돼 살아가는 평화로운 나비족을 침략하고 이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군을 연상시키는 중무장한 용병들이 무방비 상태의 나비족에게 무차별 폭격을 퍼붓는 장면은 이라크전이나 베트남전에 대한 비유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보수파들을 자극했다. 영화 평론가 존 놀티는 “미국의 이라크전을 비판하는 명백한 정치적 영화”라고 지적했고, 존 포도레츠는 “영화는 반미주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종교계에서도 아바타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아바타에 대해 “시각적 효과는 매력적이지만 자연숭배와 연결된 강신술에 빠져 있다”고 공격했다. 바티칸 라디오방송도 “생태학을 종교로 삼는 ‘엉터리 교설’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중국 정부는 최근 아바타의 평면판(2D) 상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입체 영화관에서 3D(3차원) 형식으로 보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1월 4일 중국에서 개봉된 아바타는 상영관 수가 85% 줄어들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언론들은 중국 영화관 중 4500개가 일반 영화관이고 3D를 볼 수 있는 입체 영화관 수는 800개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화 상영 제한 또는 금지 조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이 아바타 상영을 금지한 것은 연초 개봉하는 중국 영화 ‘공자’의 흥행을 지원하기 위한 분석도 있지만 아바타가 전하는 메시지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인류가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인 나비족을 강제로 추방하려고 하는 영화의 줄거리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수백만 명의 주민들을 폭압적으로 이주시키는 중국의 현실을 연상시킨다는 설명이다.서방식 가치관이 밀려들 경우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영화 산업에서 극단적인 보호주의 움직임도 같이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검열하고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가 하면 온라인 게임 등급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온라인과 문화 콘텐츠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검열, 반사회적인 메시지의 발송도 통제하기로 했다. 또 온라인 게임에 대한 등급제도 시행된다. 온라인 게임에 성적인 자극이나 폭력 등은 물론 올바른 지식이나 문화적 가치 등이 담겨 있는지 여부를 심사, 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게임 개발 업체가 콘텐츠에 담겨 있는 시대적 배경이나 전투 장면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일일이 설명서를 첨부해야 게임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올해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2위 영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5년 내 일본까지 제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영화 시장은 전년보다 42% 성장한 9억1100만 달러에 달했다.아바타는 지난 1월 25일 현재 북미에서 5억5817만 달러, 해외에서 13억1984만 달러를 벌어 총 누적 수입 18억7802만 달러로 ‘타이타닉’을 제치고 역대 흥행 기록 1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1000만 명 이상이 관람, 역대 외화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김동욱 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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