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선진국형으로 진화해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실업자 증가와 한계 가구의 증가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소득 빈곤 계층에게 소액 신용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저소득층에게 소액 신용 대출을 공급하는 미소금융을 2009년 12월 시작했다.해외 마이크로파이낸스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유럽의 선진국형과 아시아·중남미의 개도국형으로 구분된다. 두 유형을 비교해 보면 첫째,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선진국형은 소액 신용 대출과 함께 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고 개도국형은 소액 신용 대출에 집중한다. 둘째, 재원 조달은 선진국이 공공부문 및 민간 기부금 등의 외부에 의존하지만 개도국형은 초기 외부 재원 의존에서 최근에는 상업은행 형태로 발전하거나 대출 재원을 국제화·다변화하고 있다. 셋째, 대출 대상은 선진국이 실업자와 저소득 자영업자에게 주로 지원한다면 개도국은 저소득 빈곤층 중 여성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다. 이 밖에 선진국형은 이자율 상한제에 따른 낮은 대출이자율 유지·교육 등의 고비용 체제 및 낮은 대출 회수율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개도국형의 경우 높은 대출이자율로 상업성을 구현하고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 간 경쟁이 심화되는 특성을 보인다.국내 미소금융은 선진국과 개도국 유형이 혼재돼 있다. 우선 미소금융은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 신용 대출에 집중하는 개도국 유형을 따르고 있지만 대출 대상자는 저소득 자영업자, 낮은 대출이자율, 재원 조달 등은 선진국형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미소금융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민간 기부금과 휴면 예금을 통해 재원을 조성할 계획이고 저소득 자영업자 이외에 전통 시장 상인, 프랜차이즈 창업 지원, 공동 대출 및 사회적 기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수익성이 입증되면서 해외 선진 금융회사들도 마이크로파이낸스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BOA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4년 141억4000만 달러의 순이익 중 40% 이상을 CRA(지역 재투자법) 관련 지역개발금융에서 얻으면서 2005년부터 10년간 7500억 달러를 지역개발금융에 투자하고 있다.2000년 민간 단체에서 시작된 국내 마이크로파이낸스는 2008년 말 기준으로 지원액은 470억 원, 지원 규모는 6800명이다. 신용 등급 7등급 이하의 잠재적 고객이 816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규모였다. 그러나 미소금융은 향후 10년간 2조 원을 조성, 2000~2009년 7월까지 조성된 1480억 원에 비해 13배 이상 대출 재원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소액 신용 대출의 수혜자는 향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 1월 12일까지 미소금융 사업의 한 달을 평가해 보면 총 대출 상담자 5872명 중 대출 가능 판정자는 1938명으로 33%였지만 실제로 대출 받은 사람은 0.3% 수준인 20여 명에 그쳤고 대출액도 9800만 원이었다. 그 결과 시행 1개월여 만에 미소금융의 엄격한 대출 요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과 4.5%의 낮은 대출이자율에 대한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따라 국내 미소금융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개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점진적인 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첫째, 미소금융재단의 재정 자립도 제고 및 지속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둘째, 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와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 셋째, 미소금융의 지속성을 위해 성과 평가를 위한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넷째, 효과적인 소액 대출 운영을 위해 기존 금융회사와의 연계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다섯째, 저소득층 지원 시 소액 신용 대출과 교육·경영 컨설팅이 함께 제공되는 선진국형 서비스 제공 방식이 필요하다. : 1976년생. 99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2006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 2007년 현대경제연구원 입사.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 금융경제실 선임연구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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