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소비시장 잡는 법

아시아 시장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예전처럼 선진 시장에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글로벌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을 새로운 수요 창출의 근원지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중산층에 주목하고 있다.최근 들어 ‘아시아 중산층’이라는 화두를 처음 제시한 것은 일본이다. 2009년 통상백서를 통해 일본 정부는 심각한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에 고전하는 자국 기업들에 아시아 내수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아시아 중산층이란 연간 가구별 가처분소득이 5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로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하는 의류·식품·가전·승용차 등 다양한 소비재에 대한 실질적 구매력을 보유한 계층을 말한다. 아시아 중산층 인구는 1990년 1억4000만 명에서 2008년 8억8000만 명으로 약 6.2배 증가했다.아시아 시장은 한국 기업들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한국의 대아시아 수출은 지난해 1~11월 중 1712억 달러로 총수출의 52.3%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아시아 수출 증가율을 보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15.1%로 대북미(마이너스 19.8%), 대유럽(마이너스 30.0%)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우리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출 순위 9위에 진입할 수 있었다.아시아 시장의 선점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아시아 시장 중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예전처럼 구미 선진국에서 히트한 상품을 적당히 바꿔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던 방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둘째, 아시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현지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처음부터 아시아 시장을 소비시장이 아닌 생산 공장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아시아 소비자들의 상품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LG전자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인데, 이 회사는 2008년 높은 유아 사망률의 원인이 되는 아시아 열대지방 특유의 뎅기열(dengue熱) 피해를 막기 위해 모기 퇴치용 전자파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 개발에 성공, 월 2000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셋째,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중소업체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려 제조원가를 낮추겠다는 접근법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 등 아시아의 일부 대도시에서는 글로벌 수입 상품이 홍수처럼 늘어나고 품질에 까다로운 소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제품 원가를 낮추기 위해 질 낮은 부품을 채택할 경우 품질 경쟁력 약화와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의 리스크가 높다. 그렇다면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최근 북미 시장에서 초저가 평판 TV를 공급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국 비지오(Vizio)가 제시하고 있다. 비지오의 평판 TV는 경쟁 업체에 비해 최소 수백 달러나 저렴하면서도 품질 수준은 삼성전자나 소니 제품과도 견줄 만큼 우수하다는 시장 평가를 얻고 있다.넷째,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아웃소싱 확대 분위기를 우리 중소 부품 업체들은 적극적인 사업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는 한국의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현지 진출 한국 대기업 외 글로벌 기업의 현지법인, 또는 로컬 기업들과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다섯째, 중산층 대상의 중저가 소비시장에 주력한다고 해서 상류층 대상의 고급 소비재나 첨단 기술의 부품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한발 앞서 대처하고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만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1976년 부산 출생. 2000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2003년 일본 와세다대 국제관계학 석사. 2004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현). 주요 보고서 ‘일본 기업의 대아시아 중산층 소비시장 전략 변화 및 시사점’, ‘일본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에코포인트 제도 시행 및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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