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사장과 인연 ‘주목’…주가 ‘훌쩍’

차병원그룹의 황영기 회장 영입 속내

올해 증시 개장 첫날인 지난 1월 4일 코스닥 상장주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주가가 13.25% 급등했다. 신기술을 개발했거나 인수·합병(M&A)이라는 등의 호재는 없었다. 단지 이 회사가 거물급 경영인을 영입했다는 것만으로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이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다.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제대혈 은행, 파라메딕(민간 보험사 가입용 건강진단), 배아줄기세포 이용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줄기세포 단백질 화장품, B형 간염 치료 백신, 바이오시밀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다.이 회사가 영입한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차병원그룹은 당초 이 소식을 1월 5일 발표하려고 했지만 새해 영업일 첫날을 맞아 황 회장이 출근하면서 영입 소식이 퍼졌다. 차병원그룹은 이날 오후 황 전 회장을 차병원그룹 총괄 부회장 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황 회장의 영입 후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주가는 9일에 걸쳐 51.5%까지 꾸준하게 올랐다. 스타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드라마처럼 황 회장의 유명세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주가 급등에는 황 회장의 영입과 함께 다양한 ‘설(設)’들이 한몫했다. 가장 많은 기대감을 모은 것은 삼성전자와의 제휴설이다. ‘황 회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친한 사이이며 향후 삼성전자의 바이오 사업 진출과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졌다. 게다가 최근 세종시 수정안에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 연구 단지가 제외되면서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도 지난해 핸슨바이오텍을 인수하며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본격화했다. 제약 사업이 없는 삼성으로서는 초기 공동 연구 파트너가 필요한데, 삼성 출신의 황 회장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황 회장 영입 후 9일 만에 주가 51% 상승그러나 삼성과의 관계는 기대 섞인 소문으로 결론지어지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의 제약·바이오 분야 애널리스트들도 “처음에는 소문이 돌았지만 황 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이들이 실제 친한 사이인지, 아니면 라이벌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의 행적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황 회장은 1952년생, 최 사장은 1951년생으로 최 사장이 한 살이 많지만 삼성물산 입사는 황 회장이 1975년으로 2년 선배다. 1993년에는 황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인사팀장, 최 사장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전략1팀장으로 함께 일한 바 있다. 1993년 6월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고 신경영론을 주창한 때로 두 사람은 그룹의 재정비와 혁신에 호흡을 함께 맞췄다. 또 1994년에는 황 회장이 삼성전자 자금팀장 상무, 최 사장이 삼성전자 반도체본부 영업담당 이사로 손발을 맞췄다.1997년 이후 황 회장은 삼성생명 전무, 삼성증권 대표이사 등 금융 업종으로 진출했고 최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승승장구했다.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에서 최 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된 것과 황 회장이 차병원그룹에 비슷한 시기에 영입된 것도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황 회장과 삼성그룹 사이에 현재로선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차병원그룹이 삼성과의 제휴를 원할 때 언제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이와는 다른 시각도 있다.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의 최근 인사 스타일에서 영입 배경을 찾는 것이다. 차 회장은 의사 출신이면서도 경영 마인드가 탁월해 의료 관련 계열사에 의료인을 뽑지 않고 전문 경영인 또는 관료 출신을 택한 것으로 알려진다.가까운 예로 2009년 2월 포천중문대학을 ‘CHA의과대학교’로 교명을 바꾸며 신임 총장으로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 전 장관을 영입한 것이다. 의사 대신 관료 출신을 뽑은 것은 내치보다 외치(外治)에 중심을 둔 인사로 보인다. 교명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 엔진을 얻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계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또 2008년 CHA의과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원장에 노무현 정부 때 식품의약안전청장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문창진 전 차관을 영입했다. 의료·제약 등 바이오산업은 식약청과 보건복지가족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한 곳이다. 황 회장이 대표이사로 오기 전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문병우 사장(바이오부문장) 또한 식약청 차장 출신이다.최근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차 회장은 CEO의 능력뿐만 아니라 대외적 네트워크와 인맥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황 회장의 경우도 단순히 개인적 능력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한편 차병원 안팎에서는 황 회장 개인으로서도 금감원의 경고를 받은 이상 더 이상 금융계로의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침 제안이 들어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차광렬 회장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이 배경또 차 회장과 황 회장이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모두 1952년생 동갑내기다. 차 회장이 적극적으로 황 회장을 설득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핵심을 담당하는 차 회장, 황 회장, 문 사장은 모두 1952년생 트로이카로 구성됐다. 또 의과대학원을 맡고 있는 문창진 원장도 1952년생이다.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2009년 2월 차바이오텍이 휴대전화용 카메라 렌즈 및 모듈 제조 업체인 디오스텍을 통해 우회상장한 뒤 광학사업부는 박일 대표, 바이오사업부는 문병우 사장의 공동 체제로 이끌어 왔었다.2009년 10월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체인 핸슨바이오텍을 인수해 △세포 치료제 △의료기기 사업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산업에 관한 핵심 포트폴리오를 모두 구축하게 됐다. 핸슨바이오텍의 공동 대표이사이던 한규범 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서울대 공업화학과 출신의 한 사장은 LG생명과학기술연구원에서 18년 동안 재직하며 인터페론·간염백신·성장호르몬 등 다양한 바이오시밀서 생물 의약품의 제조 공정 개발에서부터 국내외 인·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두루 경험한 바 있다.우회상장(2009년 2월)→ 바이오시밀러 업체 인수(2009년 10월)→ 황영기 회장 영입(2010년 1월) 등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지난 1년 동안의 숨 가쁜 움직임을 보면 차병원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이 회사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차병원그룹의 경우 종합병원·의과대학·의학연구소·바이오기업 등 바이오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뤄 여느 생명과학기술(BT) 업체들보다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병원과 연구소가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 내는 곳이라면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연구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면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제대혈 은행의 경우 국내에서는 13번째로 사업에 뛰어든 후발 주자였지만 현재 메디포스트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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