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내연기관 장점의 ‘찰떡궁합’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Camry Hybrid)

2009년 10월 20일 도요타자동차는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두 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소개했다. 프리우스(Prius)가 연비(29.2km/ℓ)를 극대화하는 모델이라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성능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대안이다.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이 작동하지 않고 계기판에 ‘레디(READY)’라는 글자만 들어와 시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도 이제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차가 움직인다. 이 순간만큼은 순수 전기차와 다름없다. 지하 주차장에 모여 있던 3명의 중년 남성들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자동차에 신기한 눈길을 보냈다.다만 사람이 많은 복잡한 명동 한복판에서 보행자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은 포기해야 할 듯하다. 해외에서는 전기차의 무소음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를 염려해 벨소리를 다운받듯 원하는 엔진음을 다운받아 일정 데시벨 이상의 외부 소음을 내도록 법규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차에서 포르쉐 엔진음이 나는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시속 20~30km대가 넘어가면서 비로소엔진이 작동된다. 이때는 이미 노면 마찰이 전해지기 시작할 때라 엔진 작동이 언제 개시되는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예민한 귀를 가진 운전자라면 엔진 시동을 겨우 감지할 정도다.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자연스럽게 시동이 꺼지는데 이때도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전기 모드 주행이 없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차가 완전히 멈춰 섰을 때만 시동이 꺼지는데, 이때 여진이 꽤 남는다. 멈춰 선 상태였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데, 캠리 하이브리드처럼 ‘스트롱 하이브리드’일 경우 주행 중에 엔진을 켜고 멈추는 영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그러나 추운 겨울 히터를 틀면 시동과 동시에 엔진이 가동된다. 히터를 위해서는 엔진이 물리적으로 공기를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멈춰 서 있더라도 엔진이 돌아가 연료가 소모된다.하이브리드카라고 해서 주행 성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차의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2000cc 엔진이 기본인 중형차급이면서도 2400cc 가솔린엔진과 모터의 힘이 더해져 최고 195마력의 힘을 발휘한다.연비를 중시하는 하이브리드카에서 으레 그렇듯 무단 변속기를 채용해 가속 초기의 폭발적인 가속력을 느낄 수 없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내 주행에서 시속 120km대까지 넉넉하게 치고 올라간다.장점이 많은 차지만 트렁크 공간이 넓지 않아 패밀리카로서의 역할에 조금 제한을 받는 것이 단점이다. 트렁크 절반이 니켈수소 배터리, 컨버터, 인버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시승한 당일 결혼한 신혼부부의 하루 동선을 따라 움직였는데, 신혼여행용 대형 트렁크, 한복 상자들, 각종 쇼핑백, 그리고 운전자와 신부 도우미의 가방까지 겨우 넣고 몇 개는 직접 들고 타야 했다.가격은 캠리보다 1100만 원 더 비싼 4590만 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하이브리드카 세제 혜택을 적극 고려하면 차이가 대폭 줄어든다. 과천시는 하이브리드카를 구매하면 최대 632만 원을 지원한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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