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무 체험 기회 대폭 늘려야’

전문가 좌담회

고용 없는 성장(Jobless of Growth)이 현실화되는 것인가. 일자리 창출은 MB 정부의 운명을 가를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경기 회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서민 경제와 밀접한 고용 시장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비즈니스가 마련한 일자리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4인 역시 이 같은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1월 6일 한국경제신문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진행됐다. : 올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일 겁니다. 먼저 정부의 2010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듣고 싶습니다. : 올 국정 운영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일자리 대책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정부는 앞으로 국민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선 단기와 중·장기적 대책이 병행, 실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대책은 재정 투입을 통해 수립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입니다. 상반기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최대한 늘릴 생각인데요, 다만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정책 기조입니다.금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은 지난해보다 다소 준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로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취약 계층은 20~30대 청년층, 여성 인력, 근로 빈곤 계층,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퇴직하는 베이비붐 세대 등 크게 4가지 부문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9년간 712만 명가량 베이비 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퇴장되는데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변수가 아닐까 싶습니다.중·장기 대책은 고용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통령께서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가 매달 열리는데 상반기 중 국가 고용 전략부터 수립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고용 서비스 개선, 미래 핵심 인재 양성, 인적 자원 효율적 활용은 물론 산업정책, 경제정책, 고용 관련 조세정책 등을 총망라한 고용 전략이 담길 겁니다.근본적으로 고용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4대강, 보금자리주택 프로젝트를 조기 추진해 이와 관련된 일자리를 계속해 늘려나가는 것도 모색하고 있습니다.또 중소기업의 고용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것과 대기업 중소기업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 민간 고용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큰 틀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각론으로 가면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우선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업에선 창의성 있는 인재를 요구하는데 대학 혼자 창의성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창의성 있는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정부가 앞장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최근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로 대표되는 다양한 신입생 선발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이 원하는 인재선발과 대학의 다양성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자생력 문제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보다 창업과 같은 형태로 아이디어를 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활성화하는 정책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 대학생 창업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청을 통해 진행됐는데 해당 기업의 자생력을 파악하기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고 봅니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올해 두 가지 형태로 제도를 개선해 운영할 생각입니다. 가령 문화·예술·관광·정보기술(IT) 쪽에 창의력이 있고 창업 의지가 있는 청년들에게 전문 교육을 제공할 겁니다. 해당 기업에 가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프로그램도 마련 중입니다. 만약 장소를 구하지 못한다면 지방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창업 장소를 지원할 것이며 대학 내 혹시 남는 공간이 있다면 그 쪽과도 연계하겠습니다. 또한 관광·영화·연극 등에 특화된 지자체와 연계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은 일손이 모자라고 대학 졸업생은 취업을 하지 못하는 ‘미스매칭’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 정부가 단기부터 중·장기까지 거의 완벽한 마스터플랜을 구상하고 있는데 저는 단기와 중·장기를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간으로 치면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인데요. 현재 고용과 관련한 문제를 지적한다면 고용 없는 성장과 수요 공급 간 미스매칭입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서비스 부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건 아무래도 중·장기적인 접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스매칭’은 단기,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웹서비스만 하더라도 구직자보다 중소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더 많습니다. 이 같은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취업 당사자가 중소기업 근무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에서 단 몇 개월이라도 근무한 사람은 기업 브랜드에 대한 민감도가 무경험자보다 확실히 낮습니다. 대기업이나 기업의 명성만을 보고 취직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해 소개하고 홍보하는데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같은 미스매칭 문제는 다소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을 무작정 늘릴 수 없습니다. 투자가 활성화돼야 고용이 뒤따르므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내 고용 시장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구직난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부가 중소기업 구직 활성화를 위한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인턴 제도가 일부 부작용이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하느냐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1900여 명의 인턴사원을 뽑았는데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일다운 일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만 인턴사원들이 제대로 일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또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들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하며 정부도 이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렸으면 합니다. : 김 대표께서 지적하신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연간 구직자 80만 명, 중소기업 6만 개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거기에는 해당 기업의 경영 상태, 업종 전망까지 들어갑니다. 정부 지원 사업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또 앞으로는 재학생도 중소기업 근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군 전역을 6개월 앞둔 장병들을 대상으로 취업 지원 교육을 시키는 것도 추진 중입니다. 대기업이 일정 기간 인재를 양성해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도 구축하겠습니다. 올해 7만~8만 명을 이런 방식으로 교육하겠고 교육과학기술부는 5만2000명에게 중소기업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 주제가 자연스럽게 청년 인턴제로 넘어 갔습니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 지난해 제가 몸담고 있는 경희대 학생들 500명이 모 시중은행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는데 결국 한 명도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경영대는 사정이 낫습니다. 일부 단과대학은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힘든 실정이죠. 저는 앞으로 정부가 기업 산하 연구소로까지 인턴제를 확대했으면 합니다. 사실 학생들이 대기업 인턴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개인별 직무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들도 인턴에게 직무성을 높여 줬으면 합니다.인턴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정부 지원금을 학원비 내지는 어학연수 준비 자금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죠. 그보다 지방대 학생들이 졸업 후 서울 소재 대학 대학원이나 전문 과정에 수강하는데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 저는 현행 인턴제를 교육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 강제성도 부여해야 합니다. 아직도 인턴을 채용이 보장된 ‘프리잡스’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재학생들의 실무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중요 이수 과목 내 인턴 교육 프로그램을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중소기업 구인난도 다소 해소되지 않을까요. : 재학생 인턴제에 대해선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지금 정부의 고민은 재학생이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청년 실업자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단 졸업생에게 맞추는 전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대신 인턴 기간이 좀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포스코를 보면 최소 6개월은 돼야 일다운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야 직무를 줄 수 있고 창의성도 발휘될 수 있어요. 구직난 해소와 다양한 인재 선발을 위해 기업의 채용도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신입 사원 채용 직종을 인문 및 기초과학 분야까지 확대했습니다. 물론 경영대 학생들에 비해 인문대 학생들의 취업 준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차원에서 기업들이 정책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구직자, 기업, 대학 등 각 주체들이 시너지를 내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취업과 관련된 대학 시스템은 전무하다고 봐도 됩니다. 기업이 변하면 인재도 변하기 마련인데, 우리 대학들은 아직도 80~90년대 공채 문화에 젖어 있죠. 저는 앞으로 대학들이 개별 교육 취업 컨설팅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들에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일단 정부가 재학생에게까지 인턴제를 확대한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 현재 대학의 수업 진행 방식으로는 창의성을 전혀 발휘할 수 없습니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해당 학생이 준경력자 수준으로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데 말이죠.또 정부가 현재 중소기업을 홍보하는 창구를 준비 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것이 단순한 회사 정보 제공에만 그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보는 가급적 소프트하게 제공돼야 합니다. 해당 데이터를 보고 구직자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데이터와 차별화됩니다. 이를 위해선 해당 기업을 소개한 온·오프라인 매체들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직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창조와 변혁의 비즈니스 3.0시대에는 대학에서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형 학습’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기업은 이미 통섭형 인재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기술직이 회계 등 경영 분야도 알아야 하며 반대로 사무직도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의 취업활성화를 위해서는 힘들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합니다. 현재 노동부 주관으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을 교육적으로 공동 지원하는 컨소시엄 교육은 상생 협력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말 좋은 제도라고 봅니다. : 일자리 문제는 어느 한 주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은 이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거나 정체돼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 준비생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대학이나 전문계열 고등학교 등에 대한 구조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데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죠.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도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하지 않습니까. 저는 앞으로 지금처럼 공부하고 취업 현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취업 현장에서 일하다 각 기관에서 교육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올해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앞으로는 지자체 선거 공약의 핵심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 공조를 더욱 벌여나갈 계획입니다.정리=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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