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파격 ‘인하’…장기 할인 ‘돌입’

이마트발(發) 2차 가격 전쟁

이마트가 새해 벽두부터 ‘2차 가격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1월 7일 1차로 삼겹살·우유·초코파이 등 12개 생필품 가격을 4~36% 내리고 올해 안에 모든 품목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경쟁 업체들도 이마트의 가격 인하 품목에 대해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외환위기 이후 실시한 ‘최저가 보상제’ 등 1차 가격 전쟁에 이어 근 10년 만에 이마트발(發) 가격 전쟁이 재연된 셈이다.이마트는 이날 ‘혁명적 가격 정책’을 소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 제시. 둘째, 한 번 내린 가격은 변함없이 낮게 제공. 셋째, 경쟁 점포의 전단 광고 상품보다 이마트가 더 싸게 내놓겠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 등 모든 경쟁 유통 업체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이마트는 앞으로 1~2주 간격으로 매번 10개 이상 품목의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가격을 내린 공산품은 1년간 다시 인상하지 않고 신선 식품도 최소 한 달 이상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전단 행사처럼 1~2주짜리 단기 할인 판매가 아님을 강조한 것. 또 경쟁사들이 이마트에 맞춰 가격을 내리면 추가적으로 더 낮출 방침이다. 정용진 신세계 총괄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올해 업태와 경쟁 업체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체질을 갖추겠다”고 밝힌 것을 실행에 옮기는 셈이다.이마트가 가격 파괴에 나선 것은 ‘할인점’이란 이름이 무색할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온라인몰·SSM에 비해 가격이 뚜렷이 저렴하지도, 편의성과 접근성이 뛰어나지도 못해 고객 이탈을 막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연간 1000억 원의 손실(영업이익 감소)을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확실히 낮춰 매출을 늘리는 ‘박리다매’ 전략을 채택했다.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 위기를 대형 마트의 ‘업(業)의 본질’인 ‘싼 가격’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복안이다.‘박리다매’로 성장 재시동이마트의 가격 인하 수단은 자체 마진을 줄이는 대신 매입 규모를 늘려 납품가를 인하하고 내부 운영비를 절감하는 것 등이다. 예를 들어 1차 인하 상품 중 ‘CJ햇반(210g×3개)’은 자체 마진을 줄여 종전 3200원에서 2980원으로 6.9% 내렸고, ‘오리온 초코파이(840g·24개)’는 월평균 구매량을 6만 개에서 20만 개 이상으로 확대해 납품가를 낮춤으로써 판매가를 5090원에서 4580원으로 내렸다. 이른바 납품 업체 ‘팔목 비틀기’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것이다.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이어들이 이마트 점포로 찾아가 가격 인하 품목을 일일이 확인한 뒤 같은 제품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얼마 동안 내릴지에 대해선 ‘수급상의 문제가 없을 때까지’란 단서를 달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 마트는 가격에 민감해 단기적인 가격 대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물량 추이와 이마트의 인하 지속 기간 등을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영업이익률이나 바잉파워(구매력) 등에서 이마트가 우위에 있어 경쟁사들이 따라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SSM과 온라인몰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GS수퍼마켓 관계자는 “슈퍼마켓은 대형 마트와 가격으로 승부하는 업태는 아니지만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는 점포는 가격을 조정하고 할인 행사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마트보다 옥션’을 내걸어 재미를 본 옥션 측도 “온라인은 오프라인 유통 업체보다 마진이 적어 상품별로 추가 인하 여력이 다르다”고 말했다.그러나 유통 업체 간 가격 전쟁이 격화할수록 납품 업체들만 손해 보거나 피곤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한 납품 업체 관계자는 “당장 납품가를 깎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하 압력이 들어올 것”이라며 “시장 규모상 무시할 수 없는 2, 3위 대형 마트들도 이마트와 같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 뻔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납품 업체 관계자는 “아직 다른 마트들의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조건만 괜찮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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