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과 안내견의 최루성 드라마

‘퀼’

왜 개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불리는가. ‘피와 뼈’, ‘수’ 등 하드보일드한 세계를 즐겨 그렸던 최양일 감독의 이례적인 동물 영화 ‘퀼’은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이다. 7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논픽션 그림책 ‘맹인안내견 퀼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최양일 감독의 디즈니풍 영화’라고 명명될 만큼 동화 같은 드라마다. 리트리버종 강아지 한 마리가 맹인 훈련소에 입소,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맞이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원작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까닭에 NHK가 TV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다.도쿄 주택가에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태어난다. 그중에서 주인이 불렀을 때 가장 늦게 응답한 강아지가 맹인 안내견으로 발탁된다. 새 날개 모양의 반점 때문에 퀼(quill)이라고 이름 붙여진 강아지는 1년 동안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사람을 믿고 따르는 법을 배운’ 다음 맹인훈련소에 입소한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강아지’답게 퀼은 다른 개들보다 반응이 더디다. ‘소리에 민감’한 파스칼, ‘잘 짖고 쉽게 흥분하는’ 포기에 비해 퀼은 ‘그냥 평범하다.’ 난관·모퉁이·장애물 앞에서 멈춰서는 법을 배운 퀼에게 마침내 트레이너는 외친다. “하루 종일 기다렸던 거야? 안내견이 다 됐구나.”진정한 맹인 안내견으로 성장한 퀼은 중년의 시각장애인 와타나베 미쓰루(고바야시 가오루 분)를 파트너로 맞이한다. 맹인 안내견의 도움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던 그는 퀼만큼 괴짜에다 고집불통인 남자. 우여곡절 끝에 이들 콤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 거듭나지만 그들의 행복한 한때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들이닥친 길고 긴 인내의 시간. 맹인 안내견 퀼의 기다림은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루는 미덕이다. 그리하여 남자와 개의 짧고도 긴 마지막 산책에서 눈물을 견디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영화의 톤을 의식해서인지 최양일 감독은 여성 화자들을 내레이터로 내세우면서도 필요 이상의 감상을 말로 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내레이션은 맹인 안내견의 성장을 설명하는 소개 정도에 그치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비극을 강조하지 않는 비교적 담담한 말투야말로 태생부터 감동적인 이 영화를 연출하는 가장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장미 씨네21 기자 rosa@cine21.com지구에는 대재앙이 들이닥쳤고, 생존자들은 고기를 얻기 위해 다른 생존자들을 살육하는 상황. 아버지(비고 모텐슨 분)와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 분)은 정처없이 남쪽으로 향한다. 약간의 식량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면 아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면 방심해서는 안 된다. 묵시록적인 세계에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투를 그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이기도 한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를 원작으로 만들었다.새만금 간척 사업이 한창인 금강에서 여섯 조각으로 절단된 20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강민호(설경구 분)의 조언을 바탕으로 형사 민서영(한혜진 분)이 젊은 환경 운동가 이성호(류승범 분)가 범인임을 밝혀낸다. 그러나 이성호는 강민호의 딸을 납치한 상태. 살인을 자백한 그는 딸을 살리려면 시체의 남긴 단서를 통해 비밀을 밝혀내라고 강민호를 도발한다. 설경구와 류승범의 격돌이 눈길을 끄는 김형준 감독의 범죄 스릴러.프랑스의 유명 작가 필립 클로델의 연출 데뷔작. 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은 15년간의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 동생 레아의 집에 머무른다. 그러나 레아의 남편 뤽은 그런 줄리엣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줄리엣은 레아의 동료 미셸, 보호관찰관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오랫동안 감춰졌던 그녀의 비밀 역시 밝혀진다. 밴쿠버국제영화제 인기영화상,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과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면서 호평 받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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