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대국 ‘눈앞에’…명품에도 ‘펑펑’

급팽창하는 소비 파워

‘세계가 중국 소비군단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세계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지, ‘중국은 수출하고 미국은 소비하는’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제쳐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설 것으로 관측되지만 소비에서는 아직 중소국이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일본의 39.3%, 미국의 11.7%에 불과하다.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 비중도 36%로 미국(71%)과 일본(52%) 등에 비해 크게 낮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빠르다. 중국의 소비지출은 1992년을 100으로 지수화했을 때 지난 2007년 300을 훌쩍 넘었다. 미국과 아프리카 중남미가 150을 웃도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이미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인은 일본인에 이어 세계 2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 중국 국책연구소인 사회과학원은 최근 발표한 ‘2010년 사회청서’에서 올해 말 1인당 GDP가 4000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08년 3000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은 “1인당 GDP가 30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오르는 데 2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1인당 GDP가 1000달러를 넘은 건 2003년이지만 3년 만인 2006년 2000달러를 넘었고, 다시 2년 만에 3000달러를 웃돌았다. 1978년 1인당 GDP가 400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를 800달러로 끌어올리는데 20여 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갈수록 초고속 스피드를 내고 있는 것이다.중국신문망은 1인당 GDP가 4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높아지는데 일본은 10년, 독일·프랑스·한국은 7년이 걸렸지만 중국은 더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선전과 광저우 등 일부 연해지역 대도시는 이미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물가수준을 감안한 ‘1인당 구매력 GDP’ 기준으로 볼 때도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5970달러에 이어 지난해 6000달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1988년 6630달러를 기록, 6000달러를 돌파한 것과 비슷하다. = 사회과학원 보고서는 “주택과 자동차 등 고액 소비 상품의 수요가 크게 늘고 교육·의료·여행·문화 등 신형 소비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대중 소비 신성장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규정했다.중국에서 민간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00년 625만 대에서 2008년 3501만 대로 8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1997년 처음 100만 대를 넘어선 베이징시는 2003년 200만 대, 2007년 300만 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 12월 18일 4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칭다오에서도 자동차를 주문한 지 3개월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280만 대로 사상 처음으로 미국(1030만 대)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 제품의 지난해 판매량도 중국(1억8500만 대)이 미국(1억3700만 대)을 앞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컴퓨터 판매량 역시 중국(720만 대)이 미국(660만 대)을 제쳤다. 휴대전화 가입자도 2000년 8453만 명에서 2008년 6억4124만5000명에 이어 지난해 7억 명으로 급증했다. 세계 30억 명의 휴대전화 가입자 중에 4명 중 한 명은 중국인인 셈이다. 중국의 절대 소비시장 규모는 미국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자동차·가전제품·컴퓨터 등의 소비재 판매에서 미국을 앞지르면서 명실 공히 ‘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중국 부자들은 고가의 명품을 일반인이 시장에서 야채를 사는 것처럼 구매한다.”중국 언론들은 최근 중국인의 명품 소비 패턴을 이같이 전했다. 중국 광저우의 여행사 광즈뤼의 마케팅 담당자 원첸은 “해외여행이 중국인 명품 소비의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면서 “최근 한 고객은 유럽 여행에서 2만 유로를 모두 명품 소비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이미 2008년에 세계 명품 4개 중 한 개를 구입할 만큼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60%는 해외에서 구매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명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중국은 5년 내 명품 시장이 146억 달러에 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광저우일보가 전했다.류진산 지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된 명품 소비가 중국 사회의 큰 흐름을 형성, 황금기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부유층의 형성이 명품 소비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인구의 10%가 전체 자산의 45%를 보유하고 있어 명품 소비를 위한 사회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명품 소비는 외국계 기업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와 부유층 등 2개 계층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명품 소비 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13%인 1억6000만 명에 달하며 대부분 25~50세의 화이트칼라, 사기업주, 사회 저명 인사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국 명품 소비 인구 중 1000만~1300만 명은 이미 명품 소비가 생활화돼 있다. 시계·가방·화장품·패션·개인장식품 등이 대부분 명품이다. 중국 광저우의 에르메스 매장은 7만 위안(1190만 원)짜리 백금 장식 가방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다. 광저우의 명품 상점 리바이광창의 한 VIP 고객은 지난해에만 700만 위안(11억9000만 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 중국은 투자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 소비를 주요 성장 동력으로 추가하는 다원화를 추구해 왔다. 수출에 직격탄을 날린 금융 위기는 소비 진작의 필요성을 높였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외적인 요인에 취약한 수출보다 소비를 키우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따라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으로 지난해 실시한 가전하향(家電下鄕), 자동차하향(汽車下鄕), 이구환신(以舊換新) 등 소비 진작책을 올해도 지속하고 일부는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농촌에서 가전제품을 살 때 보조금을 주는 가전하향 대상 제품의 가격 한도를 대폭 올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에너지 절감 조명(예 가로등)과 신에너지 차량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시범도시를 13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5개 도시에서는 개인이 에너지 절감 조명 제품이나 신에너지 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중고차를 새 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주는 자동차 부문 이구환신의 대당 보조금 한도도 최고 1만8000위안(306만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도시화를 가속화하는 것도 소비 진작책의 일환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한 최근 경제운용회의에서 호구(호적)제도 개선을 처음 언급했다. 중국 국민은 현재 호구가 올라가 있는 지역을 벗어나 거주할 경우 각종 사회복지 혜택은 물론 자녀 취학에도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도록 돼 있다. 3농(농민 농촌 농업)의 취약성이라는 중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핵심적 수단으로 농촌의 도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46%로 전 세계 평균인 60%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1975년 수준(48%)도 안 된다. 중국 국제 투자 전문 기관인 BOC인터내셔널은 중국의 도시화율이 2015년 49%, 2030년 60% 등으로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중국 상무부는 도시와 농촌 소비를 비롯해 신용카드 소비, 온라인 쇼핑, 연휴 소비 등도 소비 진작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10월까지 중국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내 신용카드 가입자는 8명 중 1명꼴로 보급 잠재력이 아직도 크다. 중국인들의 높은 저축률은 앞으로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어 중국 소비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중국의 저축률은 1980년대 30% 중반에서 점점 높아지기 시작, 2008년 51.4%로 정점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퇴직연금을 10% 인상하는 등 사회보장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저축률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소비의 급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기대다.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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