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뉴 E350 아방가르드

클래식 디자인에 숨겨진 ‘최첨단 기술’

독일의 명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벤츠), BMW, 아우디는 성능 면에서 용호상박(龍虎相搏)이지만 특징은 조금씩 다르다. BMW가 고성능의 주행 능력을 과시한다면 아우디는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그러나 벤츠는 기계적 성능보다 여전히 보수적이면서 클래시컬(classical)한 감성을 고수한다. 남성 정장이 100년 넘게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명품은 보수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국내에서는 쏘나타가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가고 있다면 벤츠의 뉴 E350은 오히려 더 보수적인 박스카(엔진룸, 탑승 공간, 트렁크가 명확히 구분되는 차)에 가까워졌다. S시리즈의 다소 파격적인 곡선으로 그간 재미를 본 벤츠의 추후 디자인 큐(design que)가 다시 보수적으로 변화할 것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도 다시 각진 직사각형을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기계적인 성능도 가속력과 파워를 과시하기보다 있는 듯 없는 듯 무난함에 초점을 뒀다. 3500cc급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해 넉넉한 가속 성능을 보여주지만 변속이 굉장히 부드럽기 때문에 뒤에서 떠미는 듯한 가속력은 느낄 수 없다. 주행 특성만으론 BMW보다 렉서스에 가깝다. 아무래도 나이 든 구매층을 고려한 듯하다. 그러나 특유의 엔진음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벤츠가 다른 독일 명차에 비해 엔진음은 조금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프리미엄급 세단치고는 그렇다는 얘기지 ‘시끄럽다’는 뜻은 아니다.인테리어도 다소 클래시컬하다. 우드 트림도 한물가고, 최근 유행은 블랙 하이그로시를 이용한 하이테크 콘셉트지만, E350은 무광 메탈 트림을 이용한 완만한 디자인으로 마치 1970년대 TV나 라디오 같은 골동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처럼 느껴진다.중앙의 대형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의 5개 원으로 이뤄진 계기판은 포르쉐 등의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의외의 선택이다. 특이한 것은 변속기가 운전대 뒤에 있다는 점. 사실 자동변속기 차량이라면 변속 조작을 거의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센터패시아의 많은 자리를 차지할 필요는 없다. 이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대시보드와 도어의 트림을 따라 무드 조명을 넣은 것은 기아자동차 K7 등에서도 보듯이 최근 트렌드다. 이에 덧붙여 E350에는 실내등과 별도로 리어 미러(흔히 ‘백미러’로 불리는 것) 쪽에 독서등이 달려 있어 내부를 밝게 하지 않고도 지갑이나 영수증 등을 살펴볼 수 있다.오디오는 하만카돈(Harman Kardon)으로 쌍용자동차 체어맨W에 장착된 것과 같은 것이다. 비트 있는 전자악기보다 기타·바이올린·피아노 등 악기의 원음을 재현하는데 탁월한 세팅이다. 최신 가요를 틀면 특별히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기타 연주가 좋은 추억의 팝송이나 뮤지컬 라이브 음반, 클래식 음반을 틀면 마치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듯 악기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캔사스(Kansas)의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가 흘러나왔는데, 도입부 기타 연주에서 손톱이 기타 줄에 닿을 때의 마찰음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시승차는 ‘뉴 E350 아방가르드’로 9590만 원이지만, 2009년 9월 벤츠를 수입차 판매 1위로 만든 공신은 최저 사양인 ‘뉴 E300 엘레강스’로 6910만 원이다. BMW 528i, 아우디 A6와 거의 같은 가격이다. 도요타 캠리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할 뻔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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