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하더라도 ‘정리해고는 No’

노동부·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 - 노사관계, 선진화로 가는 길 ⑩ 〈끝〉

경기 침체는 곧장 소비 침체로 이어졌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받은 충격은 사상 최고였다. ‘글로벌 넘버원’을 자랑하던 미 제너럴모터스(GM)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고 상당수 유럽 유명 메이커들이 매각되는 등 경기 불황은 자동차 산업의 물줄기를 뒤 바꿨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최고조를 치닫던 지난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68만6221대를 생산해 생산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1% 줄었다. 1분기 내수 판매량은 14.9% 감소한 25만7221대였고 수출은 36.6% 줄어든 43만6587대를 기록했다.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국 보그워너 티에스(BorgWarner Transmission Systems)도 지난해 사상 최고의 불황에 허덕이면서 회사가 부도 위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노사가 하나 된 마음으로 경영 위기를 돌파해 지금은 되레 노사 화합이 기업의 경쟁력이 됐다.이 회사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 업체로, 차량 첨단 변속기 부품 제조회사다. 한국 보그워너 티에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자동차용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인 마찰판과 원 웨이 클러치, 피스톤 플레이트, 밴드류 등이며 현재 현대·기아, GM대우와 미국 크라이슬러 등에 공급하고 있다.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완성차 업체들의 조업 중단일이 늘어나고 감산이 현실화되면서 자동차 부품 하청 업계에는 엄청난 시련이 닥쳤다. 경영진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노동조합과 상의하기에 이르렀고 2008년 12월 초 시작된 2009년 임금 교섭부터 노사 화합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협상에 앞서 노조는 고통 분담 방안을 먼저 제시했고 사측은 경제 위기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5단계 비상 경영 시나리오와 고용 유지를 위한 고통 분담 시행 분야와 시기를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노조는 회사 측의 고통 분담안을 간부수련회를 통해 전체 조합원에게 설명해 공감대부터 만드는데 주력했다. 당시 회사 측이 제시한 5단계 비상 시나리오 시행 시점은 △1단계 월 매출액이 예산 대비 10% 미달 시점 적용 △2단계 월 20% 미달 △3단계 월 30% 미달 △4단계 월 40% 미달 △5단계 월 50% 미달이었다.경영진은 무엇보다 고용 안정에 역점을 두고 노조 역시 과도한 임금 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자제했다. 2008년 말부터 각종 복리후생 비용 축소, 연장 근로 배분, 조업 단축 시 집단 휴가 사용, 과장급 이상 직원 임금 6~10% 감액, 연월차 휴가 의무 사용 등은 바로 시행됐다. 그 결과 경기 침체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가량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직원 190여 명의 고용을 보장받고 있다.직원들은 주 3~4일제 근무를 병행 실시해 임금이 평소 75~8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회사의 고통 분담에 적극 동참한다는 생각에 별다른 불평불만이 없다. 회식비와 동호회 지원 등의 축소, 체육 행사 및 기타 행사의 축소 또는 잠정적인 보류를 통해 2억 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 것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와 함께 회사의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해 재고 축소, 퇴직금 정산 유보, 각종 대출금 신청 유보, 연차 수당 지급을 연기했다.경영진도 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해 대표와 임원은 10%, 과장급 이상은 6%의 임금을 깎고 사무직 직원들도 3월부터 연월차 휴가 2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 허환 대표는 “전대미문의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을 지키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 간 협력과 화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면서 노사가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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