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규제 늦추자 카지노 ‘북적북적’

다시 흥청대는 마카오

마카오 유령타운에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 마카오에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마카오의 8월 카지노 수입은 112억 파타카(15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 마카오 카지노의 월간 사상 최대 수입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월 기록한 13억 달러다. 9월 카지노 수입도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짓다 만 카지노가 흉물처럼 방치돼 있던 마카오에 활기가 다시 돌게 됐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들은 10월 1일부터 8일간 이어지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로 중국인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이 같은 기대는 없었다. 주 수입원인 중국인들의 마카오 입국에 대한 규제가 최근에서야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인의 마카오 입국 제한을 강화했다. 매월 2회이던 비자 발급을 6월에 1회, 그 다음엔 2개월에 1회, 10월부터는 3개월에 1회로 줄였다가 1년에 2회로 확 줄였다. 중국인들의 부패와 돈세탁 등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명분이었다. 이는 마카오 카지노에 직격탄이 됐다. 때마침 미국발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마카오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고객이 급감했다. 올 상반기 마카오 카지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했다. 마카오 경제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 13.7% 성장에 그쳤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침체로 빠져든 것이다.중국은 마카오를 세계 1위의 카지노 도시로 부상하게 한 주역이었다. 중국 당국이 2002년 마카오 내 카지노 독점을 경쟁 체제로 전환하자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밀려들면서 카지노 시장이 번창하게 된 것. 현재 마카오에는 40년간 마카오 카지노를 독점해 왔던 스탠리 호의 SJM홀딩스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샌즈, 윈즈리조트, 멜코크라운엔터테인먼트, MGM그랜드파라다이스, 갤럭시엔터테인먼트 등 6개 그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마카오에 인접한 광둥성을 비롯해 중국에서 고객들이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마카오는 2006년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카지노 도시로 떠올랐다. 2007년엔 마카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로 홍콩을 제쳤다. 재정수입이 늘어난 마카오 정부는 작년 초에 주민 53만 명에게 보상금 조로 1인당 현금 5000파타카(81만 원)를 나눠줄 만큼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였다. 마카오 경제가 카지노로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는 이 같은 성장세에 급제동을 걸었다.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최근 소리 소문도 없이 한 달에 한 번은 마카오에 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 마카오 카지노는 금세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8월 카지노 수입은 7월까지 12개월간의 월평균보다 33% 많은 수준이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수입의 3배 이상에 이른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카지노 애널리스트인 아론 피서는 “올해 마지막 4개월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행한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 노력에 수익성도 빠른 속도로 개선될 전망이다.마카오에선 지난 7월 선출된 새 행정수반인 추이스안(崔世安) 행정장관에 대한 신임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중국이 비자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이 예상돼 왔다. 특히 오는 12월 20일은 중국으로 반환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서도 마카오 경제를 살리는 게 중국 지도부의 과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마카오에 유령타운이 생겨났다.” 씨티그룹 애닐 다스완니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카지노 호텔인 베네치안과 진먼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샹그릴라 및 쉐라톤 호텔 신축 공사장 일대를 두고 이렇게 불렀다. 멈춰 선 타워크레인만이 썰렁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곳은 베네치안을 소유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샌즈 그룹이 5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조성 중이던 리조트 단지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현장 직원 1만1000명은 이미 해고 통지서를 받고 뿔뿔이 흩어졌다.하지만 이곳의 타워크레인도 다시 움직일 날이 머지않았다. 마카오 카지노 수입이 다시 늘면서 라스베이거스샌즈 그룹이 마카오 사업부문을 홍콩에 상장하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샌즈 그룹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장 시기를 연내로 잡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샌즈 그룹이 올가을까지 마카오 내 직원 가운데 4000명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유보하겠다고 지방 노동부처에 통보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당장 경쟁사인 윈리조트는 마카오 사업부문을 국경절 연휴 직후인 오는 10월 9일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당초 1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카지노 수입이 늘면서 공모 규모가 1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9월 21일 공모를 위한 로드쇼가 시작됐다. 윈리조트는 2006년 문을 연 윈 마카오 카지노의 확장 계획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카오의 다른 지역에 더 큰 카지노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이에 따라 멈췄던 카지노 개장 러시도 재개될 전망이다. 9월 21일엔 스탠리 호가 투자한 프랑스풍의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그의 20번째 카지노로 라르크(L’Arc)란 이름이 붙었다. 이 카지노는 윈 마카오 카지노와 MGM의 카지노가 있는 리조트 단지 옆에 들어섰다. 마카오에는 현재 카지노가 30개를 웃돌고 있다.마카오 경제는 재정수입의 75%가 카지노에서 나올 만큼 카지노 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카지노가 흔들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지만 카지노에 활기가 다시 돌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마카오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에 최근 선출된 추이스안 전 사회문화사장(52·사회·문화담당 부총리 격)은 카지노 산업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성장엔진을 다원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마카오의 행정수반 교체는 442년간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던 마카오가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 처음이다. 추이는 오는 12월 에드먼드 후 현 행정장관의 뒤를 잇는다.중국이 새 행정장관에 대한 신임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마카오 비자 제한을 완화함에 따라 마카오 카지노 업계에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카지노에 올인한 경제를 다원화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마카오에선 성장의 열매가 카지노 종사자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학생들이 자퇴, 카지노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가 하면 은행이나 심지어 병원에서도 카지노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는 일까지 빚어지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만큼 부작용이 커졌던 것이다. 카지노 시장이 되살아나면 이 같은 부작용도 다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마카오 3대 명문가 출신으로 친중파인 추이 당선자는 마카오 경제에 컨벤션 산업과 유적지 관광이라는 성장 동력을 추가하겠다고 밝혀 왔다. 중국 지도부도 마카오 방문 때마다 성장 동력 다원화를 주문하고 있다. 카지노와 연계한 레저산업이 마카오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마카오의 변신은 한국 등 외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도시위생관리과를 졸업하고 오클라호마대에서 의료관리학 석사와 공공위생학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인 추이 당선자는 1992~95년 마카오 입법회 의원을 거쳐 1999년부터 사회문화사장을 맡아 왔다.그가 마카오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항저우(중국)=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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