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다시 보기

수익형 스포츠면 ‘꿩’먹고 ‘알’먹고

한국에서 스포츠를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후원해야 한다고 하면 아마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핀잔을 듣기 쉽다. 수십 년간 군사정권들이 정권 홍보 차원으로 스포츠를 적극 활용해 온 터라 ‘스포츠 마케팅 활성화’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우민화 정책’이라는 반발에 부닥칠 것이 명약관화하다.최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현직 미국 자동차 경주(NASCAR)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스카는 가장 전형적인 미국 스포츠이면서 전 세계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스포츠’다. 누군가 나스카에 열광하고 있다면 그들은 바로 나스카에 출전한 (기업들의) 차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심지어 나스카 최대 후원사였던 제너럴모터스(GM)를 지목하며 “지금은 GM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5∼10년 후에는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친정’인 나스카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또 “나스카 브랜드는 나스카뿐만 아니라 미국을 위한 브랜드”라고 격찬한 뒤 “미국 차가 얼마나 위대한지 나스카를 통해 보여주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스폰서들이 경기 악화로 나스카를 줄줄이 떠나고 있는 마당에 오바마의 이 말 한마디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스포츠 마케팅은 정권이 추진할 경우 어마어마한 파워와 영향력을 끼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프로레슬링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당시 청와대에서 김일 선수를 특별 관리할 정도로 레슬링은 온 국민의 희망이자 해방 창구였다.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전두환 정권 때 출범한 프로야구다. 30년이 흐르도록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프로야구 구단은 당시 정권의 강력한 추진이 아니었다면 뿌리내리기 어려웠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도 정권의 강력한 후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유치가 힘들었을 것이다.한국의 스포츠 마케팅은 ‘사회공헌’그동안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한 정권의 속셈은 스포츠를 통한 관련 산업의 발전이나 저변 확대, 국가 브랜드 제고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권 홍보와 유지를 위한 측면이 강했다. 기업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후원해야만 했다. 그래서 한국의 스포츠 마케팅은 수익 사업이 아닌 ‘사회 공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최근 들어 정부들은 군사정권들이 애용했던 스포츠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주력하지 않는 모습이다. 스포츠는 국민들을 우민화한다는 무의식적인 선입견이 작용한 때문일 수도 있다.하지만 정부도 새로운 시각으로 스포츠에 접근할 때가 됐다. 선진국들을 보면 대부분 자국을 대표할만한 프로스포츠를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절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스포츠를 통해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미국의 미식축구나 메이저리그, 나스카와 함께 영국의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로축구인 프리메라리가, 일본의 격투기 K-1, 프랑스 도로 사이클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 등은 스포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내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지불하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을 불러와 경기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관중들의 인기를 모으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했다.한국도 세계 정상의 선수들만이 겨루는 스포츠 종목을 발굴해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고 국제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은 이제 갈수록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국제 대회는 일회성 이벤트여서 경제성이 매우 떨어진다.스포츠를 통해 기업들이 돈을 벌고 국가 브랜드까지 올리는 방안을 정권 차원에서 강구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 유치가 아니라 매년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열광할 수 있는 ‘수익형 스포츠’를 유치해야 한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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