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펀드 투자의 매력
금값은 지난 3월 이후 큰 변동 없이 온스당 900~950달러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런데 9월 들어 금값이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1주일 사이 금 관련 펀드가 4~12% 상승하면서 다른 원자재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최근 금값 상승은 계절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보통 금값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세를 보이고 하반기 중 특히 9월에 금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20년 동안 9월 금값이 16번이나 상승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는 인도의 디왈디 축제, 중국의 건국 기념일 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금값 상승을 계절적 요인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무엇이 금값을 올려놓았을까. 이는 현재 금 투자가 안전자산의 성격과 투기자산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먼저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을 살펴보면, 최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첫째, 일본의 정권 교체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과 미국과의 미묘한 긴장 관계로 미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일본이 미국채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대두되면서 안전자산 내에서 달러 이외의 다른 대체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달러와 엔의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즉,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엔화 가치는 크게 상승하고 있다. 달러를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엔이 부각되고 있고, 이와 함께 금 역시 달러를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것이다.둘째, 변동성 지수인 VIX지수(Volatility Index)가 최근 급등했고, 이머징국채 가산금리 역시 상승 전환했다. 셋째,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이 급등하고, 지방 중소형 금융회사 파산이 증가하는 등 여전히 금융 불안이 상존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두 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결국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다음으로 투기자산으로서의 금을 살펴보면, 유례없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정책 때문에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이머징 마켓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고 국제 유가나 구리 가격(9월 8일 기준)은 최근 6개월 동안 각각 플러스 38.49%와 플러스 74.06%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버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금값은 같은 기간 5.92% 상승하는데 그쳐 투기적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또한 투기적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old Trust)의 금 보유량이 6월의 1132톤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9월 들어 재차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또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의 금 선물 거래를 보면, 최근 금의 비상업적 순매수 포지션(투기적 수요)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에너지 시장에 집중됐던 투기 거래에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에 대한 비상업적 순매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헤지하려면 실물자산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에너지에 대한 선물 포지션을 규제한다면 금으로 자금이 쏠리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향후 금값은 과연 상승할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9월이나 10월까지는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도의 축제와 미·일 관계 등에 따른 금값의 추가 상승은 이벤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 인도는 가뭄 피해로 농가 소득이 감소해 귀금속 지출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도 쉽사리 틀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또한 올해 금이 다른 자산에 비해 덜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2007년 금융 위기 때 다른 자산보다 금이 급등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귀금속 시장까지 투기 거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9월 금값은 상승세가 이어져 전고점을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아직 제한적이며 G20의 출구전략 회의 등을 고려해봤을 때 금값이 오버슈팅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그러나 금값은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물론 달러 약세의 영향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물과 금융자산을 막론하고 역사상 가장 가치가 일관되게 유지돼 온 자산은 금이 거의 유일하다. 또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 상품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그렇다면 금 관련 투자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전통적인 투자법은 은행이나 귀금속 상가에서 골드바(금 현물)를 매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물을 직접 구입하는 것은 보관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현물을 매매할 때 비용도 부담스럽다. 일단 매입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비롯해 거래 수수료 등을 합해 12~15%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팔 때도 수수료가 2~5% 부과된다. 따라서 소액 투자자가 차익 목적으로 현물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은행에서 금을 이용한 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예금 상품이라고 해서 목돈을 맡기는 거치식이 아니라 적립식도 가능하다. 따라서 금 투자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 특히 소액 투자자에게는 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2~3% 정도의 매매 수수료를 제외하면 양도 차익(투자 수익)에도 세금이 붙지 않고, 중도 해지에 대한 페널티도 없다. 추후에 금을 실물로 가져가지 않으면 별도의 세금은 없고, 실물로 가져가게 될 경우라도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면 된다.한편 금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금 관련 펀드는 보통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금 관련 기업 펀드이고 다른 하나는 금 관련 파생상품 펀드다. 전자는 금 실물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섹터 펀드이며, 후자는 금 선물에 투자하거나 국제 금 현물 거래 시 기준가격으로 사용되는 런던 금값(London Gold PM Fix Price)의 수익률과 연계된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해 기초자산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금 관련 기업 펀드는 금 실물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펀드들의 성과가 반드시 금값과 연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금 관련 파생상품 펀드는 직접 금 실물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물 가격과 연계돼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현재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파생상품 펀드보다 훨씬 양호하다. 최근 1개월 수익률(2009년 9월 8일 기준)이 금 관련 기업 펀드는 8~10%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파생상품 펀드는 3% 내외를 기록, 금 관련 펀드의 수익률에 절반도 채 안 된다. 이는 최근 원자재 관련 기업 주가가 원자재 가격보다 선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금 역시 같은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된다. 금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글로벌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따라서 금 투자는 분산 투자 관점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금은 대안 투자 상품이라는 사실 또한 상기해야 한다. 말 그대로 대안이지 전부가 아니다. 즉, 전통적인 금융 상품의 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보완하는 정도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