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뒤 랠리’ 이어질까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연고점 돌파에도 불구하고 (중기)채권 수익률은 하향 안정화되는 기대 괴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의 낙관적 기대와 채권시장의 비관적 기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일치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일반적으로 기대 괴리는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데, 점차 완화(주식시장 기간 조정, 채권 수익률 상향)되면서 금융시장은 변곡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하순~7월 중순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어 당시와 같은 기간 조정이 예상된다. 2009년 5월 하순~7월 중순의 경우 선진국의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회의감으로 금리 하락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숨고르기 국면(기간 조정 국면)을 피하지는 못했다.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변화는 장·단기 금리차를 보면 명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선행지수의 구성 항목에 편입되기도 한다. 기대 가설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차 확대 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한다.최근 한국과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 6월과 8월에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한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8월에 역사적 고점 부근까지 급등했고 미국 역시 2008년 이후 고점을 형성했다. 채권시장에서 지나친 낙관 심리에 대한 반작용이 제기될만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증시가 경기 모멘텀에 좌우되는 성격을 감안한다면 장·단기 금리차의 변곡점은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한편 기대 괴리 현상과 함께 각국의 출구 전략 우려 역시 기간 조정을 촉진할 만한 변수다. 기대 괴리 현상이 경기 부양의 일시적 효과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됐다면 출구 전략 우려는 급격한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신규 대출 증가세가 지난 6월을 정점으로 급감하는 가운데 8월에는 전월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유동성 위축 우려는 중국 증시의 조정으로 반영되고 있다.일부 국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25bp(basis point, 1bp는 0.01%)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의 중앙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결국 경기 부양의 일시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과 일부 국가의 급속한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심리는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의 약화를 이끌 변수로 예상된다. 아시아 통화 인덱스의 경우 2005년 이후 평균 수준으로 낮아지고 추가적인 반등세가 약화되면서 아시아로의 글로벌 유동성 유입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캐리 트레이드의 대용지표로 활용되는 호주 달러(고금리 통화)와 스위스 프랑(저금리 통화)의 교차 환율도 2007년 이후 평균값으로 회귀하고 있다. 위험 자산에 대한 글로벌 유동성의 쏠림 현상은 환율의 반등 레벨과 경기 관련 불확실성으로 소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결론적으로 기대 괴리 현상과 출구 전략 우려때문에 글로벌 위험 자산은 소강 국면, 즉 기간 조정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두 가지 요인은 지난 5월 하순~7월 중순까지 진행됐던 기간 조정 국면에서도 유사하게 제기된 이슈들로 현 국면 역시 당시와 같은 2~3개월의 기간 조정 과정을 거칠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촉매제가 됐던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QE), 신흥국의 내수 부양 정책 등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고, 일부 국가의 출구 전략 우려는 기조 변화보다 미세 조정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번 기간 조정은 연말 랠리로 가는 가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약력: 1974년 서울 출생. 2003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재무관리 전공). 2003~09년 삼성화재, 대신투신운용, 대신증권,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 2009년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매크로팀 수석연구원(현).
상단 바로가기